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통장 문제만 갖고 횡령이나 유용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 ▲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회가 선언되자 청문회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회가 선언되자 청문회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절차를 밟기로 했다.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무조건 낙마시킨다고 전제한 민주통합당이 결정타를 날리지 못한 만큼 명분을 충분히 갖췄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정적인 하자가 없고 당초 예정대로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특정업무경비의 보관 형태를 갖고 단지 통장에 입금했는지 안 했는지를 따져서 횡령이다, 아니다를 판단하긴 곤란하다.”

    “(개인계좌 문제) 그건 보관방법에 불과한 것이다.
    개인통장에 입금한 것 자체만으로 유용이다, 횡령이다, 이렇게 보긴 어렵다.”

    “공적활동을 위해서 썼느냐, 아니면 사적활동을 위해서 썼느냐,
    이 문제는 사용 용도에 따라서 유용 문제는 결론이 난다고 본다.
    B 계좌에 집어넣은 건 맞는데 그 계좌에는 특정업무경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월정직책금도 들어간다.”

    “또 다른 개인적인 입금이 한 4억6천만원 정도가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개인 돈과 특정업무경비가 혼재돼 있는 그런 상태였다.
    거기서 MMF 통장으로 나가고 다시 MMF 통장에서 그 통장으로 들어온 액수가 2007년 3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왔다 갔다 했는데 나간 액수나 들어온 액수나 거의 동일하다.
    자기 돈이 4억6천만원 정도 들어있었기 때문에 결국 MMF 통장에서 나간 것 자체만 갖고 유용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특정업무경비 사용내역을 증빙할 수 있는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동흡 후보자뿐만 아니라 다른 재판관들도 사용내역서만 한 달에 한 번씩 정리해서 사무처에 제출했을 뿐이지 그걸 뒷받침할만한 증빙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헌재 사무관이 증언했다.”

    “이건 이동흡 후보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기관 전체의 문제다.
    제도개선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정업무경비를 수표로 지급하는 관행을 이제는 카드로 바꾸는 쪽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인사청문회가 끝난 가운데 국회 법사위 측에선 “문제 제기는 많았지만 결정타는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통합당은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낙마 공세로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뜻대로 잘 안 되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이 결정적 카드로 쥐고 있던 ‘항공권깡’ 의혹에 대해 이동흡 후보자가 “사실이면 즉각 사퇴하겠다”며 초강수 대응에 나섰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부인하거나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대항한 이 후보에게 결정적 한 방을 먹이지 못했다.
    특정업무경비를 횡령했다는 결정적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

    결국 민주통합당은 “자질이 부족하다”는 뻔한 주장 외에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키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이 마냥 이동흡 후보자를 감싸고도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당 내에서 부정적 견해가 나오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새누리당 인사청문특위 김성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동흡 후보자가 믿기 어려울 만큼 자기관리와 주변관리를 잘못했다는 게 사실”이라면서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황우여 대표는 “(특수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 데 쓰면 안 되지”라며 넌지시 꼬집었다.

    이동흡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국회는 이날 예정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청문특위 회의를 내일로 연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