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문제,
    이솝우화를 통해 봐야


    최 응 표/뉴데일리 고문(뉴욕에서)


  • 이솝우화에 <도끼와 나무>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나무들에게
    자기 도끼자루를 만들 재목을 좀 주겠느냐고 물으러
    숲으로 갔다.

    나무들은
    이 요청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여
    단단한 재목 한 조각을 그에게 주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루를 도끼에 끼우자마자
    그 숲 속의 가장 좋은 나무들을 몽땅 찍어 베어버리기 시작했다.

    나무들은 신음과 함께 땅에 쓰러지면서,
    서로에게 비통하게 말했다.


    “우린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고통 받는 거야.”


    개성공단 문제가 또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원칙대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 수순 밟기에 들어가자
    다급해진 북한이 열흘 만에 답을 보내 왔다.
    여기까지 오는데 북한으로서는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남한 요구를 따르고 싶지만
    백기 드는 꼴이 돼 최고 존엄의 체면이 걸리고,
    거절하자니 호주머니가 울고,
    속이 있는 대로 탔을 것이다.
    고민하던 열흘은 김정은에게 생애 가장 길었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최후통첩은
    꼼수(돈 챙기려는)가 깔린 벼랑 끝 전략이었지만,
    박 대통령의 최후통첩은
    원칙을 바탕으로 건설적인 남북관계를 구축하려는 진심이 담긴
    신뢰 프로세스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신뢰]는 상대적인 것이다.
    대화 상대에게서 어느 정도의 신뢰성이 주어질 때만이
    상호간의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양심의 텃밭에서 싹트고 건전한 사회(국가)에서만 자라는 것이 신뢰다.
    북한이 언제 신뢰 주는 행동을 보인 적이 있는가.
    신뢰는
    아미엘의 말처럼
    유리거울 같아 한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하나 되기가 어렵다.
    약속을 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신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북한이 언제 약속 한번 제대로 지킨 일이 있는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계약이나 협정 이전에 양심의 문제다.
    북한 어느 구석에서 양심을 찾아볼 수 있는가.

    중앙대 김태현 교수는
    8월 8일자 <동아광장>에서,
    남북관계에서의 결정적 오류는
    “선의에는 선의, 악의에는 악의라는
    상호주의의 핵심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의와 선의가 맞물린 남북관계 개선의 가시성에 집착한 나머지
    악의에 악의로 답하지 못했다.
    1999년, 2002년 두 차례 서해에서 도발을 당하고도
    문제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지적하면서
    “신뢰의 핵심은 선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칙에 따른 행동이 주는 예측 가능성에 있다”
    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도발을 하고도 보상을 받고,
    더 큰 보상을 바라고 더 큰 도발을 하는 악순환을 끊고
    도발에는 응징으로,
    협력에는 보상으로 응수하는
    상호주의의 실천이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원칙이 돼야 한다”
    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원칙에 북한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하지만 이솝우화의 <도끼와 나무> 이야기의 교훈은 여전히 살아있다.
    “우린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고통 받는 거야” 라는
    나무들의 때늦은 후회가
    다시 우리들의 후회가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지금까지 남북관계,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
    우리는 나무들의 후회를 숫하게 해오지 않았는가.
    [도발에는 응징, 협력에는 보상]이라는
    상호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나무들의 후회는 반복 됐던 것이다.

    한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쁘고,
    두 번 속으면 둘이 다 나쁘고,
    세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나쁘다고 하지 않는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회담을 앞두고
    왜 [나무들의 비통한 후회]가 생각나는 것일까.

    “우린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고통 받는 거야”라는
    나무들의 비통한 후회가
    또 다시 반복된다는 것은
    자랑스런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배신이며 슬픔이다.

    [도발에는 응징, 협력에는 보상]이라는 원칙만이
    남북관계의 잘못 된 물꼬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섣불리 도끼자루 재목을 내주는 어리석음으로
    [나무들의 비통한 후회]가 없기를
    하늘에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