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와 현 정부 무리하게 연결지어 '허수아비 때리기'에 그쳐
  • ▲ 10일 오후 2시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이종걸·추미애·신경민 의원실 공동주최로 일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0일 오후 2시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이종걸·추미애·신경민 의원실 공동주최로 일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의 현상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으나 일베를 나치즘, KKK에 빗대어 비판하는 데 그쳤다.

    인터넷 공간의 좌편향에 대한 반작용으로 태어난 일베 문화에 대한 분석 대신, 일베를 집권 세력과 무리하게 연결지어 비판하려 한 나머지 산만하게 진행됐다.

    새정치연합 이종걸·추미애·신경민 의원은 10일 오후 2시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거리로 나온 일베,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세 의원 외에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 천관율 시사인 기자, 양대웅 더플랜 대표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일베에 '거악(巨惡)'의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사회를 맡은 신경민 의원은 "일베 현상과 같은 사회적 병리 현상은 대개 미미하게 시작했으나 결과는 사회적으로 대단히 큰 파장을 일으켰고 정치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했다"며 "나치와 같은 경우에는 세계사적인 큰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1차대전의 패전과 대공황이라는 역사적 특수성 속에서 성립한 독일의 나치즘을 일베에 빗대어 설명한 것이다.

    발제를 맡은 이종걸 의원도 일베가 혐오발화(Hate Speech)를 일삼고 증오범죄의 가능성이 있는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미국의 KKK(백인우월주의), 일본의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에 견주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말 잘못했다가 신세를 조질 수 있는 토론회"라고 밝혀 한낱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나지 않는 일베를 국회의원이 두려워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사회를 맡은 신경민 의원도 "굉장히 조심해서 (발제문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으신 것 같다"고 장단을 맞췄다.

     

  • ▲ 일베 토론회를 공동주최하고 발제를 맡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일베 토론회를 공동주최하고 발제를 맡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후 참석자들은 일베와 집권 보수 세력을 동일시하는 것으로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이종걸 의원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가 일베와 다른 것은 정치권력과 언론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대중의 상식 체계를 조작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다를 뿐"이라며 "비합리적이고 반사회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점에서는 서로 같은 유형의 존재"라고 느닷없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공동 발제를 담당한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도 "일베가 온라인에서 보였던 극단적인 모습이 거리에서 나타난 것이 폭식 투쟁과 서북청년단 재건위"라며 "서청 재건위는 보수 세력과 전혀 상관없는 독립적 사건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우리 사회의 보수 세력이 집권 7년 동안 역주행하고 있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이승만 박사로, 다시 거기서 뒷걸음질 쳐서 서북청년단을 미화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서북청년단 재건위 사건이 보수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를 통해 보수 세력의 흐름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서북청년단 재건위를 매개로 일베와 집권 보수 세력을 연결짓겠다는 논리였다.

    그러다보니 결론부의 '한국의 보수는 왜 불만인가'에 이르러서는 "집권하고 있는 보수 세력이 왜 불만인가"라며 "이 사회의 주류이며 패권 세력이자 진정한 주인인 보수 세력이 불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일베 사용자들은 이 사회의 주류이며 패권 세력이자 진정한 주인인데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혐오발화를 내뱉고 증오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모순된 존재로 표현됐다.

    재특회를 자민당과, 재특회원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동일시 한 꼴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증오범죄 방지법 발의에 관한 논의(이종걸 의원), 일베 현상을 무임승차자에 대한 분노와 연결지어 해석하려는 견해(천관율 기자) 등 흥미로운 논의 지점도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일베를 '거악'으로 규정해 이를 집권 보수 세력과 동치시켜 현 정부를 비난하겠다는 의도가 지나치게 강했던 나머지 산만한 논의 전개 끝에 '허수아비 때리기'로 종결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