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전당대회 2월 8일 유력... 벌써 계파 갈등?

새정치민주연합이 차기 당권을 위한 전당대회를 내년 2월 8일 개최할 것으로 유력시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계파 갈등 조짐이 보인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5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2월 19일이 설 연휴이므로 직전과 직후에는 곤란하다"며 "2월 8일이 현실적으로 (전당대회가) 가능한 날"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석현 부의장이 확정된 날짜를 언급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실제로 그렇게 (2월 8일에 전당대회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김성수 대변인은 "설 연휴 전에는 (전당대회를) 해야 하는데, 큰 장소를 미리 섭외해서 예약해야 하지 않느냐"며 "잠실실내체육관을 2월 8일에 예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은 다음주 중으로 전당대회의 일시와 장소·규정 등을 정하기 위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전대준비위는 현역 의원 15~20명 정도의 규모로 구성하되, 비상대책위에 보고한 뒤 당무위에서 구성안을 추인한다.

한편 벌써부터 전당대회의 출마와 규정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 조짐이 보인다.

이석현 부의장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비대위원과 각 계파 수장들은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그분들이 출마하면 아무래도 계파 갈등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의장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계파 수장들이 순순히 전당대회 출마를 접을 것 같지는 않다는 관측이다.

친노(親盧)계의 수장 문재인 비대위원은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지방의원 연수회에서 당 혁신 과정에서 지켜야 할 5대 원칙으로 민주·공정·투명·분권·개방을 제시하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이 필요하며 나부터 앞장서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당권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정세균계의 수장 정세균 비대위원도 이에 질세라 지난달 23일 강원 홍천에서 열린 지방의원 연수회에서 "2008년 7월 전당대회에서 내가 당대표가 됐는데 당시 우리 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며 "내가 공천을 정말 바르게 잘해 (2009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했고,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도 대승했다"고 자찬해 역시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구민주계의 수장 박지원 비대위원은 충남도당·서울시당 전당원토론회 등 9~10월 열린 당원 토론회에 개근하며 당원들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7일 지방의원 연수회 특강에서 당권 도전 의사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밖에서도 당권을 향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난달 내내 자신의 연고지인 전라북도 지역에서 당원의 의견을 듣는다는 '경청 투어'를 진행했다. 경청 투어 마지막날인 지난달 29일 군산에서 "민주당(새정치연합)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호남이 민주당을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런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모르는 곳이 여의도에 있는 당 지도부"라고 비대위원 전원을 싸잡아 비판하며 당권에 도전할 뜻을 내비쳤다.

조경태 전 최고위원은 5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에 출마할 예정"이라며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포기해 패권화된 계파주의를 청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비대위 내외의 많은 인사들이 이미 당권 행보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석현 부의장의 당부에도 계파 수장들이 당권 도전의 뜻을 거둬들이기는 이미 어려워졌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계파 갈등을 피할 수 없는 구조로 가고 있는 것이다.

계파 갈등의 전초전은 전당대회의 룰을 결정할 전대준비위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문재인 위원을 필두로 한 친노(親盧)계는 모바일 투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세균·박지원 위원과 조경태 전 최고위원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줄곧 모바일 투표 도입과 네트워크 정당론을 고집해 온 친노 성향 단체 '국민의 명령'이 입당(入黨)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이는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마트폰 정당론'을 내세우면서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모바일 투표 제도를 바탕으로 2012년 한명숙·이해찬 체제를 출범시켰던 친노계가 자기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 제도의 재도입을 고집할 경우, 전대준비위에서 불협화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을 분리 경선할 것인지 통합 경선할 것인지 여부도 신경전의 대상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는 분리 경선을 주장한다. 분리 경선을 하면 투표 방식은 1인 1표가 되므로 변수 없이 친노계의 수장 문재인 위원의 최다 득표가 유력해진다.

이에 따라 타 경쟁자들을 대표 경선이 아닌 (일반) 최고위원 경선으로 향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분리 경선을 하면 대표최고위원은 단순히 '여러 최고위원 중 가장 많이 표를 얻은 사람' 이상의 격(格)을 가지게 되므로 친노가 당권을 독식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여타 계파는 분리 경선에 부정적이며, 통합 경선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경선을 해야 투표 방식이 1인 2표가 돼, 친노에 비해 소수인 여러 계파들이 합종연횡을 할 여지가 생긴다.

게다가 한 계파를 이끄는 수장인 정세균·박지원 위원의 경우 분리 경선시에는 운신하기가 애매해진다. 대표에 출마하면 문재인 위원과 정면으로 맞붙게 되는데 승산이 불투명하고, 그렇다고 '마이너리그'에 해당하는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긴다. 통합 경선을 하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최다 득표를 못하더라도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계파 수장이 아닌 3선 의원들은 '마이너리그'인 최고위원에 출마하기 위해 분리 경선을 원하는 등 계파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려 이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3선인 새정치연합 최재성 의원은 5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통합선거로의 회귀를 막아야 한다"며 중진(계파 수장)은 2~3등을 하더라도 지도부에 입성하고, 신진의 지도부 입성의 문은 그만큼 좁아지는 통합 경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