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중 사건, 애국심 무장 계기로!

     차기식 /칼럼니스트

                지금 이 시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청렴(淸廉)하고 최고의 애국심으로 무장(武裝)해 있어야 할 사람들은 다름 아닌  '고위 공직자'다. 외교의 최전선에서 국익을 창출해야할 고위 공직자가 애국심을 바탕으로 언행을 조심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에 매진(邁進)할 때 부국강병의 시대는 지속된다. 중화학 공업 육성으로 산업화에 성공했던 박정희 시대의 성공 동력 중 하나가 바로 고위 공직자들의 애국심이었고 그들의 피눈물 나는 헌신이었다. 산업화ㆍ자유화 이후 과잉(過剩)된 자유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지금, 자유와 번영의 초석인 '애국심'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 물론 고위 공직자가 투철한 애국심으로 무장해 있다면 주변국과의 외교ㆍ경제 환경이 아무리 불리하더라도 종국에는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頂上)으로서의 공식적인 첫 방미(訪美)는 매우 성공적이다. 美 CBS 방송은 朴 대통령에 대해 '아시아의 철의 여인(Iron Lady)'이라며 극찬했다. NBC 방송도 '대한민국의 철의 여인, 워싱턴에 오다'라는 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을 호평했다. 미국 정치전문 주간지 '내셔널저널(NJ)'은 朴 대통령이 철의 여인이 된 요인들을 분석한 기사를 대서특필(大書特筆-여론화)했다. '독재자의 딸'이라며 박근혜 당선자를 깎아내렸던 일부 외국 언론이 朴 대통령의 외교적 태도와 자세, 한복의 멋, 美 의회 영어 연설에서 보여준 고급스러운 발음과 인토네이션(intonation-억양) 및 정확한 의사전달 등등을 확인하며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의 매력(魅力)에 빠진 것이다. 이는 매우 중차대한 외교적 성과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리 대통령에 대해 외국 언론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매우 비싸졌음을 뜻하기에 무엇보다 큰 성과가 맞다.

     朴 대통령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중국 언론은 연일 朴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을 높이 평가했고 중국 정부는 朴 대통령의 '서울 프로세스(동북아 핵위기를 탈출하는 대화국면 조성)' 제안에 더없이 호의적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복 스타일'로 등장한 朴 대통령에 대해 "외유내강형 대통령이다. 부드러움 속에 꿋꿋함이 돋보인다.", "한국인들은 행복하겠다, 갈수록 박근혜라는 여성에게 호감이 간다"며 팬(fan)이 되고 있으며 중국어로 번역된 朴 대통령의 자서전도 출판(出版)됐다. 美 의회 연설문 중 "역사에 눈을 감는 자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지 못하는 것은 오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내일이 없다는 것"이라는 朴 대통령의 일갈(一喝)에 일본 '아베 총리'는 과거사 부정 발언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朴 대통령은 방미를 통해 자신의 매력만 보여준 게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成果)를 냈다. 전문직 비자쿼터 신설을 비롯해 대학생 연수취업(WEST-한국은 일자리, 미국은 우수 인재 유치) 프로그램 연장, 셰일가스(러시아 천연가스보다 값싸고 질 좋음) 개발 협력, 정보통신기술(ICT) 협력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신설했다. 기후변화 공동성명 채택과 함께 국제협력단(KOICA)과 미국 평화봉사단이 양해각서를 맺어 저개발국 봉사 현장에서 협력하기로 한 것은 국제적 동반관계를 강화하자는 포석(布石)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동행해 미국 기업들로부터 투자 약속을 이끌어 냄으로써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한국 경제의 우려를 잠재우고 세일즈하는 비즈니스 대통령의 모습도 보여 주었다. 또 720만 재외동포가 고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재외국민 주민등록증 발급 등도 밝혔다. 2015년으로 잡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협정만료 시한이 2년 연장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 등을 계속 협상해 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국제 외교가를 매혹(魅惑)시킨 대한민국 여성 대통령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는 것을 바라는 것과 같다."라던 '칼 T 로완(Carl T. Rowan)'의 비평(批評)이 완전히 틀렸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방미 중 朴 대통령의 맹활약에도 흠결(欠缺)은 있었다. '윤창중 사건'이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방미 기간 중 발생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사건과 관련, “이번 방미 일정 말미에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같이 밝힌 뒤 “이번 일로 동포 여학생과 부모님이 받았을 충격과 동포 여러분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문제는 국민과 나라에 중대한 과오를 범한 일로 어떠한 사유와 진술에 관계없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사실 관계가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고, 미국 측의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이 어떤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고위 공직자로서 구설에 오르기 쉬운 '여성ㆍ술'과는 아예 떨어져 있어야 했다. 성폭행은 아니지만 가벼운 신체 접촉이 있었고 20대 인턴 여성과 호텔에서 술을 마셨다는 것은 경질되기에 충분한 사유(事由)가 된다. 성추행이 사실이든 아니든 미국 언론과 우리 언론에 기사화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윤창중 전 대변인의 해프닝은 우리나라 외교 리더십에 타격을 줬음이 자명(自明)한바 전격 경질은 옳은 판단이다. 미국 네티즌들이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에 '옳은 판단'이라며 오히려 朴 대통령을 응원한 것은 불행 중 다행스러운 반전(反轉)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매우 중요하다. 높은 지지율은 안정적인 국정 수행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윤창중 사건이 朴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떨어뜨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을 견인해야할 '고위 공직자'는 학력(경력)과 언변(言辯)보다는 애국심에 더 높은 가치를 둬야 한다. 언변과 학력이 꽃이라면 애국심은 혹 모를 언행의 실수를 막아낼 뿌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朴 대통령이 美 의회 연설 도중 "(6ㆍ25)참전용사 네 분, 존 코니어스 의원님, 찰스 랑겔 의원님, 샘 존슨 의원님, 하워드 코블 의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소개했을 때 美 상ㆍ하원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우레와 같은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약 3억 2천만 인구의 미국이 71억 인구의 세계를 주도하는 힘이 바로 '애국심'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동양 사상의 '수신제가 치국평천'과 서양 리더십의 '내부 혁신으로부터 외부적 성공(스티븐 코비의 7습관)'은 일맥상통한다. 고위 공직자가 '술과 이성(異性)'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추문(醜聞)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은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지지 말고 '애국심'으로 자신을 재무장하는 길 뿐이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발생한 '윤창중 해프닝'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고위 공직자 전체가 애국심으로 무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칼럼니스트 차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