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의장 변호사 사무장, 지인들로부터 4억여원 빌리고 갚지 않아1, 2심 "박 전 의장 일부 책임 있어", 대법원 "원심 법리 오해, 파기 환송"
  • ▲ 대법원.ⓒ 연합뉴스
    ▲ 대법원.ⓒ 연합뉴스



    박희태 前 국회의장의 변호사 직인이 찍힌 차용증을 믿고,
    박 전 의장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했어도,
    박 전 의장에게 채무 변제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 신 대법관)는
    28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박 모 씨에게
    4억여 원의 돈을 빌려준 이 모 씨 등 2명이 박 전 의장을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박 전 의장에게 일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전 의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일한 박 씨는 2003~2004년 사이,
    이 모 씨 등을 찾아가 박 전 의장이 정치활동을 하면서 생긴 빚을
    갚을 수 있게 도와달라며 모두 4억1,200여만원을 빌렸다.

    이 모 씨 등은 박 씨로부터 박 전 의장의 변호사 명판과 소송인(訴訟印)이 찍힌
    차용증 또는 약속어음을 받고 돈을 빌려줬으나,
    약속한 기일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자 박 전 의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이 모 씨 등이 박 씨로부터 건네받은 차용증이
    박 전 의장의 뜻에 따라 작성된 것은 아니지만,
    사무장인 박 씨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물어
    박 전 의장에게 2억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원심과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우선 재판부는
    변호사나 국회의원이 그 사무장이나 지역구 관리 담당자 등을 통해
    자신과 특별한 친분관계도 없는 이들로부터
    고율의 이자를 약정하고 돈을 빌리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차용증 등에 쓰인 박 전 의장의 인장이
    소송 목적으로 용도가 제한돼 있는 점도 고려했다.

    약속어음 등에 날인된 피고인 인장은
    <변호사 박희태 소송인>이라고 각인돼 있어
    소송 등 변호사로서의 업무수행에만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이
    외관상 명백하다.

    따라서 이런 인장을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시킨 피고의 행위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전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외형상 박 전 의장의 업무를 처리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박 전 의장에게 사용자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 모 씨 등이
    실제 금전 대여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지만 그 의무를 게을리 한 점도 지적했다.

    피고는 1개월에 한 번 정도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했고,
    원고들이 박 전 의장의 변호사 사무실을 수시로 찾아간 것이 사실이라면,
    원고들은 직접 피고를 상대로
    금전 채무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