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명문대', 북한은 '명분대'    
          
    최근들어 '학력파괴'를 외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블라인드 면접'이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블라인드 면접'이란 면접자의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 지원자의 출신 대학이나 전공 등 일체의 이력사항을 모르는 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이제 시작단계일 뿐, 아직도 사회 전반에는 '명문대는 곧 우수한 인재'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  ▲ 김일성종합대학의 입구
     
    북한에는 명문대라는 '타이틀'이 없다.
    그냥 '좋은 대학'이라고 하는데 '명문'이란 말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북자들이 처음 남한에 와서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 중 하나가 "명문대"이다. 북한에서 명문대라면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외국어대학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위의 대학들은 간부가 되기 위한 과정일뿐, 대학생들이 '이름 있는 대학'을 다닌다는 자부심은 그리 크지 않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탈북자 강지훈씨는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했다는 것은 본인의 노력도 분명 있기는 하겠지만, 1순위는 역시 '출신성분'입니다. 남한에서 생각하는 명문대라는 자부심은 본인이 이뤄낸 것이라기보다 부모에 대한 프라이드라고 볼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대학출신 학생들 또한 같은 생각일거라고 말하면서, "출신성분이라는 유리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명문대'라는 타이틀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에서는 '명문'보다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명분'이 더 중요하다. 출신성분이 좋은 간부의 자녀라고 해도 대학을 나오지 않게되면 '모자라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이유도 있지만 보다는 원하는 직장에 배치할 수 있는 자격조건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대학생들은 학업에 뜻이 있어서라기보다 명분을 만들기 위해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강지훈씨는 "북한 내 출신성분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친구들은 굳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졸업증은 남보다 월등합니다. 학점도 마찬가지구요, 왜냐하면 교원들 또한 학생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라며, "이것이 곧 북한의 대학이 명분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겠습니까?"라고 설명했다.
     뉴포커스 신준식 기자www.newfocus.co.kr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