• 높아지는 '이어도' 波高

  • 이어도는 수심 4.6m의 수중 암초이기에 국제법상 그 자체로는
    영해나 EEZ 등 관할수역 설정이 불가능하다.
    양국의 영토 기점으로부터 중간 지점을 기준으로
    관할권을 행사한다는 ‘중간선 원칙’에 의하면
    이어도는 우리 관할권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 생각일 뿐이다. 

    황성준 / 문화일보 논설위원

     최근 해군 초계기 P-3CK를 타고 이어도 주변 해역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주변 해상은 중국 어선으로 새까맣게 덮여 있었다. 이어도 하면 당연히 대한민국의 해양과학기지가 암초 위에 늠름하게 버티고 있고 주변 해역은 우리의 바다인 것처럼 생각했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본 이어도는 전혀 달랐다. 앞으로 이어도 해역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명실상부한 우리의 바다로 만들 수 있을까.

    이어도와 그 주변 해역은 1996년 8월 제정된 ‘배타적 경제수역(EEZ)법’에 의하면 우리의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의 대상이다. 이어도는 수심 4.6m의 수중 암초이기에 국제법상 그 자체로는 영해나 EEZ 등 관할수역 설정이 불가능하다. 양국의 영토 기점으로부터 중간 지점을 기준으로 관할권을 행사한다는 ‘중간선 원칙’에 의하면 이어도는 우리 관할권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 생각일 뿐이다. 중국은 중국 대륙의 토사가 쌓여 발달한 중국 대륙의 연장이므로 등거리 원칙을 적용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어도 기지는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2013년 12월 8일부터 이어도 주변 해역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포함했다. 그 전까지 이 지역을 비행하기 위해선 합동참모본부의 승인을 얻은 뒤 일본 측에 통보해야만 했다. 문제는 중국과 일본도 이 지역을 방공식별구역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도는 부산항으로부터 507㎞, 중국 동해함대사령부의 닝보(寧波)항으로부터 398㎞, 일본 사세보(佐世保) 군항으로부터 450㎞ 떨어진 곳에 있다. 이런 이어도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한국 입장에서 동·서·남해 동시 기동감시가 가능한 길목(Choke Point)이자, 원유 99.8%, 곡물 100%가 도입되는 생명선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해함대의 대양 진출로이며, 차단 시 동해함대의 운신 폭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일본도 센카쿠(尖閣) 열도 문제 및 해상수송로와 관련,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또 풍부한 수산자원과 대규모 매장이 추정되는 천연가스 등과 같은 천연자원의 경제적 가치도 엄청나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해군력 증강 경쟁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다. 중국은 2013년에 구축함 2척을 포함, 총 18척의 신형 수상전투함을 취역했다. 그리고 4척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탑재 전략핵 잠수함을 포함, 60여 척의 잠수함이 운용 중이다. 2013년에는 ‘랴오닝(遼寧)’ 항공모함이 칭다오(靑島) 군항에 배치됐다. 일본은 2023년까지 헬기 탑재 가능 ‘이즈모(出雲)’급을 포함하여 호위함을 총 54척, 잠수함은 총 22척으로 증강할 계획이며, 이지스함도 6척에서 8척으로 늘릴 예정이다. 잠수함의 주요 통로인 이 해역을 감시하기 위한 해상초계기는 중국 120대, 일본 100대다. 그런데 한국은 16대뿐이다.

    그나마 제주 해군기지가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작전 반경이 줄어들어 3국 중 가장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22년여의 우여곡절 끝에 올 연말 완공될 예정이지만 자체 활주로도 없어 제주공항에서 다시
    1시간이나 육로로 이동해야 한다. 해군 관사 건립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어도를 둘러싼 냉혹한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행태는 명백한 안보 자해(自害)다.

    <문화일보 칼럼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