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약은 직역하지 말고 의역해야

    선거와 공약이 연애요 이상이라면,
    행정과 정책은 결혼이요 현실이다.


    최성재     
     
    “저랑 결혼해 주시면 하늘의 별을 따 드리겠어요.”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고 미치광이라며 바로 절교할 여자는 없다.
    이 말만 믿고 결혼했다가 남자가 하늘의 별을 따 주지 않는다고 거짓말쟁이라며 이혼할 여자도 없다.
    여기서 하늘의 별은 은유로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 영원한 행복을 뜻한다.
    별을 따 주겠다는 것은 여자의 한 평생 행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최선이라는 말도 쉽게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최선은 없다.
    최선(最善) 대신에 분골쇄신(粉骨碎身)이란 무시무시한 말도 쓰는데,
    말 그대로 하면 제 뼈를 뽑아 가루로 만들고 제 살을 베어 쇠고기 다지듯 다진다는 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공약은 공산당의 공약이다.
    모든 걸 무상으로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교육도 100% 무상, 의료도 100% 무상, 의식주도 100% 무상, 교통도 100% 무상, 전화도 100% 무상,
    뭣도 100% 무상, 뭣도 100% 무상! 그럼에도 세금은 0%, 인플레도 0%!
    공산당의 비극은 실제로 그들이 그렇게 하려고 덤볐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들이 실천한 것은 거꾸로 100% 세금징수 달성밖에 없다.
    100%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해서는, 지니계수를 0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유재산을 없애야 하고
    사유재산을 없애기 위해서는 모든 걸 국유화해야 한다.
    모든 걸 국유화한다는 것은 곧 100% 세금으로 원천징수하는 것이다.

    결국 분배권을 틀어쥔 공산당 간부만 최고급으로,
    없으면 혁명 대상 자본주의 국가에서 수입해서라도 모든 걸 100% 무상으로 차지하여
    저들만의 낙원을 만들었다. 90% 또는 99% 노동자농민의 생지옥을 만들었다.
    인류 역사상 부정부패가 가장 심한 체제를 만들었다.


    무소불위의 공권력으로 가격을 통제하여 공식적으로는 공산국가의 인플레는 0%였다.
    실은? 인플레이션 0%의 국정가격을 이용할 수 있는 자들은 공산당 간부뿐이었다.
    만성적 공급 부족으로 시장물가는 해마다 100% 이상 올랐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만드느라 노동당원에게도 제대로 분배를 못하는 북한은
    김정은 시대를 맞아 인플레가 매년 100%, 아니 100의 100%를 훌쩍 넘어섰다.
    2009년 11월 화폐개혁 당시 1달러 35원이었는데,
    2013년 1월 19일 현재 평양 환율로 1달러 9100원으로 치솟았다.
    2년 2개월 만에 약 300배, 30,000% 오른 셈이다!

    왠지 모르나 북한과 소통이 잘되는 민통당과 통진당은 북한의 무상 선전선동을
    한국에 직수입하여 무상복지에 몰빵했다. 5년 안에 한국을 제2의 스웨덴으로 만들겠다고,
    하늘의 별을 따 주겠다고 젊은이들을 현혹하여 유권자의 48%를 사로잡았다.

    그때, 붕대손을 치켜들 때마다 나라를 구했던 박근혜 후보가
    그렇게 되면 한국은 제2의 스웨덴이 아니라 제2의 그리스가 된다며
    무상복지 대신 유상복지를 내세워 52% 지지로 당선되었다.
    하늘의 별은 문철수가 아닌 박근혜가 딸 수 있다고, 100% 국민행복을 내세워 당선되었다.

    김대중 당선과 더불어 KBS가 한겨레에 접수된 이래 문화권력은 친북좌파로 90% 넘어갔다.
    그것이 15년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작 10%의 문화권력의 도움으로 수첩공주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
    5년 전에도 스스로 대통령에 당선되진 못했지만,
    저들의 손으로 청와대를 넘기지 않은 최대의 공헌자 역시 선거의 여왕이었다.
    그는 40:0의 신화로 90% 문화권력이 지지하는 정당을 2007년에는 출발선상에조차 제대로 서지도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어쨌건 문화권력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펜의 힘이니까,
    한국인은 알게 모르게 배운 사람일수록 어리석어져서 자신이 세금 낼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복지는 무조건 찬성이다. 이런 풍토을 누구보다 잘 알고서 박근혜 후보는 복지를 선점해 버렸다.

    여기서 그는 평소의 원칙과 소신을 상당히 꺾었다.
    그것은 선거 전략이었다고 하나 당선되자마자 다름 아닌 52% 지지자들한테서
    역린(逆鱗)의 말들이 대밭의 바람소리처럼 바스락바스락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당선인은 역정을 냈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았는데, 시작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약수정을 입에 담다니!”

    48%의 유권자(그중에 이들을 현혹시킨 1%만 빼고)나 52%의 유권자나
    박근혜 당선인이나 마음과 뜻은 하나다.
    그것은 국가도 잘되고 국민도 잘되는 것이다.
    경제도 성장하고 복지도 확대되고 국방도 강화되고 재정도 건전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 모순관계에 있다.
    경제성장과 건전재정이 창이라면, 복지와 국방은 방패다.
    창의 날이 무디거나 창의 자루가 부러지면 방패는 이내 무용지물이 된다.
    더군다나 복지와 국방은 같은 방패이지만 별로 사이가 안 좋다.
    이 둘이 공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경제성장과 건전재정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한국의 정치 풍토에서 특이하게도 언행이 일치한다.
    원칙과 신뢰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두툼한 공약집을 꺼내어 머리를 맞대고 얇은 공약 해설집을 만들면 된다.
    원문을 직독직해하면 해설집이 공약집보다 두툼해질 수 있다.
    직독을 우선으로 하여 원래 뜻을 최대한 살리되 창과 방패가 조화를 이루도록,
    국민 대다수가 쉽게 이해하도록 의역해야 한다.
    모든 건 세금징수(현세대 부담)와 국채발행(미래세대 부담)을 염두에 두고
    100% 국민행복의 최적조건을 찾는 것으로 집중해야 한다.

    당초 주장대로 계산하더라도, 직역하더라도 5년간 100조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조세부담율이 21%니까, 100조원을 5로 나누고 다시 0.21로 나누면 매년 약 100조 원의 GDP 더하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2년 GDP가 약 1200조원이니까 매년 경제성장이 8%가 되어야 한다.
    이건 불가능이다. 매년 4%만 되어도 제2의 메르켈이 탄생했다며
    전 세계가 문화한류에 이어 정치한류를 주목할 것이다.

    박정희 장군은 애국심 하나로 당시에 가장 선진적 집단이었던 군대의 힘을 빌려 집권에 성공한다.
    막상 권력은 잡았지만 가슴이 철렁했다. 도둑맞은 집을 차지했던 것이다.

    담배를 입에 물고 살았다. 근혜의 재롱도 귀찮아졌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의욕적으로 자유당과 민주당이 만들기만 해놓고 선반 위에 던져 둔 경제개발계획서를 펼쳤다.
    먼지가 자옥하여 숨이 턱턱 막혔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직독직해했다.
    그러나 3년 동안 죽어라고 뛰었지만, 국민의 눈빛은 어느 정도 빛나게 만들었으나 이대로 가면 망할 것 같다는 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선진국에서도 권하고 후진국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인 수입대체(import substitution)에 의한
    경제개발은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그 후 30년간 모조리 실패한 데서
    나중에 입증되듯이 뜻은 가상하나 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었다.

    1964년 박정희는 마침내 박충훈 당시 상공부장관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수출지향형(export oriented)으로 경제개발 정책을 180도 바꾼다.
    자유당과 민주당의 경제개발계획서를 멋지게 의역하여 새 경제개발계획서 해설집을 만든다.

    그로부터 14년 후 1978년부터 공산국가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가 박정희 뒤를 따랐다.
    18년 후 1992년에는 인도마저 수입대체형 경제개발을 버리고
    수출지향형 경제개발의 선두주자 박정희 뒤를 기러기처럼 뒤따랐다.
    지금 천국에서는 나이가 가장 어린 박정희를 큰형님으로 모시고
    등소평과 네루가 좌우에서 매일 이승을 내려다보며 흐뭇해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1년 정도 시행착오하는 것은 괜찮다.
    경험으로 배우는 것이 최고의 산지식이니까!
    과거의 10년이 지금은 1년에 해당하니까, 6개월 정도면 더 좋고!
    그 후에는 공약집을 직역하지 말고 의역하여 새로운 경제복지모델을 만들기 바란다.
    그러면 5년 후 퇴임 무렵에는 지지율이
    2012년 12월 19일 현재 51.6%에서 71.6%로 치솟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