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에서 쉬게해야 할 때”
     
    “‘친노’에도 유통기한 있다. 똥칠하지 말라“
     
    오 윤 환


  •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 12.19 대통령선거 결과를 ’노무현의 실패’라고 말하긴 싫다.
    ‘노무현의 부활’을 통해 정치적으로 회생하려던 ‘친노‘의 실패이지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노무현의 실패는 아니기 때문이다.
    ’친노‘ 그 중에서도 ’적자‘인 문재인 후보의 출마와 패배가 또 한 번의 ’노무현의 좌절’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안타까운 이유는 그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하에서 그걸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릴 때, ‘친노’에게 그 회한을 풀어줄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무현의 이런 짧은 유서 어디에도 ‘친(親)노‘칭(稱)노’의 정치적 부활의 암시란 없다.

    더더구나 정권에 대한 욕망은  단초조차 찾을 수 없다.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유언은 2009년 5월 23일 이미 ‘친노’에게 갈길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문 후보와 ‘친노’들은 정권이 눈앞에 어른거리자 집단으로 ‘부엉이바위’에 올라서고 말았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13일 <중앙일보> 회견에서 “이제는 노 전 대통령을 정치에서 쉬게 할 때”라고 했다.
    ‘노무현’을 내세운 친노의 정치세력화, 정치활동에 단호히 반대한 것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도 뒤로 물러나 있었다.
    2011년 1월 ‘박연차게이트’로 지사직에서 물러난 그의 처지에서 선거에 나설 계제도 아니었겠지만, 정말 ‘없는 듯’ 침묵을 지켜왔다.
    “노 전 대통령을 정치에서 쉬게 할 때”라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이 전 지사는 대선 패배가 ‘친노 심판’이라는 시각을 단호히 거부했다.
    “문재인 후보는 국민들에게 선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줬지만, 민주당 자체에 국민의 거부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패배이지 ‘친노 문재인’의 패배가 아니라는 강변이다.

    그러면서도 그 역시 “문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서 자기 세계를 가지려고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설 무언가를 못 만든 게 문제”라고 했다.

    엎어치나 메치나 그게 그거다.
    ‘친노 심판’ ‘친노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정치에서 쉬게 할 때”라는 그의 말은 [노무현을 참칭(僭稱)한 정치행위]를 하지 말라는 절규로 들린다. 


  • 문재인 후보는 대선출마에 별로 뜻이 없었다.
    정치참여 자체를 꺼렸다.

    2년전 <한겨례21>의 ‘친노 오디션’에서 ‘노무현 정신을 구현할 인물’ 1위에 유시민(18.3%)이 뽑혔다.
    문재인은 한명숙과 함께 11.1%로 그 다음이었다.

    그런 그를 이해찬, 문성근 등 ‘친노’들이 대선후보로 밀어 붙였다. 손학규, 김두관같은, 노무현과 일정한 거리를 뒀던 주자들이 있었지만 막무가내였다.

    당원, 대의원 투표에서 3등에 불과했던 문 후보는 이해찬, 박지원이 주도한 ‘모바일투표’에서의 몰표로 후보가 됐다.
    ‘노무현의 좌절’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대선을 앞두고 ‘친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를 짓밟음으로써 '노무현 좌절'의 고통은 배가(倍加)됐다.
    ‘친노 오디션’에서 1, 2위를 한 유시민, 한명숙의 배신은 철저했다.
    거기에 문재인 후보가 울라탔다.

    ‘친노’가 진정 노무현의 부활과 명예회복을 원했다면, 그의 유업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천지를 진동시킨 ‘친노’의 부활과 등장으로 마침내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미국이 땅따먹기 위해 그은 선”이라는 노 전대통령의 영토훼손 발언까지 까발려졌다.
    ‘친노’의 정권 도전이 ‘노무현의 좌절’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광재보다 훨씬 앞서 노무현의 ‘왼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친노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본다”며 “그런데 그걸 잘 몰라 결국 벽에 똥칠할 때까지 하려는 거다”라고 `노무현 유산’을 우려 먹는 친노를 비난한 게 2011년 8월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가 드러나자 모두 등을 돌린 세력들이,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뛰어 내리고, 노무현 동정여론이 형성되자 ‘영정정치’에 나선 '친노‘의 행태를 “똥칠“로 비난한 것이다.

    ’우광재’ “노 전 대통령을 정치에서 쉬게 할 때”라는 말과,  ‘좌희정’ “똥칠”은 맥이 통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막지 못한, 자살에 이르게 한 측근들의 대권 도전이야말로 “똥칠”이 아니었을까? 

  • ‘친노’가 진정 노무현의 부활과 명예회복을 원한다면,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를 짓밟은 한명숙, 정동영, 유시민, 특히 민노당이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조건으로 한미 FTA 사과를 요구하자, “원망의 대상이 된 정책적 선택(FTA)에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야겠다”고 무릎꿇은 유시민, 그리고  노무현 정권 법무장관으로 한미 FTA 비준 합동담화문에 서명하고도, 야당이 되자 입에 거품을 물고 FTA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미국 의회 소식지에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한-미 FTA를 하지 말자”는 기고문을 실은 '목포 천재‘ 천정배부터 고인의 묘소에  무릎꿇고 사죄하는 게 먼저 아닐까?

    묻고 싶다.
    '친노‘ 당신들의 대권 도전은 오로지 “악랄하게 갈아 엎겠다”는  친노 누군가의 악 받친 비명에서 출발하지 않았습니까?

    노 전 대통령의 ‘3년상’도 지났다.
    이제야말로 노 전대통령을 떠나보내야할 때다. 
    노 전 대통령을 “정치에서 쉬게 할 때”다.

    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이라는 역사속으로 걸어들어 갔다.
    그의 족적과 과오, 실책까지도 이제 역사의 일부분이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고인의 유언처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자연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여 미움과 회한을 삭여야할 때다.
    12월 19일 대통령선거는 그를 위한 마지막 향불로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