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평등조약의 이면계약은 공개가 애국애족

    당당하게 한강입구까지 어부 차림의 인민군을 내려 보내려던
    김정일의 계획이 남재준에 의해 무산되었다.


    최성재     
         
     1945년 천사의 군대가 악마의 군대를 격퇴함으로써 식민지를 옥죄던 불평등조약은 대부분 휴지조각이 되었다. 대신 새로운 불평등조약이 수십 개 강제 조인되었다. 천사의 군대인 척하던 붉은 군대가 총을 겨누자 북유라시아 여러 나라의 이완용들이 날름 서명한 것이다. 이 불평등조약에 제일 먼저 국가 차원에서 반기를 든 나라가 중국이었다. 모택동은 1964년 핵폭탄에 이어 1967년 수소폭탄까지 개발하자, 1969년에 브레즈네프에게 흑룡강에서 한판 붙자고 하얀 장갑을 벗어 던졌다. 가벼운 잽을 몇 방 주고받은 후 브레즈네프는 모택동이 깡다구에 완력까지 갖춘 것을 확인하고서 중소 불평등조약을 평등조약으로 바꿔 주었다.

      붉은 군대가 강제로 떠안긴 나머지 불평등조약들은 붉은 군대가 거지 군대가 되면서 21세기를 10년 앞두고 거짓말처럼 종이호랑이로 바뀌어 버렸다. 요상하게 딱 한 군데 평양에서는 이것이 신성문자(神聖文字)로 변하여 무더기로 굶어 죽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을 미국과 맞짱 뜨는 주체자주(主體自主)로 호도하어 일개 반딧불을 태양으로 받들어 모셨다. (김씨왕조의 첫 왕은 지지리도 못난 가장이 집안에서는 태양으로 군림하며 폭력을 독점하는 걸 이씨왕조의 끝자락에서 많이 봤으리라.) 문득 파라오 2세가 내려다보니, 바로 남쪽에 새 태양의 위성으로 삼을 만한 옥토가 보였다. 세계 10대 부국에서 1980년대부터 부쩍 자라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아우성치는 자들이 어른거렸다. 자신은 얼떨결에, 개처럼 충성하겠다는 그 한 마디로 조선의 파라오가 되었음을 너무도 잘 알았던 파라오 1세가 아직 살아 있던 인생 말년에 워낙 다급했던지라, 허허실실 물태우의 포위작전에 간이 콩알만해져서 고분고분 한반도 유일합법국가와 상기된 얼굴로, 감지덕지하면서 평등조약을 맺었다. 전가의 보도인 꼼수를, 회의절차 물고 늘어지기 꼼수를 거의 부리지 않았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을 위한 합의서(남북 기본합의서 1991)이다.

    “제11조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

    요거이 파라오 2세의 마음에 영 안 들었다. 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특허 내 놓은 게 언젠데, 김영삼이 민주 만병통치약으로 기고만장해 있을 때, 허허실실 물태우가 제 꾀에 넘어간 ‘남북비핵화선언(1992)’은 바로 물 먹여 버렸다. 미국의 전술핵이 빠져 나갔으니까, 그 사이에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지하에서 피운 김정일화를 슬쩍 보여 주며, 미국아, 너부터 핵을 모두 폐기하라며 김영삼의 바지를 축축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 즉 북방한계선(NLL)이 목의 가시로 남았다. 김일성 우상화 외에는 한 일이 없는 김정일로서는 자기로서는 굴욕적인 남북의 평등조약을 불평등조약으로 바꿔야만 했다.

      1999년 6월 15일, 김정일은 구닥다리 통통 군함을 NLL 아래로 내려 보냈다. 주린 배를 무말랭이로 달래며 거지 군대는 외계인 같은 대한민국 해군을 향해, 외계인의 군함 같은 대한민국 군함을 향해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Qui prior stringxerit ferrum, eius victoria erit.(칼을 먼저 뽑는 자가 승리하리라.)

    웬걸, 전혀 상대가 안 되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예의주시하던 대한민국의 해군은 자동조준된 대포로 소나기 폭탄을 퍼부어, 침략자를 단숨에 물리치고 바다 위에 선명하게 천리장성을 쌓았다. 김정일은 이를 갈았다. 세습 독재자는 천자(天子)로서 정확히 1년 후 김대중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5억불을 조공 받으며 불평등조약을 맺었다. 그것이 ‘6.15남북공동선언(2000/6/15)’이다. 이로써 김정일은 NLL을 무력화시킬 면허장을 받았다. 이미 김대중은 대한민국 해군의 완승에 화들짝 놀라서 즉시 무조건 평화란 해괴한 새 교전수칙을 만든 바 있다. 비밀이 보장된 곳에서는 실험정신이 누구보다 왕성하고 절대 안전한 곳에서는 동네깡패처럼 대담무쌍한 김정일은 김대중의 진정성을 시험해야 했다. 과연 김대중은 최고존엄의 수염 하나 안 건들었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대한민국 국군은 선제공격을 못하여 가까이 다가가 옆구리를 고스란히 내준 채 돌아가라고 애걸복걸하다가 오지게 선제공격 당하여 일시에 함장(艦長)과 함교(艦橋)를 잃어 버렸다. 6명의 생목숨이 NLL를 베고 영원히 감기지 않는 눈으로 바다에 누웠다. 이것이 제2차연평해전이다(2002/6/29). 국군통수권자가 뭐라고 한 마디 툭 던지고 빨간 넥타이 골라 매고 발걸음도 가볍게 이웃 나라로 축구 구경 가자, 장관급만 되어도 윤영하 등 여섯 순국열사의 무덤에는 얼씬도 않았다.

    TV에서도 신문에서도 인터넷에서도 그들의 이름은 금방 사라졌다. 대신 군 작전 중 교통사고로 죽은 두 여중생이 자주(自主)에 막 눈을 뜬 국민을 분노에 떨게 만들었다. 미국 대통령도 무릎 꿇리고 부동의 대선 1등 주자도 무릎 꿇렸다.

    6.25 당시 바다를 100% 장악한 미군이 열 걸음 중 아홉 걸음을 양보하여 휴전선 연장의 해상 직선(북한이 기본합의서를 부인하고 군사분계선이라고 우기는 바다의 가상선) 북쪽 다섯 섬만 한국에 선물했는데, 이것이 북한으로선 제2 6.25남침의 최대 걸림돌이다. 목의 비수다. 김정일은 남북정상회담에 애가 단 절름발이 오리 신세 노무현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다. 그 결과 나온 것이 ‘10.4공동선언(2007/10/4)’이다.

    “제5조...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

      한강에서 해주까지 바다로 10리 밖으로 나가는 어부나 선원은 100% 군인인 북한으로선 이것이야말로 NLL을 무력화시키고 서해 5도를 독안의 쥐 신세로 만들고 인천공항과 수도 서울을 일시에 마비시킬 수 있는 바다의 슈퍼 말뚝이다.

      NLL을 명시 않고 자주와 평화와 공동번영의 이름으로 NLL를 지우는 묘수다. 전형적인 불평등조약이다.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평양이 먼저 NLL은 예전에 남북정상이 합의하여 없앴다고 자랑했다. 그 바람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휴지조각이 된 10.4공동선언을 너도나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마침내 남재준의 결단에 의해 불평등조약의 이면계약과 밀담이 낱낱이 공개되었다. 이를 보면, 아이디어는 김정일이 제공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분계선과, 한국이 피와 땀으로 지키고 있는 북방한계선 사이 곧 서해5도 인근 전체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들어간다는 것이 밝혀졌다. 공개하면 진실공방이 끝나는데, NLL은 언급이 없었다고 맹세하며 한사코 정상 국가 사이의 평등조약에 딸린 외교문서라 고집하며 노무현의 도장에 의해 명시된 대로 먼 훗날 비밀해제해야 한다고, 평소에 법 알기를 반신불수 노부모의 잔소리만도 못하게 알던 자들이 준법을 고래고래 외친 까닭이 드러났다.

      김정일: 쌍방이 앞으로 해결한다는 전제하에 북방한계선과 우리 군사경계선 안에 있는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한다. 그리고 공동어로 한다. 분배 몫은 어떻게 되든지간에 공동어로, 군대가 그걸 보호해준다. 그럼 분쟁점이 하나 가셔지지 않겠는가 하는 문제가...

    대통령: 예, 아주 나도 관심이 많은...

    노무현은 김정일의 아이디어에 무릎을 치며 좋아했다.

    “이걸 풀어나가는데 좀더 현명한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거기 말하자면 NLL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그건 옛날 기본합의의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 여기에는 커다란 어떤 공동의 번영을 위한 그런 바다이용계획을 세움으로써 민감한 문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큰 틀의 뭔가 우리가 지혜를 한번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위원장이 지금 구상하신 공동어로 수역을 이렇게 군사 서로 철수하고 공동어로하고 평화수역이(평화수역에 관한) 말씀에 대해서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단지 딱 가서 NLL 말만 나오면 전부다 막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데 위원장하고 나하고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게 아니냐...”

      노무현은 기본합의서 11조를 슬쩍 꺼내지만, 김정일이 못 박은 ‘북방한계선과 우리 군사경계선’의 NLL 무력화와 서해5도 중간수역화 곧 북한 영토.영해 만들기에 대해 일언반구도 않았다, 김대중의 독도 중간수역화 도장 찍어 주기에 일언반구 않았듯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감개무량한 어조로 회상하면서도 북한 노동자와 접대원에게 가야 할 돈을 95% 이상 김정일이 갈취하는 것은 입 밖에도 내지 못했다.

    어차피 NLL 무력화 시도는 연이은 서해 도발과 노무현 정부 후에도 두 차례나 더 지축을 흔든 핵실험으로 물 건너갔다. 대화록은 국정원이 1차 제작한 것이라서 대통령의 도장에 무관하게 국정원이 공개할 수 있다는 논리로, 무엇보다 남북 사이의 모든 선언은 7천만을 청맹과니로 만들기 위해, 적군을 속이기 위해 아군도 속인다는 최고의 병법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간파한 애국심으로, 남재준 국정원장이 터뜨린 진실공방 끝내기 안타였다. 그러나 저들이 누군가. 1억분의 1의 확률을 10분의 9의 확률로 만들어 순진한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어 광화문을 100일간 촛불로 뒤덮었던 자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대중매체를 장악하고 있고 심지어 여론조사 설문 만들기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국정원녀 댓글에서 드러난 1억분의 1의 확률을 10분의 9의 확률로 만들고, 대신 10분의 9의 확률인 NLL 무력화 기도는 1억분의 1의 확률로 만들기 위해 핵심 두뇌들이 절차상 문제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손에는 평화의 비둘기를 받쳐 들고 어깨에는 자주의 독수리를 앉히고 분노의 함성을 지르고 있다.
    (2013. 6. 29. 제2차연평해전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