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싱크홀’ 소식에 인근 주민들 불안 호소
  • ▲ 5일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에 12시 20분께 생긴 싱크홀로 주변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 5일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에 12시 20분께 생긴 싱크홀로 주변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옆 왕복 6차선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에 대한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서울시의 관리부실이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싱크홀 발생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싱크홀은 땅속 지층의 균열을 메우고 있던 지하수가 사라지면서, 남은 빈 공간이 주저앉는 현상이다.

    도심에서 싱크홀이 생기는 것은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를 너무 많이 끌어다 쓴다거나 과도한 지하수 유출이 있을 때 발생한다.

    송파구 석촌동 지역은 최근 제2 롯데월드 공사와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롯데월드는 제2롯데월드 공사에 ‘영구배수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영구배수공법’이란 땅을 굴착하는 과정에서 공사현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지하수를 퍼 올려 빼내는 공법이다. 건물을 높이 올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지하를 깊히 파서 기초공사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하수가 부력(浮力)으로 작용해 건물을 들어올리기 때문에 차수벽을 설치하고 일정량의 물을 빼내야 한다.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의 하루 지하수 유출 허용량은 1300톤이다.
    제2 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는 현재 매일 평균 약 400톤 가량의 물이 배수된다. 허용량의 절반 수준이다.

    석촌호수는 한강매립사업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롯데는 1980년부터 석촌호수에 한강물을 투입해 4~5m 수준의 수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제2 롯데월드 공사가 착공된 이후 2010년 38만톤에 불과했던 급수량이 지난해에는 97만톤으로 3배가량 늘어나는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호수가 증발돼 수위가 낮아지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석촌호수는 지면보다 약 6m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반면, 지하수는 약 8m 아래에서 흐르고 있어 석촌호수의 물이 지하수로 유입되는 구조라는데 있다.

    즉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진다는 것은 지하수 흐름이 교란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는 지반침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 제2롯데월드공사중인 의 모습.ⓒ연합뉴스
    ▲ 제2롯데월드공사중인 의 모습.ⓒ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롯데건설은 싱크홀 발생과 석촌호수 수위저하가 ‘제2롯데월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은 6일 서울 송파구 제2 롯데월드 내부에 위치한 홍보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5일 발생한 싱크홀은 지하철9호선 공사구간에서 발생한 것으로, 우리 현장과 다소 거리가 있다. 제2롯데월드타워 공사와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석촌호수의 수위는 인근 지하수보다 2m 정도 높아, 물이 끊임없이 주변 토사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지하수 교란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목격되고 있는 석촌호수의 수위저하 현상에 대해서는, “터파기 공사 전부터 1m두께 콘크리트 차수벽을 설치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제2롯데월드가 이번 싱크홀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 밑에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데다 지리적으로도 1km정도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은 모래지반 등 약한 지반이라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이번 싱크홀 발생의 가장 유력한 원인은 지하철 공사라고 보고 있다. 롯데월드는 분명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정확한 자료 공개가 안됐지만 싱크홀이 발생한 곳은 제2 롯데월드와 석촌호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제2롯데월드 보다는 석촌호수가 일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있지만 많은 제보와 자료를 통해 싱크홀 발생 주요 원인이 지하철공사에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고 덧붙였다.

  • ▲ 6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서 취재진이 49층 공사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롯데건설은 이날 취재진에 제2롯데월드 저층부와 49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 6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서 취재진이 49층 공사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롯데건설은 이날 취재진에 제2롯데월드 저층부와 49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반면,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맡고 있는 삼성물산은 공사현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싱크홀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공사를 하고 있는 내부터널이 문제가 있다면, 갱도나 무너지는 등의 현상이 발생해야하는데 확인한 바로는 현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사 전부터 지반지질조사를 확실히 했고, 연약지반에 적합한 공법인 ‘실드TBM’공법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드TBM’ 공법이란 거대한 원통모양의 굴착기가 지반을 분쇄하며 나아가는 공법이다.
    터널이 뚫리면서 동시에 콘크리트로 마감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연약지반에 적합한 공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관계자는 지하철공사가 싱크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에 대해 “원인파악은 서울시에서 하고 있고, 우리는 원인파악을 하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말하기 곤란하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사전에 지반과 돌, 지질성질, 지하수 등 기본적으로 조사를 한 뒤 공사를 시행했고, 공사과정에서의 지하수 유실 등도 전혀 없었다"며 공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싱크홀 발생의 주 원인을 놓고 롯데건설과 삼성물산이 서로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석촌동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부 이 모씨는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마을에 괴담도 많이 돌고 있다”며 “제2롯데월드 밑에 한전 고압전선이 지나가는데 수족관 허가를 냈다던가, 석촌호수 물이 빠지고 있는데 은폐하기 위해 롯데에서 메우고 있다던가 하는 괴담들이 나돌고 있다”고 말해 주민들 사이에 퍼진 불안감을 짐작케 했다.

    싱크홀 바로 앞 도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이 지역은 원해 한강이 흐르던 곳이어서 지하를 파보면 강모래가 끊임없이 나온다”며 “주변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혀있어 비가와도 스며들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지하수를 퍼서 쓰고 있는데 이러다간 분명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불안해했다.

  • ▲ 석촌동 '싱크홀' 발생 후 '관리부실' 비판을 받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 ⓒ뉴데일리DB
    ▲ 석촌동 '싱크홀' 발생 후 '관리부실' 비판을 받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 ⓒ뉴데일리DB

    서울시의 ‘주먹구구식’ 관리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서울시에서 ‘지반재해정보관리’시스템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공사에 대한) 주변의 영향을 서울시에서 제시해줘야 한다. 10년 전 만들어 놓은 자료를 활용도 않고 썩히고 있어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시는 교통영향 평가만 하지 말고, 기초지질조사 자료를 통해 지질적으로 재해위험이 있는 곳은 제한해야 한다. 무너지면 임시로 조치하는 등의 행태는 또 다른 지반침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도쿄나 홍콩 같은 해외의 경우에는 지반재해도를 통해 지반 침하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주의를 준다”며 “서울시에서 관리감독을 안하고 방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러다가는 제2의 우면산사태, 제2의 세월호 같은 인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자원 씨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잠실지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며 “정보가 시청과 구청 등에 독점돼 있고, 주민들은 접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가 얼마나 적극적 노력을 하고 있는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며 관리부실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서울시에서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외부용역을 통해 석촌호수의 물이 빠지는 원인과 대책을 세우고, 싱크홀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일주일 안으로 그 원인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지반침하 원인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본질적인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청 물관리정책과 배광환 과장은 “먼저 2차사고 방지를 위해 흙을 메꿨고, 구체적 계획을 세워 다시 굴착을 해서 원인을 밝힐 예정”이라며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조사자문단을 꾸려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