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美동맹은
    대한민국이 지켜내야 할 최대의 전략적 자산
    <韓美友好協會 2014年 3月 영원한 친구 기고 논문​>
이춘근  

 1.서​론 ​

오랫동안 함께 있어온 것들은 그것이 아무리 소중한 것일지라도
 그 소중함이 잘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함께 있다 보니 그것은 언제라도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착각되기도 한다. 한미동맹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략 자산이 바로 그런 것 중 하나다.

1953년 조인되고 1954년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한미동맹과 이를 근거로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과 함께 있었다. 이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경제건설에 매진할 수 있었고, 북한이 난동을 치는 경우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

오늘 다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오랫동안 한미동맹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쓰려는 이유는 최근 한반도 주변에 형성되고 있는 국제정세가 대단히 위태로운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는 한편, 과거, 현재에는 물론 미래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핵심 축이 되어야 할 한미동맹의 안정적 지속 여부에 약간의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

한미안보 동맹이 튼튼한데 걱정할 것이 무어냐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동맹’의 속성과 격변하는 한반도 국제정치 구조를 생각할 때, 한미동맹의 미래가 탄탄하게 보장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기우(杞憂)는 아니다. 본 에세이는 한미동맹은 미래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있어서 사활적인 전략자산이지만, 우리가 잘못 관리하면 와해 될 수도 있으며, 우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2. 한미동맹은 저절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

60여년 전 이승만 박사가 미국과 동맹관계를 이룩해 낸 것은 기적같은 일 이었다. 세계 최 하위권의 빈곤국가가 세계 최고의 강대국과 ‘동맹’을 체결 했다는 사실은 국제정치적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세계인들은 한미동맹을 이루어 낸 이승만 박사를 ‘외교의 신’ 이라고 칭송한다. 한미동맹이 체결 되는 날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에게 ‘여러분들은 두고두고 이를 통해 큰 덕을 보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

1953년 10 월 1 일 미국 워싱턴에서 변영태 외무장관과 덜레스 국무장관이 조인한 한미동맹은 즉각 발효되지 않았다. 1954년 1월 한미 양국 국회의 비준을 받았지만 한국 정부는 한미방위조약 6조 말미에 있는 문구(文句)에 불만을 품어 비준서 교환을 미루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종료에 관한 것 인데 ‘어느 당사국이던 타 당사국에 통고 한 후 1년 후 본 조약을 중지 시킬수 있다.’로 되어 있다. 1954년 11월 18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정식 발효 되었지만 6조의 내용은 수정되지 않았다. 즉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어느 한편이라도 종식을 원하면 상대방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종료를 통보할 수 있고, 그 후 1년이 지나면 조약은 자동 종료 되게 되어있는 것이다. ​

한미동맹이 60년 이상 지속 되었다는 사실에 가려져 한미동맹의 위태로웠던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 졌지만, 한국에 좌파적 정권이 존재했던 시절 또는 차라리 김일성을 더 선호한 카터 같은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었던 시절, 한미동맹은 살얼음판 위에 서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들 중에는 한미동맹의 폐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를 지지하는 국민도 수백만이 넘는다. ​

한국 국민들은 대체로 동맹의 본질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 국민 대부분이 동맹은 ‘친한 나라’들이 맺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동맹은 친한 나라가 아니라 ‘공통의 적’이 있는 나라가 맺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은 전혀 친하지 않았고 서로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나치독일, 군국 일본이라는 ‘공통의 적’이 존재 했기에 동맹이 되어 2차 대전을 함께 치렀다. ​

북한을 더 이상 적으로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정권이 존재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북한을 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북한을 ‘공통의 적’으로 상정하고 수립된 한미 동맹의 존재는 우습게 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 한미동맹이 당면했던 어정쩡한 상황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더 이상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한미동맹은 모순에 처하게 된다. 북한의 집요한 미북 불가침 체결 요구가 관철 되는 경우에도 한미동맹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북한과는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미북 불가침 조약)과 북한과 싸워 주겠다는 약속(한미상호방위조약)이 공존하기 힘들다.​

3. 주변국들도 한미동맹의 와해를 원할지 모른다 ​

중국의 경제력 증강은 경제력 증강속도 보다 훨씬 빠른 군사력 증강을 동반하고 있다. 1989년부터 2012년 까지 중국의 국방비는 중국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거할 경우 15배나 늘은 것으로 나타난다. 연평균 16% 증가의 놀라운 것으로 1차대전 및 2차대전 직전 독일의 군비증강 수준을 넘을 지경이다. ​

중국의 군가비 증강에 미국과 일본이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12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아시아로 회기(Pivot to Asia)하고 있으며, 중국의 부상으로 깨져버린 아시아의 균형을 다시 회복한다(Rebalancing Asia) 는 기치 아래, 아시아에 군사력을 증파하는 동시에 일본 군사력의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이같은 상황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본격적인 우경화 행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은 금기시 되어온 일본의 집단 자위권마저 허락해 주었다. ​

‘이웃 국가는 결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국제정치학의 진실이 하나 있다. 중국, 일본 중 한 나라가 상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지 않는 한, 두 나라는 영원히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오랜동안 고래 싸움에서 새우 등 터지는 힘든 역사를 살아왔다. ​

그러나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을 통해 중급 강대국으로 성장하는데 성공했다. 군사력, 경제력 등을 종합 평가 할 때 한국은 세계 12위권의, 결코 약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2013년 5월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바 대통령과 한미동맹의 지속에 대해 합의했다. 과거 60년 못지않게 돈독한 한미동맹의 미래 60년을 약속한 것이다. 60년 전 동맹을 결성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오히려 미국이 더욱 적극적 이었다. 한국은 강해졌고 미국이 인식하는 한국의 가치가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미국이 대한민국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전략적 근거는 무엇일까? 미국은 곧 망할 위기에 처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 동맹의 장기적 지속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물론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지만, 그 이후 미국이 생각하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중국을 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

미국은 통일을 이룩한 대한민국과 미국이 동맹을 지속할 경우, 중국의 도전을 제어하기가 훨씬 용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너무나도 당연한 분석이다. 미국은 통일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중국은 물론 잠재적인 일본의 도전마저 용이하게 제어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본다. 한미 동맹은 미국이 아시아 전체를 컨트롤 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전략자산이 되는 것이다. ​

지금부터 110년 전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난 후, 미국은 별 전략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었던 조선을 일본에게 넘겨주는 대신,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필리핀을 확보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은 미국조차 그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위에 도달했다. 우리는 이 같은 성취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60년 우리의 역사는 자랑할 수 있는 역사다. ​

미국이 우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과 정확하게 반비례하는 것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입장이다. 모름지기 패권국의 꿈을 꾸지 않는 강대국은 없다. 그동안 국력이 증강된 중국이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서라도 패권의 지위를 차지하려는 것은 정당한 꿈이다.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행동 역시 정당한 일이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이 모두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행한 일들은 결국 두 나라의 충돌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미어셰이머(Mearsheimer)교수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悲劇)’ 이라고 묘사했다. ​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막기 위해 한미동맹의 지속 및 강화를 원하는 것처럼 중국은 가능한 한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내기 원한다. 통일을 이룩한 막강한 한국이 미국과 양호한 동맹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중국의 아시아 패권도전에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한미동맹을 이간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 인 중국의 국가 전략이다. 우리들은 이미 중국이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에 추파를 던지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

요즘 일본의 우파적 행동이 도를 넘는 느낌이다. 이 같은 행동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이유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이 그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정치학의 원칙을 따른다면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중국의 위협에 대항해야 하는 것이 옳다. 미국 사람들은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오는 공통의 위협에 당면한 한국과 일본이 왜 그토록 싸우는지 모르겠다.’ 고 말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한일 간의 끝없는 갈등에 미국은 분노(infuriated) 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

문제는 한국 사람들은 일본의 위협을 과대평가할 수밖에 없는 역사와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한국이 잘 지내기 어렵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지정학적 진실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사람들은 한국과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일본이 보기에 친중적이며 반일적인 한국이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부담스럽다. ​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일본도 한미 동맹의 와해를 은근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일본이 작금 벌이고 있는 행동은 마치 미국에게 일본과 한국 중 한 나라를 택하라고 윽박지르는 것 같다. 작금의 한일관계가 어떻게 귀결 되느냐는 미래 한국의 운명에 적지 않은 충격을 가할 것이다. 다음의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일관계가 다시 회복되어 한미일 3각 동맹이 양호하게 작동 되는 경우​ ​둘째, 한일관계가 파탄 나고 미국이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하며 한미관계는 유명무실 해 지는 경우​ ​셋째, 한일관계가 나빠질 지라도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 등을 상정할 수 있다.​

​미국이 바라는 것은 첫 번째 상황일 것이며 필자도 반드시 첫 번째 상황으로 귀결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재 한국과 일본정부와 국민들이 바라는 상황이 진정 한일관계의 회복 및 한미일 3각동맹의 회복 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

첫번째가 아니라면 일본은 두 번째, 한국은 세 번째 상황을 원할 것이다. 만약 어쩔 도리 없이 일본과 한국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미국은 어느 나라를 택할 가능성이 높을까? 할 수 없을 경우 일본을 택하지 않을까? 미국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없다. 미국은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대만을 헌신 짝 버리듯이 버렸고, 수십년 동맹, 월남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미국의 전략은 언제라도 냉혹한 국가이익에 의거하는 것이지 감정이나 도덕에 의거하는 것은 아니다. ​

조선일보 강인선 논설위원은 미국 내에서 ‘어차피 중국편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 인도, 베트남, 호주 등과 함께 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음을 지적한 적이 있다. 필자는 최근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인도네시아 군사대학에 유학 했었다던 공군 장교로부터 “미국인 교수가 2015년 무렵 대한민국은 미국의 잠재적 적국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서 놀랐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악몽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지만 국제정치 영역에서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다.​

4. 한국의 전략적 선택- 한미동맹의 적극적 강화 ​

지난 수십년 동안 한반도의 안보구조는 대단히 단순했다. 냉전체제 아래서 우리는 미국과의 돈독한 동맹을 잘 유지하는 것만으로 어려운 환경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작금 진행되고 있는 동북아시아 국제구조 변동은 우리의 처지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었다. 현재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는 북한을 제외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 일본과 중국의 갈등, 한국과 일본의 갈등, 한국과 미국의 동맹, 미국과 일본의 동맹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

문제가 되는 것은 점차 첨예화 되고 있는 한일 갈등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구상하는 한미일 3각 동맹 강화가 어긋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한국이 현재 미국이 대적하려는 중국과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더욱 용납하기 어려운 부조화(不調和)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냉전 당시 자유진영 내 국가들은 높은 수준의 일체감(Intra Bloc Cohesion)을 유지했고 이를 통해 미국은 공산진영을 제압 할 수 있었다. ​

미국이 중국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한미일의 긴밀한 일체감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한국이 일본과는 다투고 중국과는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구조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국민들의 친중 반일 정서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제정치의 흐름과 어긋나고 있다. 현재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미국과 일본이 한편이 되어 중국과 본격적으로 경합하게 될 경우 한국의 입장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

미일과 중국의 대결이 심화 될 경우 첫째, 한국 국민들은 중립을 지키는 방안을 선호할지 모른다. 둘째는 미일과 한편이 되는 방안, 셋째는 중국을 편드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이중에서 첫 번째와 세 번째 즉 중립을 지키는 방안과 중국을 편드는 방안은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 할 것이 분명하다. ​

우리가 「미일 vs 중국」의 대결에서 중립을 지킬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만 그럴 경우 미국은 한국을 진정한 동맹국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고 한미동맹의 가치는 서서히 소멸 될 것이다.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 시켜 한미동맹의 약화에서 초래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할 것이다. 이 경우 일본은 우경화를 넘어 군국화 할 것이다. ​세 번째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중국을 편드는 경우 그것은 한미 동맹의 파탄을 넘어, 한국과 미국이 적대관계로 빠져 들어갈 일이 될 것이다. 미국을 잠재적국으로 돌리는 경우 한국은 최악의 전략 파탄 상황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

「미일 vs 중국」 의 갈등이 본격화 할 경우 우리의 합리적 선택은 미일의 편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것을 감수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점차 심각해지는 미중 갈등 구조 속에서 한국이 두 나라 모두로부터 이익을 취할 수는 없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안보는 미국과 함께, 경제는 중국과 함께’라는 쉬운 말을 하고 있지만 국제정치의 영역에 쉬운 일이란 하나도 없다. ​

2012년 간행된 전략적 비전(Strategic Vision) 이라는 책에서 브레진스키 박사는 미국이 몰락한다고 가정 할 경우, 한국은 진정 어려운 전략적 선택에 직면하게 될 터인데, 세가지 선택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나는 중국에 “종속”되는 것이다. 우리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지만 미국이 없을 경우 한중관계가 지금과 같은 수준의 ‘대등한’ 관계로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브레진스키 교수는 미국이 빠진 한중 관계를 ‘종속’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표현 한 것이다. 브레진스키 교수가 제시하는 두 번째 선택은 한국이 핵무장을 포함, 스스로 군사 강대국이 되어 자신의 안보를 도모하는 방안이며 셋째는 일본과 협력하여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다. ​

책이 출간된 후 약 반년이 지났을 때 한국의 한 신문사가 브레진스키 교수에게 어떤 방안이 가장 좋은 것인지를 물었다. 브레진스키는 서슴없이 세 번째 방안, 즉 일본과 안보협력을 하는 것 이라고 대답했다. 현실적 국제정치의 원칙에 의거한 정답이 아닐 수 없다. 한국사람들은 일본을 중국보다 오히려 더욱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보는 당장의 안보 위협의 근원은 일본의 우경화가 아니라 중국의 군사화다. ​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이 동북아시아 안보에 도움이 될 것” [원문은 A Patriotic Japan that has converted its self defense force into a standing army like any other country’s would ADD to the Security of Northeast Asia] 이라고 조차 쓰고 있을 정도다. ​

브레진스키교수의 ‘미국이 몰락한다는 가정’은 가정일 뿐이며 미국은 최근 더욱 막강한 군사력은 물론, 셰일가스 채굴로 인한 ‘에너지 혁명’을 통해 경제력도 급속히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일본의 우경화에도 대처해야 하고 중국과의 경제관계도 돈독히 유지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을 한번에 가능하게해 주는 것이 한미동맹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것이다. ​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 될 경우 미국은 일본의 우경화를 더 이상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동북아시아 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린치핀(Linchpin)이라고 했다. 한미동맹의 강화는 막강한 린치핀의 등장을 의미하는데 무엇이 아쉬워서 미국이 일본의 군사력을 강화 시켜줄 필요가 있을까? ​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 될 경우 우리는 중국과 대결하게 될 것만을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미국이 중국의 도전에 쉽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면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보다는 지금까지처럼 경제적인 협력을 통해 이익을 도모하는 방법으로 국가전략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우리는 중국과의 돈독한 경제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한미동맹이라는 안전장치의 존재는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국제구조와 조선이 망했던 무렵의 국제정치 구조를 전혀 다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약화 될 경우, 우리나라 주변의 국제구조는 조선이 망하던 무렵의 국제구조와 거의 똑같아 진다. 그래서 우리는 이처럼 소중한,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크게 훼손 될 수도 있는 한미동맹을 오래도록 지켜내야 한다. 한미동맹은 저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잘 유지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비로소 유지될 수 있는 대한민국 최대의 전략 자산인 것이다. http://blog.naver.com/choonkun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