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반관반민 6자회의 또 '반쪽'…韓美日러 수석 불참
    韓·美는 학계 인사, 日은 주중 대사관 관계자만 옵서버로
    中·北은 6자회담 수석대표, 러시아는 차석대표 참석 예정


    (워싱턴·모스크바=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오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북핵 6자회담 당사국 1.5트랙(반관반민) 회의에 수석대표들은 참석시키지 않고 학계 인사 등만 보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13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러시아도 수석대표가 아닌 차석대표를 파견한다.

    이에 따라 2011년에 이어 올해 회의도 중국,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만 참석하는 반쪽 행사에 그칠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은 9·19 공동성명 8주년을 맞아 18일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주최로 6자회담 당사국의 수석대표와 외교관, 학자 등이 참여하는 1.5트랙 회의를 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워싱턴DC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보이는 태도와 주변국의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아직 6자회담 당사국들의 정부 당국자들이 회동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특히 이번 회의는 학술회의 성격을 띠고 있어 한·미·일 3개국이 학자 등만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처를 하기 전에는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없다는 3개국의 공동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측에서는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불참하고 북핵 문제에 정통한 연세대 문정인 교수, 고려대 유호열 교수, 성균관대 이희옥 교수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라인 실무자가 참석하더라도 자격은 옵서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가지 않는다.

    대신 국무부 한국과장을 거쳐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이 참석할 예정이며 국무부 북한 분석관 출신인 밥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원 등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싱크탱크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국무부에서 북핵문제를 담당한 경험이 있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리비어 회장은 1990년대 북·미대화와 북핵 협상을 지켜봤고 칼린 연구원은 2010년 말 지그프리드 해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과 함께 영변의 농축우라늄 시설을 둘러봤다.

    일본도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파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주중 일본대사관 관계자가 옵서버로 나간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미국 국무부는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보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가 참석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 6자회담 수석대표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 대신 차석대표인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북핵담당 특별대사를 보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모스크바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중국 6자회의에 러시아가 로그비노프 대사를 파견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1년 9월에도 9·19 공동성명 6주년을 기념하는 1.5트랙 세미나를 열고 6자회담 재개 분위기 조성에 나선 바 있다.

    당시에도 중국과 북한에서는 우다웨이 특별대표와 리 부상이 참석했지만 한국, 미국, 일본은 실무진급 외교관을 옵서버 형식으로만 참석시켰을 뿐 토론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6자회담은 북한의 핵무기 및 핵개발 프로그램의 신고 및 검증 과정에서 난관에 부닥쳐 2008년 12월 마지막 협의를 끝으로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