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현오석 부총리(왼쪽)와 조원동 경제수석 ⓒ연합뉴스
    ▲ ▲ 현오석 부총리(왼쪽)와 조원동 경제수석 ⓒ연합뉴스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 불과 며칠을 못 견디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됐다.

민주당은
[종친떼](종북-친북-떼촛불)와 손잡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땡볕에 앉아 [떼촛불]시위를 했다.

그러는 사이
기획재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내 놓았는데
이게 [떼촛불]보다 더 큰 불꽃을 국민들의 마음에 질렀다.
청와대의 경제 수석도,
부적절한 비유로 또 도마에 올랐다.

사실 곰곰 따지고 보면,
이해 못 할 것도 없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선의로 해석하면 나름 일리가 있다.

그래도 안정적인 수입을 가진 사람들이 1년에 10여만원,
다시 말해 한 달에 만 원씩 모아
수입이 더 적고 기댈 데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생각이
잘 못 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지 모른다. 

되도록이면 세금을 조금 올리기 위해서,
여러 날 여러 밤을 고심하면서 궁리하고 계산했던,
그 많은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들의 노력과 수고는 헛 것이 됐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과연 현오석 부총리와 조원동 경제수석은
어디서 무엇이 잘 못 됐는지,
제대로 알기나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점이다.

현오석과 조원동으로 대변되는 경제팀은
가장 기본적인 인식의 틀이 잘 못 됐다.
기본 틀이 낡았기에,
어떻게 해도 반발이나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사람들의 생각은 예전같지 않다.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혹은 장관이든,
그들이 넓은 집무실에서 위세를 떨치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텔레비전의 화면을 장식하며,
수십兆 수백兆를 주무르는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은가? 

[내가 낸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의식이,
점점 더 보편적으로 퍼지는 시대이다.

봉급생활자들이
악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손에 쥐기도 전에 싹뚝 잘라간
그 돈이다.

사업자들이
직원들에게 봉급주고
자기 수입은 못 챙기더라도
내어 주는 그 돈이다. 

너무 밀리면
심지어는 남의 통장을 압류하는 강제조치 까지 취하는 것이
바로 세금이다.

이렇게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신성한 의무]라고 포장해서 가지고 가서
장관이든 수석비서관이든
경제정책을 세운다.

그리고 그 돈으로 국회의원들은
면책특권에 발언특권까지 도매금으로 확보하고는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활동한다. 

[국회의원이든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살 점을 떼어준 것 같이 힘들게 낸 돈으로 움직이면서,
이렇게 큰 소리 쳐도 되는거야?]
라는 의식이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


  • ▲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 ⓒ연합뉴스
    ▲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 ⓒ연합뉴스



  • 물론, 국가를 고마워하는 국민들도 꽤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살기가 힘들어지거나 낙심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런 계층이다.

    정부에서 주는
    약간의 지원금-병원 입원비를 보조받은 사람들에게
    국가는 참 좋은 기구이며
    수퍼 파워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 주머니에서 단 1,000원일지라도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니,
    정부는 먼저 어떤 식으로든지
    세금개편안을 미리 내놓고
    논의하고,
    상의하고,
    조언을 구하고,
    설득해야 했다.

    정부는 정 반대로 갔다.
    어느날 갑자기,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는
    국민들을 훈계하려 들었다.

    조원동 경제수석이,
    설명자료로 써 먹은 [거위의 깃털]은,  
    조 수석 생각엔 이렇게 하면 이해하겠지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크게 빗나간 비유이다.

    “국민을 거위로 봤다는 말이냐?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하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들을 노예나 종 처럼 부리던
    전제군주 시절에나 딱 맞는 비유법이었다.

    사실 금액이 점점 올라가도
    군 말 않고 지갑을 여는 것들도 있다.
    자동차 가격은 나날이 오르고,
    휴대폰도 사양이 바뀌면서
    가격이 오른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서 안달이다.
    현대나 삼성 LG를 탓하기 보다,
    수입이 적은 자기 능력의 부족을 더 탓 한다.

    기업은 자기들이 물건 값을 올리면서
    어떤 식으로든지 소비자들을 설득하거나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한다. 

    이 노력이 실패하면,
    생사가 불투명해지므로
    소비자 설득은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요소이다.

    자동차는 아무리 사고 싶어도
    돈이 없거나 사고 싶지 않으면,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세금은 그렇지 않다.
    안 낼 도리가 없다.
    다시 말해,
    세금은 일단 정해지면,
    국민들로서는 어떻게 되돌릴 수가 없다. 

    그래서 세금은 고지하기 전에,
    논의하고,
    상의하고,
    조언을 구하고,
    국민들을 설득하거나 구수르거나,
    때로는 읍소라도 해야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놓고,
    장관이든 국무총리이든 대통령이든
    납세자들을 설득하려 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대통령 아니라 그 누구라도
    직접 나서서 자상하게
    나라 살림이 이렇고 저렇고 이런 부분에 더 써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세금을 더 거둘 수 밖에 없다고
    논의하고,
    상의하고,
    조언을 구하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런 절차로 봐야 하는 그런 시대이다.

    정부는 국민을 고객으로 생각해서
    "남의 돈 먹기 정말 힘들다"는 것을
    이번엔 정말 실감나게 깨닫기 바란다.

    내 월급 누가 주고 있는가?
    공무원들이 이런 질문만 던져봐도 해답은 바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