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 서울말은 '유머용'

    신준식 기자 /뉴포커스


    장마당을 이용하는 북한 주민의 상당수가 한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또, 일부는 검열에 걸릴까봐 잠깐씩 본 적은 있다고 말하면서, 소문을 듣거나 이야기를 통해 한국 드라마의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는 '간지러운 방송극'(북한은 드라마를 방송극이라고 한다.)이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2011초 탈북한 김채영 씨는 "북한에 있을 당시, 한국 드라마 속 표준말이 너무나 간지럽게 들렸다"면서, "특히 친구들과 있을 때, 서울말처럼 '뭐했어~?"라고 하면 다들 웃고는 했다. 너무 수줍게 들린다는 이유에서였다"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한국 드라마를 본 적이 없는 친구도 서울 말투로 이야기를 해주면, 그거 '남조선  말이냐'며 너무 이상하다고 웃고는 했다. 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성대모사처럼 한국 드라마의 대사를 따라하면 다들 뜬금없이 웃었다. 우리에게는 서울말이 개그 소재였던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씨는 "다만, 혹시나 적발될까하는 두려움때문에 대놓고 서울말을 하지는 못했다.
    농담삼아 단 한마디정도 하는 수준이고, 이마저도 정말 친한 친구 이상으로 생각되는 친구들이 모였을 때만 잠깐잠깐씩 했다. 그야말로 한마디 툭 던질 때 쓰는 말이 서울말이었다. 그래서 더 웃기기도 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11년 탈북한 서철웅 씨는 위와 관련된 일화를 한가지 소개했다.
    서 씨는 "내가 아는 지인은 6살 짜리 아이가 옆에 있을 때, 친구에게 무심코 서울말 농담을 건넸다가 아이가 듣고는 재밌었는지 동네에 퍼뜨린 사건이 있었다. 이 때문에 보안원에게 적발되어 교화소로 간 사례가 있다. 유머를 유머로 듣지 못하는 북한 정권이 참 한심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2012년 탈북한 이연철 씨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남성들에게 서울 말은 너무나 느끼했다. 가장 듣기 거북했던 것은 ~요?, ~어?, ~래? 로 끝나는 말이었다"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이따금씩 아내에게 장남삼아 한국 드라마의 말투를 흉내내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언제는 한번 서울 억양으로 '밥, 먹었니~?'라고 했는데 아내가 정말 자지러지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라고 밝혔다.

    비록 현재는 북한 정권의 감시 속에서 한마디의 서울말도 내뱉기가 힘들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결국에는 언어의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더불어 북한 내에서 서울말의 활용이 더욱 늘어나면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