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

    한국은 정치하기가 가장 어려운 나라이고,
    북한은 정치하기가 가장 쉬운 깡패집단이다.

    최성재

        
       
    정치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발견된다.
    침팬지와 보노보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인간 사회와 가장 유사한 집단생활을 영위한다.

    벌과 개미는 고도로 분업화된 군거(群居)집단을 이루고 있지만,
    정치는 없다.
    DNA가 시키는 대로 각자 맡은 일을 일사분란하게 담당한다.

    많은 동물 세계처럼
    힘센 자가 쇠발톱으로
    한 집단을 지배하고
    암컷을 독차지한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연합과 타협,
    균형과 견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침팬지는
    힘을 합치면
    약한 자도 강한 자를 이길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연합할 능력이 없으면 지도자가 되지 못한다.
    그런 자는 지도자가 되더라도 이내 축출된다.
    연합하되 잠재적인 적은 피하는 게 좋다.
    1등이 4등과 연합하고
    2등과 3등이 연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면 가장 안정적이다.

    이런 전략은 국가 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이
    월남전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는 전략으로
    배후 세력인 소련과 중공을 떼어놓기 위해
    중공과 국교를 수립한 것도
    이 전략에 따른 것이다.

    현재는 2인자 중국의 힘이 너무 급속하게 커지자,
    1인자 미국은 일본과 인도와 베트남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 중동과 아프리카의 뒤를 봐 주며
    50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

    보노보(bonobo)는
    난쟁이 침팬지라고도 불리는데,
    2차 대전 후 본격적으로 연구되었다.
    침팬지는
    다윈의 진화론과 맞물려
    약육강식의 서구 제국주의를 합리화하는데
    널리 악용되었다.
    전쟁은
    이 이론에 따르면
    태풍이나 지진처럼
    자연의 법칙에 지나지 않는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
    인류 파멸을 어린애도 예상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의 힘이
    자연을 능가하고 제우스와 마르스에 근접함에 따라서,
    더 이상 적자생존(the survival of the fittest)으로
    침략을 정당화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때 눈에 띈 유인원이 보노보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보노보 사회에는 싸움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싸울 일도 별로 없다.
    먹을 게 충분하니까!

    콩고공화국의 너그러운 자연에 서식하는 보노보는
    힘센 수컷이 아니라 말발 센 암컷이 지도자이다.
    지도자이되
    상하가 엄격한 수직형이 아니라
    서로 평등한 수평형 지도자이다.

    보노보는 접촉을 매우 좋아한다.
    그것은 사교이기도 하고 정치이기도 하다.
    교미를 너무 빈번하게 한다.
    인간에겐 민망하게도
    암컷과 수컷이 마주보고 교미한다.
    암컷끼리도 하고
    수컷끼리도 한다.
    그렇게 긴장을 풀고 갈등을 해소한다.

    반면에 인간은
    어릴 때는 신체접촉을 무한히 필요로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말로써 그것을 대신한다.

    약육강식이니,
    적자생존이니,
    문명화 사명(civilizing mission)이니,
    이런 제국주의적 요설(饒舌)은
    인간의 힘이 너무 강해지면서
    핵무기의 위력을 목격한 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침팬지의 경쟁은 피할 수 없으되,
    보노보의 협동도 배울 필요가 절실해진 것이다.
    보노보의 협동이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과연 2차 대전 후
    공산권을 제외한 자유세계에서는
    민주화의 봄바람이 광범위하게 불었다.

    그러나 민주화는
    산업화가 선행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보노보처럼 너그러운 자연에 기대기에는
    인간은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치는
    다른 말로 하면
    힘이 엇비슷한 사람끼리 주고받기인데,
    깡패집단이나 독재국가에선
    힘의 차이가 확연하므로
    정치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한다.
    눈곱만큼 주고 남산만큼 빼앗으면 그만이다.
    입을 삐죽거리는 자는
    바로바로 제거해 버려
    무지렁이들의 무의식에
    공포의 지옥을 심어 준다.
    특히 중앙집권의 문화가 강한 나라에선
    정치가 발달하지 못한다.

    왕이
    지방에 왕의 남자를 파견할 수 없었던 서구나 일본에서는
    민주화 이전에도
    정치행위가 고도로 발달했다.
    같은 유럽에서도
    지방분권의 문화가 강했던 영국에서
    그와 반대인 프랑스보다
    정치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제 잘난 맛에 살던 아테네에서는
    민주가 발달했지만,
    신분은 엄격하게 달랐으되
    서민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모두 청빈하게 살았던 스파르타에선
    개미의 세계처럼
    800년간 반란도 없었지만
    민주도 발달할 수 없었다.

    정치는
    또 다른 말로 하면
    다수의 참여인데,
    중앙집권의 문화가 강한 조선에선
    늘 중앙에서 소수가 모여서
    법 위의 존재인 왕만 구워삶으면
    제 세상을 만들 수 있었으므로
    유교의 이상사회인 대동(大同)사회는
    문자로만 존재했다.

    양반을 누르면서
    그들에게 분에 넘치지 않는 부와 권력을 주고
    백성을 배부르게 한 정치는
    조선초 외에는 아예 사라졌다.

    이런 중병을 고쳐 경장(更張)하려 했던 양반이
    율곡이었다.
    그러나 그는 광범위한 기득권 모두에게 눈엣가시였다.
    아첨에 혹하고 비방에 솔깃해진 왕도
    잔소리꾼이 싫어졌다.

    현대에 이르러,
    미국과 이승만에 의해 도입된 자유민주는
    한국인에게 무척 낯선 제도였다.
    그것은
    선거로 중앙의 권력을 잡으면
    생산을 늘려 고루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
    같은 패거리끼리 나라 곳간을 헐어 나눠 먹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자유민주는 선거민주로 이해되었다.
    선거만 치르면
    그 후에 아무리 나라가 지리멸렬해도
    그것은 민주고,
    선거를 안 치르면
    아무리 법을 잘 지키고
    아무리 잘살게 되어도
    무조건 독재로 매도되었다.

    더 나아가
    아무리 선거를 하더라도
    [내]가,
    [우리]가 승리하지 못하면
    그것은 부정선거로 매도되거나 꼬투리 잡혔다.

    정치는 다른 말로 하면 공존인데,
    한국의 중앙집권 문화 풍토에서는
    집권만 하면 견제세력이 없어지게 되므로
    반대세력을 축출하고 말살하려 들므로,
    정치가 들어설 자리가 매우 좁다.

    오히려 공존은
    세 치 혀와 열두 치 붓에 의해
    지금도 독재세력으로 일방 매도되는 군인 출신 대통령 집권 때
    잘 지켜졌다.

    무엇보다 공존의 9할을 차지하는 경제를
    2차대전 후의 신생 독립국 100여개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후천개벽(後天開闢)시켰고,
    정부와 공기업만이 아니라
    기업계에서도
    능력에 따라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게 만들었고
    정적을 죽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등병 계급도 못 달았던 선거민주 광신자가 집권하면서
    광범위한 정치보복이 가해졌다.
    군인 출신은 능력에 무관하게 요직에서 척결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대한민국에 조금이라도 공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 공이 많을수록
    모조리 친일파와 독재파로 몰아세워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정적의 씨를 말리려 들었다.

    자유민주의 가장 큰 적인
    소급입법까지 만들어
    이미 죽은 자를 또 죽이고
    한 번 죽인 자를 또 죽이며
    시간(necrophilia)의 쾌락에 몸을 부르르 떤다.

    그러면서 그들은
    정치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김일성 일가의
    극악한 독재는 무한히 부러운지,
    무한 권력독점이 그렇게 부러운지
    무조건 두둔하거나
    역사를 제멋대로 편집하고 [뽀샵]하여
    한반도기를 흔들며
    하늘에 닿도록 찬양한다.
    북한인권 얘기만 나오면
    길길이 뛰며
    인간방패가 되어 최고존엄을 에워싼다.

    자유민주가 뭔지 전혀 모르거나
    자유민주를 내심 증오한다는 간접적 증거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정적과 대기업을
    마교(마르크스)의 증오와
    성리학의 독선으로
    악의 괴수와 하수인으로 매도하여
    오늘도 청계천에서
    100만개의 촛불을 그리워하며
    기껏 수천 개의 촛불을 치켜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