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10개보다 풍선삐라 1개

    지난 10시즌 동안 개성공단의 123개 국가대표팀이 승부조작의 암묵적 시나리오에 따라 빗장수비에 걸린 척 개혁개방의 골을 단 1개도 넣지 못했지만,
    풍선삐라 동네팀은 1개 팀만 국가대표로 선발되어도 1시즌이면 개혁개방의 골을 100개도 너끈히 넣을 것이다.

    최성재     

         


  •  김씨공산왕조는 정보독점의 철옹성으로 유지되는 거짓 왕국이다.
    3대에 걸쳐 김씨왕조가 유지되는 건 다름 아니라 바로 이 정보 독점에 있다.
    따라서 김일성 일족은 정보독점의 철옹성이 무너지는 걸 제일 두려워한다.

    1990년대 초반 김씨왕조의 초석이요, 기둥이요, 대들보요, 지붕이요, 가시울타리인 정보독점이 속절없이 무너질 지경에 이르자, 세계의 이목을 흐리기 위해 김정일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핵무기 개발이었다.

    머리에 핵무기를 이고 살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이목은 선수를 놓치고 선수가 마음대로 걷어차 내는 공에만 쏠렸다. 김정일은 상호비방 금지의 덫과 내정간섭 금지의 올가미를 함께 받아들이는 척하고 한국의 손발만 묶어 놓았다. 한국의 입에만 재갈을 물렸다.

    한국은 그 전까지 유지하던 상호주의를 버리고 북한의 일방주의 함정에 스스로 빠져들었다.
    한국에 대해서는, 특히 과거의 반공 정권과 현재의 대북 투자 몸 사림 대기업에 대해서는 무한 비판의 자유가 주어졌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비판의 자유가 자기 검열의 올가미에 갇혔다.

  •   한국의 허점은 독선적 민주주의와 위선적 민족주의다.
    반공(反共)은 시대착오적인 반민주(反民主)로 낙인찍혔고,
    반김씨왕조(反金氏王朝)는 친일파와 군부독재파의 음모론적 반민족(反民族)으로 매도되었다.

    독재자 김일성은 김일성 전 주석으로, 독재자 김정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바뀌었다.
    상호주의가 무너졌기 때문에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독재자 이승만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자 박정희로 자리매김했다. 더하여 이명박 대통령은 쥐박이로 초등학생의 입에까지 오르내렸다. 인터넷에서는 리명박 역적패당으로 도배되었다.
  •   정보독점으로 북한을 정보무인도로 만든 상황에서 거짓도 골백번 되풀이하면 진실로 각인되어 탈북 어린이들도 만주로 가서 혼자 흥얼거리거나 남 앞에서 부를 때에 수령님 노래, 장군님 노래밖에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김정일은 편지 한 통 전화 한 통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엿듣지 못하는 한 한국이든 중국이든 외부와는 절대 주고받지 못하게 만드는 대신,
    민주와 민족의 상징으로 떠오른 김대중과 노무현을 불러들여 아랫배를 쑥 내밀고
    민족화해의 삼고구배(三叩九拜)를 받으며 북한의 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한국의 방송과 신문과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실리는 것을 개혁개방의 통 큰 양보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 대신 한국의 공식적인 소식은 모조리 차단되었다.
    대북 진실 방송도, 휴전선의 대북 진실 스피커도 민족화해의 새 시대 정신에 따라 일방적으로 중단되었다.
    남북의 상호주의가 사라지고 북의 일방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요란한 입을 북한에 대해서만 꿀이라도 머금은 듯 꾹 다물고
    귀와 눈은 북한의 쌍욕과 저주에 활짝 열어 두었다.
    품이 태평양처럼 넉넉한 형님의 아량이라나! 막내 꼬맹이 주제에, 뭐 형님?
  •   한국의 대북 방송과 휴전선 확성기가 개점휴업하고 녹슨 상황에서,
    김정일은 거짓 약속을 내세워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도 농락했다.
    중유와 식량이 쏟아져 들어갔다. 정보독점의 체제 아래서는 그것이 독재 유지비에 쓰일 따름인데, 순진하게도 미국과 일본마저 그것이 북한 주민을 물질적으로 크게 돕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도울 거라고 개혁개방의 도도한 물결을 일으킬 거라고 믿었다.

    김정일은 민주와 민족의 대주주 김대중과 노무현에게 큰 선물을 주는 척 상시적인 달러 창구를 동해와 서해에 각각 하나씩 만들었다. 여기서도 북의 일방주의는 그대로 지켜졌다.
    관광객이든, 기업가든 북한 땅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입에는 반창고를 붙여야 한다.

    한국인은 너나없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친구나 되는 듯이 또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원수나 되는 듯이 호칭도 안 붙이고 입에 달고 다니지만, 전 세계 어디나 쏘다니지 않는 곳이 없지만,
    김정일의 배려로 휴전선을 넘는 순간 북한의 최고 존엄만이 아니라 북한의 노예 동포 누구에 대해서도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
    한 발짝도 다른 데는 나다닐 수 없다. 김정일의 정보독점은 여기서도 철저히 지켜진다.
    민주시민의 권리가 박탈된 한국인은 오로지 돈을 뿌릴 의무밖에 없다.
    그 돈의 거의 100%가 김정일의 금고로 바로 들어감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도 감히 한 마디 꺼낼 수 없다. 

  • 외국 기업에 취직한 한국 근로자의 임금을 한국의 대통령이 입에 풀칠할 정도만 남기고 고스란히 가로챈다면, 아마 한국의 대통령은 그 다음 날 광화문이 미어터지게 몰려든 수백만 명이 던진 돌에 맞아 즉사할 것이다.
    그런 걸 눈 감아 준 외국 기업도 그 다음 날 일시에 던져진 수백만 개 촛불에 의해 재밖에 안 남을 것이다.

    그러나 개성 노예공단과 금강산 노예관광지는 한국에서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거스를 수 없는 개혁개방의 창구로 줄기차게 선전되었다. 칭송되었다.

    김씨왕조의 달러 삥땅 창구가 100% 김씨왕조의 잘못에 의해서 2008년에 이어 2013년에 각각 문을 닫게 되었지만, 지금도 북한의 일방주의는 방송과 신문과 인터넷에서 잘도 통하고 있다.

    개성에서든, 금강산에서든 한국인의 입에는 반창고가 붙여진다는 것은 어떤 매체에서도 알리지 않는다. 남북화해의 상징이 아니라 남북야합의 산 증거란 걸 정론지로 자부하는 두 신문사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거론한 적이 없다.

    마피아 두목도 정보만 100% 차단할 수만 있으면 위대한 기업가로 행세할 수 있다.
    민주 국가에서는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민주 국가에서는 정보가 새어 나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독재국가 특히 공산국가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한 한 공산독재 국가는 쓰러지지 않는다.
    그것이 가능한 한 공산독재 국가는 개혁개방하지 않는다.
    중국이든, 소련이든, 동구든, 동독이든, 베트남이든, 쿠바든 이것이 불가능해졌을 때
    비로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혁개방했다. 북한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북한의 일방주의를 따르지 않는 한국의 양심이 있다.
    그들이 바로 북한인권 운동가이고 풍선삐라 날리는 사람들이다. 

  • 갑과 을이 약속한 후 갑이 약속을 어기고 을만 약속을 지키게 되면,
    그것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종속적 관계가 성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을의 입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때 그 입을 을의 친구란 자가 가로막는다면, 위협한다면 그는 더 이상 을의 친구가 아니다. 을의 가족은 더더구나 아니다. 그는 을의 원수요 갑의 친구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을은 바보다. 어느 날 갑이 불쑥 나타나 옆구리에 총을 대고 도장 찍으라고 하면, 재산을 다 바친다는 문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하면, 고립무원의 을은 아무리 재산이 많다고 해도 그 날로 알거지가 된다.

    5천만이 노골적으로 반대하거나 남의 일인 양 외면할 때, 분연히 일어나 진실의 횃불을 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북한 인권 운동가이고 풍선삐라 날리는 사람들이다.

    김정일과 김정은이 유독 풍선삐라에 대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것이 김씨왕조의 정보독점 철옹성에 사정없이 구멍을 내기 때문이다.
    민주와 민족의 대주주나 소액주주를 사칭하는 자들이 김씨왕조와 한 목소리로 풍선삐리에 유독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것이 김씨왕조의 정보독점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위선과 거짓을 폭로하는 말풍선이요 말폭탄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개성공단의 인력을 전원 철수했다.
    잘했다! 10년 체증이 내려간다! 이제야 상식이 몰상식을 이기기 시작했다. 

  • 국제 기준에 합당하지 않으면,
    곧 다른 나라도 거기 들어가서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입에 반창고를 붙이지 않아도 되고, 외부의 신문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고
    전화도 인터넷도 할 수 있고, 종업원들과 자국에서처럼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고,
    왕래가 자유롭고, 공단 밖으로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종업원을 북한의 노동당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대로 뽑고 그들에게 직접 임금도 줄 수 있고,
    북한의 노동당 지시 한 마디로 5만 명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면, 그 손해를 고스란히 북한의 노동당에 청구할 수 있고, 노동당 간부와 근로자가 조직적으로 물건을 훔쳐 쳐가는 것에 대해 2배 3배 무를 수 있게 하고, ...

    투자로 이익을 가져다주는 기업에 이런 최소한의 환경도 조성해 주지 않는다면, 한 기업도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정보독점의 철옹성을 최소한 거기에서만은 철폐하지 않는 한, 한 기업도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한은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달러 갈취의 수단으로밖에 안 본다.
    그 달러로 한국을 공격할 대량살상무기를 양산해서 한국을 통째로 접수할 욕심을 먹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본과 미국은 한 번 속은 후 더 이상 안 속는다. 석유도 안 주고 식량도 안 준다.
    인도적 지원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한, 정보독점이 계속되는 한 더 이상 계속하지 않는다.

    한국은 북한의 일방주의가 6.15선언과 10.4선언으로 민족화해로 호도되는 바람에,
    통일의 초석으로 선전선동되는 바람에 남북 양쪽에서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개성공단은 계속 열려 있었고, 풍선삐라는 철저히 통제되었다.

    박근혜 정부도 아직 풍선삐라는 가로막지만, 개성공단 인력의 전원 철수 조치로 보아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풍선삐라도 머잖아 옛날처럼 정부 주도로 재개할지 모른다.

    대북방송과 휴전선 확성기도 재개할지 모른다.

    그러면 그것이 김씨왕조의 정보독점 철옹성에 구멍을 숭숭 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위선과 거짓이 탄로 나는 세력에 의해 엄청난 반대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진리의 편이다. 진리의 양옆과 뒤를 승리의 여신이 지키고 있다. 

  •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현재의 풍선삐라 동네팀에 태극 마크만 달아 주면,
    성금이 답지할 것이고 그러면 개성공단에 퍼 부은 1조 5천억 원의 1000분의 1, 10000분의 1로도 북한의 정보독점 골문에 소나기골을 퍼부을 것이다.

    개성공단 123개 국가대표팀이 10년 동안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풍선삐라 동네팀은 시합에 나갈 때마다 개혁개방의 소나기골을 퍼부어,
    진실의 핵폭탄을 터뜨려 그 때마다 압승할 것이다.
    김씨왕조에겐 절망을 안겨 주고 2천만 노예 동족에겐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