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앞세운 거침없는 수사..특수수사의 [교과서] 평가 받아안상영-남상국 등 조사자 릴레이 자살, 당시 “당혹스럽다” 심경 밝혀
  • ▲ 혼외 아들 논란과 이에 따른 법무부장관의 감찰 지시로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 연합뉴스
    ▲ 혼외 아들 논란과 이에 따른 법무부장관의 감찰 지시로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 연합뉴스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을
    [전설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이른바 [호위무사들] 시각에서만 본다면,
    채동욱은 한 마디로 [덕장]이다.

    수사는 원리원칙대로 고민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민첩하고 거침이 없다.
    수사 결과는 본인이 책임진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따르는 후배가 많다고 주장한다.
    업무를 조정해 수사를 지휘하는 능력도 탁월하다며
    칭찬에 침이 마른다.

    [특수수사의 교과서]란 별칭도 그냥 붙은 게 아니라고 칭송한다.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추겨 세운다.
    법조계는 물론
    문화계와 정-재계 등에도 가까이 지내는 이들이 많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속 따뜻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
    이것이 그를 따르는 사람들,
    이른바 [전설의 영웅 호위무사들]의 얘기다.


    그런데 [혼외 아들 논란]이 불거진 뒤,
    언론의 현미경 검증이 이어지면서
    그의 과거 행적들이 이슈로 떠올랐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2004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시절
    그가 수사를 지휘한 사건의 당사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것.

    <안상영> 전 부산시장은,
    그해 2월 4일 부산구치소에서 목을 매 자살했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은,
    같은 해 3월 11일 한강에 몸을 던졌다.

    두 사람 모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당시 부장검사 채동욱)에서
    수사를 받던 이들이었다.

    이 중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한강투신은
    자살과정과 방법, 그 배경 등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매우 큰 충격을 줬다.

    남상국 전 사장이 대우건설의 경영을 맡은 시기는 2000년대 말이었다.
    그는 대우건설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자살한 때로부터 불과 몇 개월 전인 2003년 말에는
    대우건설을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키는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사장 유임을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혐의가 드러나면서
    강도 높은 검찰수사를 받았다.

    그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3개월째 이어졌다.
    혐의도 다양했다.

    대우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비자금과 관련된 불법정치자금 및 뇌물 제공,
    대통령 친형 건평씨에 대한 사장직 연임 청탁 금품 로비 등이었다.

    이 중 핵심인 대우건설 비자금 관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당시 부장검사 채동욱),
    건평씨에 대한 수사는 특수1부(당시 부장검사 김태희)가 각각 나눠 맡았다.

    이 과정에서 <채동욱 부장검사>가 이끄는 특수2부는
    정대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안희정씨,
    송영진 의원,
    박상규 한나라당 의원,
    서정우 변호사 등이

    남상국 전 사장으로부터
    2억원~15억원에 이르는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남상국 전 사장이 자살한 2004년 3월 11일 오전 11시 20분,
    노무현 대통령은 생중계로 방송된 TV기자회견에서
    사실상 그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건평씨)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

       - 노무현 전 대통령


    남상국 전 사장이 건평씨에게 유임을 부탁하면서
    3,000만원을 건넸다는 검찰 혐의를 직접 언급한 것이었다.

    집에서 아내와 함께 방송을 보던 남상국 전 사장은
    대우건설 법무팀장에게 전화를 건다.

    "내가 모두 짊어지고 간다.
    한강 남단에 차를 세워뒀으니 가져가라."


    남상국 전 사장의 자살 통지가
    법무팀장-변호사를 거쳐
    <채동욱 부장검사>에게 전달된 것은
    이날 낮 12시10분께였다.

    <채동욱 부장검사>
    남상국 전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맡은 주임검사를 시켜
    전화통화를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12시25분,
    주임검사는 경찰 112지령실에
    남상국 전 사장의 한강투신 사실을 알린다.

    파장은 컸다.
    대통령의 [공개 막말]이 죽음을 불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는 당혹스러워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 책임론]을 내세웠다.

    친형을 감싸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국민 앞에서 모욕적인 언사로 깎아내린 대통령은

    이 엄중한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

       - 민주당 장전형 수석부대변인


    유가족은
    남상국 전 사장이 [파렴치범]으로 몰리자
    [수치심]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자신의 혐의를 진실로 단정 짓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표에
    죽음으로 항변을 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채동욱 부장검사>는 사건 직후, 브리핑을 했다.

    특수2부에서
    대우건설 비자금 관련 남 사장을 조사한 것은

    1월 27일이 마지막이었다.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자살사건과 한화갑 의원 조사 때문에
    그 이후로 남 사장을 조사하지 못했다.


    남상국 전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 2부는
    각각 긴급회의를 열어 조사 당시 상황과 내용을 확인하면서
    문제가 없었는지를 자체 점검했다.

    심경을 묻는 질문에 <채동욱 부장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울하다.
    마음이 편치 않다.
    당혹스럽다."


    사건이 일어나고 11일이 지난 3월 22일 낮 2시2분,
    남상국 전 사장은 한남대교 남단 하류 100m지점에서 주검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남상국 전 사장의 자살사건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조사자들의 잇따른 자살로 [시련]을 겪은 <채동욱 부장검사>
    그 뒤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발령을 받고 서울을 떠난다.

    그리고 2년 뒤인 2006년 2월,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그래서 김윤상 검사 같은 사람들이
    그를 [전설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우며 [호위무사]를 자청하는 것일까?

    무협소설의 주인공처럼,
    채동욱 검찰총장(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으니)의 내공이 그야말로 [절륜]해서
    [강호의 고수]들이 알아서 죽어나간 것일까?

    채동욱 당시 부장검사의 표현대로
    "우울하고, 마음이 편치 않고, 당혹스러워.."
    혹시 임여인이 당시 운영한 주점에서
    한잔 술로 [운기조식]을 한 것은 아닐까?

    사실여부는 알 수 없지만,
    머릿 속에선 이런 상상력이 마구 피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