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위는 서명 위조, 문체부는 수상한 폭로
  • ▲ ▲문체부 노태강 체육국장이 22일 문체부 기자실에서 보증서 관련 문건을 들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 ▲문체부 노태강 체육국장이 22일 문체부 기자실에서 보증서 관련 문건을 들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국무총리와 장관의 사인을 위조하는 실무자는 뭐고,
    이를 또 어설프게 감싸서 문제를 더 키운 공무원은 뭔가?

    세계선수권대회 광주시 개최를 둘러싸고
    유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이 벌인 
    위조 및 위조 방조 행동이 가관이다.
     
    처음 사인을 위조한 유치위 실무자야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발견하고도 어물쩍 뭉갠
    강운태 광주시장(유치위원장)이나
    애매하게 광주시와 타협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진룡 장관도 책임질 일이다.

    일의 시작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유치과정에서 벌어졌다.
    대회 유치 실무자가
    국무총리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보증서를 조작하는 
    듣도 보도 못한 [공문서 위조 사기 사건]을 벌이다가 들통났다.

    더구나 광주시는
    그 조작된 내용을 가지고 만든 유치신청서를 
    국제기구에 제출했다가
    서류를 바꾸는 일이 벌어졌다.
     
    이보다 더 이상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어정쩡한 태도이다.
    위조 사인 사건이 발견된 즉시 이를 밝히고 시정했으면
    깔끔하게 마무리 될 수도 있었던 일을
    대회유치가 결정되는 즈음해서, 사건을 흘렸다.
     
    이러니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2월말 대회 유치위원회는
     국제수영연맹(FINA)에 2019년 세계선수권 대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때 유치위는 조작된 정부 보증서를 첨부했다.

    그러자 국제수영연맹이 현장 실사를 하기로 했다. 
    5월 1일로 예정된 실사를 앞두고 관련 서류를 검토해봤더니 내용이 이상했다.

     
  • ▲ ▲원래 보증서(위)와 사인을 위조하고 내용을 덧붙인 가짜 보증서(아래)
    ▲ ▲원래 보증서(위)와 사인을 위조하고 내용을 덧붙인 가짜 보증서(아래)

    지난해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와
    최광식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써 준 보증서와
    내용이 달랐던 것이다.
    원래 김황식 전 총리가 서명한 [대한민국 정부 보증서]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다.

    "성공 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모든 협력과 지원을 제공하고
    대표단의 비자발급과 자유로운 입출국, 세관통과, 의료및 안전 보장 등을
    보증한다."


    하지만 국제수영연맹(FINA)에 제출된 유치신청서 중 [정부 보증서]에는
    [한국 정부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1억 달러(1,000억원)를 투자했던 전례처럼
    수영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동일한 방식의 지원을 할 것]
    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 가짜 보증서엔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최광식 전 문화부장관의 사인도 들어 있었다.
    국무총리와 문화부장관의 사인을 스캔해서
    조작된 신청서에 오려붙인 것이다.

    문체부는
    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발표했다.


     "당시 문체부는
    대회유치위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서명을 도용해
    정부가 발행한 보증서와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문서를 새롭게 작성하여
    국제수영연맹에 제출한 행위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대회유치위에 대한 사법 당국 고발조치와
    동 대회에 대한 재정 지원 불가라는
    문체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회유치위는
    대회유치와 문서조작 건을 분리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문체부는
    향후 전개되는 유치활동은 물론
    유치 이후에도 지원 불가의 전제하에
    대회유치위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회 유치가 결정된 이후에
    동 사건을 처리하기로 결정하였다."

    문체부의 이같은 처리는
    본질을 외면한 채 큰 문제를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문체부는
    사인 위조가 발각된 즉시 이를 공론화했어야 했다.
    대회유치와 문서조작 건을 분리해줄 것을 수락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어느 사기꾼이
    은행에 1,000억원 사기 대출을 해 달라고 위조사기 서류를 내밀었는데,
    이 사기 서류를 발견한 은행 직원이
    "사인 위조했으니, 다시 서류 만들어와!"
    이렇게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게 말이 되나? 
    사기대출 방조 내지는 공범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1. 서류 위조한 실무자 외에, 
    유치위원장인 강운태 광주시장은 책임이 없나?

     
    상식적으로 볼때,
    과연 말단 실무자 한 사람이
    감히 국무총리 사인을 위조할 수 있었을까?


  • ▲ ▲지난 1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대회유치에 성공하고 환호하는 강운태 광주시장(가운데)
    ▲ ▲지난 1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대회유치에 성공하고 환호하는 강운태 광주시장(가운데)
    절대 안된다. 
    어느 실무자가
    발각나면 언제 파면당하거나 옷 벗을지 모르는데
    그런 용감한 살신성인을 할 수 있을까?

    최소한 그 위로 몇명은 관련됐다고 봐야 한다.
    강운태 광주시장도 이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최종 책임은 유치위원장인 강운태 광주시장이 져야 할 일이다.
    강 시장은 위조 사인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해도,
    4월말 국제연맹의 실사를 앞두고
    문체부가 지적했을땐 최소한의 내용을 알았을 것이다. 
     
     
  • ▲ ▲일베 회원들은 가짜 보증서의 잘 못 된 영문 철자도 찾아냈다.
    ▲ ▲일베 회원들은 가짜 보증서의 잘 못 된 영문 철자도 찾아냈다.
     
     
    위조된 서류엔 대한민국이란 영문 철자법도 엉터리였다.
    [Republic of Korea] 대신 [Repulic of Korea]라고 적혀 있다.
    Republic에서 b를 빼뜨린 것이다.

     
    2. 문제를 더 키운 문체부 장관은 책임이 없을까?
     수상하기는 유진룡 문체부 장관 역시 마찬가지이다.
     
    냄새가 다분하다.
    어째서 지금에 와서야 이 문제를 터트렸을까?

    겉으로 드러난 내용을 보면
    신문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감출 수 없었다는 변명이다.

    하지만,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슬쩍 기사를 흘리는 것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언론플레이 아닌가? 


    유치위원회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대회유치에 성공한 것은 19일이다.

    신문보도는 이 즈음해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시끄러워지면서,
    강운태 광주시장이 반박기자회견을 열자
    22일 문체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다 까발렸다.


    문체부가 취한 수순은 아무리 봐도 잘 못 됐다.
    사인 위조 사건이 발견된 즉시 문체부는 이를 공표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국제수영연맹도 광주 유치 신청서를 수용할 지 말 지 소신있게 결정했을 것이다.

    광주시 유치위원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 때의 잘 못은 잘 못 대로 인정하고,
    계속 유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재 출발 할 기회가 생겼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2일 기자회견을 해서 부랴부랴 사태전말을 밝혔지만,
    이는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이며,
    광주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진실을 밝혀서 진짜 사태를 바로잡으려했다면,
    어째서 대회유치를 바로 코앞에 두고
    이 내용을 발표했느냐는 비난에 할 말이 없어진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비록 늦었지만,
    이 대회는 취소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겁도 없이 국무총리의 사인을 조작한 관련자는 법으로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국무총리와 장관의 사인을 위조하는데
    대통령 사인이라고 위조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당연히 유치위원장은 최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절차상 하자가 있는 대회유치과정은 스포츠 정신에도 위배된다. 
    공정하고 당당한 경쟁을 치뤄야 할 스포츠 행사가
    사인 조작 파문속에 탄생했다면,
    그 대회에 참석하는 전세계 수영선수들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사건은 터졌고
    사인위조라는 치부는 전세계 모든 수영인들이 다 알아버렸다.

    그러므로 이번 대회 유치신청은 없던 일로 하는 것이 맞다.
    이미 유치한 것을 어떻게 되돌리냐고 반문할 지모른다.
    썩은 기둥 위에 세운 집은 빨리 헐어버리는 것이
    그나마 확실한 해결책이다.
     
    남은 것은 광주지역 민심이다.
    오랫만에 비중있는 국제대회를 개최하려다가 큰 시련에 빠졌지만,
    대회유치를 철회하는 것이 맞다.
    정말  대회를 유치하려 한다면, 유치 절차를 다시 한 번 밟으면 된다. 

    시장이나 장관은 한 번 임기 끝나면 지나간다.
    그러나 광주시민들의 자부심과 명예는 계속되야 한다.
    조금 늦더라도 돌아가는 것이 훨씬 나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