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대학생들, 비용부담 이유로 통일문제에 부정적
  • ▲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적은 광고판이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 타임스스퀘어에 내걸렸다.ⓒ 연합뉴스
    ▲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적은 광고판이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 타임스스퀘어에 내걸렸다.ⓒ 연합뉴스



    통일 대박론을 생각하며


    아직도 통일비용 때문에
    통일을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다시 한번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김태우(국방일보)


    수년 전 지방의 모 대학에서 통일특강을 했다. 당시 필자는 통일연구원장으로 재임하던 중이라 대학들로부터 통일문제와 관련한 특강을 요청받곤 했었다. 그날의 주제는 ‘통일의 가치와 비전’이었다. 통일은 대박인가 아닌가를 따져보는 그런 특강이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한국에는 통일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통일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공감하는 학생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200여 명 학생 중 30명 정도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강연을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지불하고 있는 분단비용, 통일을 이루었을 때 얻는 경제적·비경제적 편익, 통일이 의미하는 민족사적·세계사적 의미 등을 차례로 짚어나갔다. 많은 학생이 고개를 끄떡였다.

     “피붙이를 남겨두고 온 탈북민들이 자식들과 재회해 흘릴 기쁨의 눈물은 얼마짜리입니까?” “민족이 다시 하나가 돼 삶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입니다.” “가난하고 괄시받던 우리는 경제 기적을 통해 세계 15위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우리가 통일을 통해 세계사 속에서 더 높게 자리매김하고 더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면,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닙니까? 비용 때문에 통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괴담입니다….” 학생들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상당히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때 한 학생이 “질문 있습니다”라고 소리치면서 손을 번쩍 들었다. “잘 알겠습니다. 통일비용보다는 통일편익이 훨씬 더 크고 더 많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통일편익은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것 아닙니까? 왜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비용을 물어야 합니까? 왜 제가 세금폭탄을 맞아야 합니까?”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필자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국의 젊은이들 모두가 학생처럼 생각한다면 이 나라는 미래가 없는 것 아닙니까? 우리 부모들은 우리를 위해 희생했고, 우리도 자식들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학생도 언젠가는 아버지가 될 것인데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지 않을 겁니까? 학생의 논리대로라면 예순 나이를 넘긴 나 같은 사람이 통일의 가치를 부르짖고 다니는 것 자체가 정신 나간 일 아닙니까? 내 살아생전에 통일이 가져다줄 부귀영화를 누려보겠다고 이러고 다니는 줄 아세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 학생은 겸연쩍어하는 기색을 보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필자는 아직도 통일비용 때문에 통일을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다시 한번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날의 특강은 그렇게 끝났다. 웬일인지 콧잔등이 찡해왔다. 강의실을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고맙다. 딸들아 아들들아.”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 출처 : 국방일보 7일자 16면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