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필립씨, 이제 조용히 물러나시지요”

    -선거 끝났다고 정수장학회도 끝난 게 아니다-

    오 윤 환 

    대선을 두달 앞둔 10월 21일 박 후보 진영이 발칵 뒤집혔다.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 이사진이 국민 의혹이 없도록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는 게 지금의 입장”이라며 “정수장학회 스스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사실상  최필립 이사장 사퇴를 촉구했지만, 최 이사장이 단칼에 이를 깔아뭉갰기 때문이다. 

  • 최 이사장은 박 후보 기자회견 직후 라디오에 출연해 “이사장직을 그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은 임기(2013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박 후보 캠프는 ‘분노 반, 걱정 반’으로 캠프 전체 가 패닉에 빠진 것이다.

    김용환, 현경대 등 7인회 역시 아침부터 머리를 맞댔고, 최  이사장과 가까운 사람을 최 이사장에게 보내는 소란까지 있었다.

    그러나 최 이사장  대답은 “사임 불가”였다.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명칭변경’까지 언급했지만, 최 이사장은 아예 마이동풍이었다.  

    그에 앞서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실언이 있었다.

    “유족이 강압에 의해 강탈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판결은 “김지태씨가 강압에 의해 주식을 증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김씨가 주식을 증여한 1962년부터 10년이 경과할 때까지 정수장학회 증여에 대한 취소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리는 소멸됐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부인한 ‘강압’을 인정한 대신 장학회 반환 요구를 가각한 판결이다.

    박 후보가 법률전문가 조언만 얻었으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 직후 "제가 아까 강압이 없었다고 했나요? 제가 잘 못 말한 것 같다...."고 바로 잡긴 했다.  

    역풍이 거세게 불었다.
    ‘과거사‘를 털기 위한 기자회견이 박 후보의 국민통합’과 ‘미래설계’를 집어 삼켰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이 감지됐다.

    새누리당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부터가 “‘도대체 선거를 하려고 하는 것이냐, 본인이 억울한 면이 있어도 과거사는 털고 갔어야 했는데 그런 기대에 어긋났다”고 고개를 돌린 것이다. 
    친북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지 모른다고 걱정한 국민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필립 이사장은 끝내 사퇴하지 않았다.
    한동안 연락까지 끊었다.

    최 이사장을 향한 친박 원로 들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박 후보가 당선돼야 정수장학회고 뭐고 온존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수‘ 때문에 낙선한다면 장학회는 물론 최 이사장은 임기를 채우기는 커녕 당장 그만둬야하는데 무슨 꿍꿍이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버텼다.

    박 후보가 당선될 것을 귀신 같이 예감했을까? 
    대선이 끝나자 정수장학회는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최 이사장은 지금 2013년 임기를 꽉 채울 것으로 믿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 이사장은 대선 와중에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등을 만나 장학회 보유 MBC 지분 30% 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매각하는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한겨례>에 의해 보도돼 선거판을 뒤집어 엎었다.
    최 이사장이 <한겨례>신문 기자와 통화하다, MBC 이진숙 본부장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전화를 끊지도 않고 대화하는 바람에 한겨례 기자에 의해 그 대화가 고스란히 녹취되고 만 것이다.

    그 대화는 <한겨례>에 의해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비밀리에 매각해 부산·경남지역에 수천억원대 선심성 복지사업을 계획중”이라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보도됐다.
    박근혜 후보의 부산-경남 득표전략의 일환이라는 투였다.

    몰래 대화를 녹취한  신문사와 기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전화기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대선 한복판에 난리법석을  떨도록 만든 최 이사장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대선이 끝났다고 정수장학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대선 결과 속에 수면 아래로 잠목한 지금이 적기다. 
    최 이사장은 “국민 의혹이 없도록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 정수장학회 스스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발언을 실천해야  한다.

    최 이사장은 곧 대통령에 취임하는 박 당선인의 걸음을 가볍게 해줄 의무가 있다.

    ‘후보매수’로 유죄가 확정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대선 직전 정수장학회를 탈탈 털고 샅샅이 뒤졌지만, 꼬투리를 잡지 못햇을 정도로 장학회를 완벽하게 운영해 온 최 이사장의 공은 공대로 남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해서도 기자들로부터 “정수장학회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도록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 이사장의 결심은 정수장학회 엇박자로 가슴 태운 51.6% 국민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새해 벽두 속 시원한 소식을 기다려 본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도 '영재 양성'이라는 제 몫을 다하고 제자리를 찾는 모습을 흐믓한 눈으로 바라 볼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