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욕적인 남북회담!
    우리는 차관보급, 북한은 과장급
    "남조선은 괴뢰정부, 우리와 동격(同格)으로 대우할 수 없다"는
    의식의 소산


    강철화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사는 대개 장관급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총리를 지낸 거물이 주미대사로 가기도 한다.
    반면에 주한미국대사는 대개 차관보~국장급이다.

    주중한국대사도 장관급 인사나 대통령 측근의 유력 정치인이 맡는다.
    반면에 주한중국대사는 보통 부국장급 정도의 인사가 온다.
    주한중국대사를 지낸 후 칭따오시 부시장으로 간 경우도 있다.
    한국대사를 중국 대도시 부시장급으로밖에 안 본다는 얘기다.

    참 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이는 국력의 차이 때문이려니 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에게 미국-중국이 갖는 의미와,
    미국-중국에게 대한민국이 갖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 그건 그렇다고 치고 남북회담 때 남북한 담당자의 격(格)이 다른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장관급 회담에 나오는 북한의 [내각참사]라는 자들은,
    우리 식으로 치면 차관보급 내지 국장급에 불과한 자들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우리는 차관보급이 나갔는데, 북한에서는 과장급 정도가 나왔다.
    이건 그냥 넘겨버릴 문제가 아니다.
    남북한이 민족사의 정통성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조선은 괴뢰정부이기 때문에 우리와 동격(同格)으로 대우할 수 없다.
    우리측에서 2~3등급 정도 낮은 사람이 나가도 된다"고 생각하고,
    그러는 것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이번에 재개된 남북회담에서 우리측은 북한측에게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내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장관급 회담을 하자면서
    북한측 인사가 누가 나올 지도 모르는 황당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에게 통일전선부장을 내보내 달라고 하는 것도 모양이 안 좋다.
    기본적으로 통일전선부는
    [통일]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아니라
    [대남공작]의 일부를 담당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를 풀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남북대화관련 사무를 통일부에서 분리하는 것이다.
    통일부는 자유통일을 위한 조사-연구-정책개발-통일교육-홍보 등을 맡고,
    총리실 산하에 남북대화를 전담하는 (가칭)남북회담본부를 두되,
    그 장(長)은 차관보급 정도로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에서 내각참사 정도가 나오더라도 얼추 급수가 맞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통일부가 남북대화 업무에 매몰되어
    자유통일을 위한 정책개발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는 것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