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사래 치던 孫, 출마로 선회하나…애태우는 민주
    김한길 '삼고초려'에 장고 들어간 孫…최종 결심 주목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6일 10·30 경기 화성갑 보궐 선거에 대한 당의 거듭된 출마 요청을 받고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그동안의 '불출마 고수' 입장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오는 가운데 당 전체가 손 고문의 '입'만 바라보며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며칠간 손 고문의 출마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는 '롤러코스터' 처럼 극과 극을 오가며 몇 차례에 걸쳐 요동쳤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의 공천이 확정된 뒤인 지난 4일 손 고문이 김한길 대표와의 심야회동에서 지도부의 예상을 뒤엎고 출마요청을 고사하자 당 전체는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다.

    박근혜정부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未)이관 정국'에 따른 수세국면의 돌파를 노리던 민주당으로선 허탈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대표가 일부 인사들을 '특사'로 보내 재회동을 제안했지만 손 고문은 요지부동이었다.

    이 과정에서 손 고문이 이미 출마를 선언한 정세균계의 오일용 현 지역위원장에 대한 내부 교통정리 등이 사전에 이뤄지지 않은 점 등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얘기도 새어나왔다.

    이에 따라 '손학규 차출론'은 무산 되는듯 했으나 김 대표가 이날 재보선 공천심사위를 전격 연기하며 '삼고초려'에 나서면서 상황은 반전의 모멘텀을 찾았다. 오 위원장 후원회장인 정세균 고문도 손 고문측에 "출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강원 춘천에 머물던 김 대표는 급거 상경, 손학규계 인사 약 20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손 고문 귀국 환영만찬 자리로 찾아와 다시 한번 'SOS'를 쳤다. "당의 총의"라고 여러 번 강조하며 예우도 깍듯이 갖췄다.

    김 대표로선 손 고문 출마가 끝내 불발되고 그 여파로 재보선에서 참패할 경우 후폭풍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김 대표의 계속되는 '구애'에 손 고문도 "조금 시간을 갖고 국민의 눈으로 국민 뜻을 깊이 살피겠다"고 답했다. 속시원하거나 흔쾌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손 고문이 회동 제안에 일단 응한데다 기존의 완강한 불출마 입장에서 '유보'로 물러선 만큼, 결과적으로 출마 쪽으로 선회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안팎에서 제기된다.

    손 고문의 비서실장인 김영철 동아시아미래재단 대표이사도 회동 후 "여지를 아예 차단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실제 손 고문은 이날 회동에서 "민주당 공천은 '정도'로 가야한다", "당을 넘어 국민의 뜻을 생각해야 한다", "자숙해야 할 때" 등 여전히 주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재기를 노리는 손 고문으로선 '양날의 칼'을 받아든 형국이어서 막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승리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출마시 그 결과에 대한 위험부담이 적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거세지는 출마 압박을 끝내 뿌리칠 경우 '선당후사'(先黨後私)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받으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 이날 만찬에서도 손 고문의 출마 여부를 놓고 참석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정말 고민이 많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늦어도 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산하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 기념 행사 때까지는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그 이전까지 손 고문의 '구원등판' 여부를 놓고 민주당의 가슴앓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