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의 고수들이 맹활약한 18대 대선


    강호에 은거하던 고수들이 곳곳에서 나타나
    마교의 절정고수들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최성재


    18대 대선(大選)은 건곤일척의 흑백대전(黑白大戰)이었다.
    마교는 말교에서 ‘ㄹ’이 탈락하여 마교가 되었다는 소문도 있더니, 그들은 말이 청산유수였다.
    방송도 인터넷도 SNS도 영화도 온통 이들이 장악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그들의 말에 말춤을 추며 열광했다.
    전통적인 텃밭 호남도 소리 없이 열광했다.

    마교는 말 뒤집기의 명수여서 그들의 말을 듣다 보면, 착하고 양심적인 사람은 몽땅 그쪽에만 몰려 있는 듯했다.
    민주, 복지, 평화, 진보, 평등에 대해 그들은 특허권을 주장했다.
    말로써는 정교(정통우파)가 마교에 상대도 안 되었다.

    마교에 따르면 정교는 악의 원천이었다.
    독재와 위선과 부정과 부패와 불의는 모두 거기에서 비롯되었단다.
    가슴에 손을 얹고 거기 양심이 있다면 자기들을 따르라고, 마교는 절규했다.

    정교는 방송의 한 귀퉁이, 인터넷의 한 모서리, SNS의 한 구석, 영화의 한 쪽에서 황소개구리가 황소를 향해 몸을 부풀리듯이 초라하게 진실을 외치고 있었다. 

    다행히 정교의 여맹주는 전설의 초절정 내공을 과시하며 사람들을 구름같이 몰고 다녔다.

    문제는 여맹주를 보필하는 자들이었다.
    마교의 고수들에 비해 말도 딸렸고 힘도 딸렸다.
    정교의 조직은 거대했으나, 마교의 첩자들이 요소요소에 박혀 있어서일까,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제3자처럼 관망하고 있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마교에서는 청룡과 백호가 낮이면 각기 세력을 이루어 용호쌍박하는 척했으나, 밤이면 어지러이 밀사를 보내 마교 대통합을 기정사실화했다.
    무엇보다 이 두 늑대와 여우를 젊은이들에게 청룡과 백호로 띄워 주는 말과 글의 고수들이 즐비했다는 것이 정교에겐 크게 불리했다.

    마교는 정교한 프로그램에 따라 착착 움직이며 거짓은 진실로, 진실은 거짓으로, 악은 선으로, 선은 악으로 만드는 데 도사라서, 시간이 갈수록 주먹구구식의 정교가 불리했다.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때 20년 폐관수련에 들어갔던, 마교의 인물로 알려졌던 전대의 전설적 고수가 나타났다.
    이름하여 김지하.

    그는 마교의 실질적 우두머리이자 내공과 외공 모두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누구도 그와 단 삼합도 겨룰 수 없다는 백낙청을 향해 백리 밖에서 레이저 지풍(指風)을 날렸다.

    “당신은 민족의 미래를 가로막는 쑥부쟁이에 지나지 않아!”

    백낙청은 원탁에 앉아서 없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마냥 빙긋이 웃다가, 역시, 번개보다 빨리 우레 장풍으로 맞받아쳤지만,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깊은 내상을 입었던 것이다.

    그에 앞서 김지하는 맹호인 척하던 안철수를 향해 역시 백리 밖 오두막에서 레이저 지풍을 한 수 슬쩍 날렸다.

    “알고 보니, 너는 깡통이구나!”

    2m의 거구인 줄 알았는데, 그 지풍 한 수에 안철수는 키가 한 자 반이나 줄어들었다.

    하루는 안철수가 안개처럼 사람들을 몰고 어느 고개를 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누가 맨몸으로 불쑥 나타나 인의 장막을 거침없이 뚫고 안철수에게 다가가 결투를 청했다.

    누구냐?
    그의 수하들이 즉시 그를 둘러쌌다.

    “나?
    황장수!”

    아무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수하가 공명심에 불타서 한꺼번에 덤벼들었지만, 일초식도 견디지 못했다.
    안철수는 혼비백산 도망갔다.

    황장수는 도망가는 안철수에게 종이 한 장을 날렸다.
    그러자 그 종이는 화살처럼 날아가 안철수의 왼쪽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상처는 알파벳 모양을 이뤘다.
    BW!

    정규재는 재야에 묻혀 있지는 않았지만, 정교에도 가입하지 않아서 그렇게 대단한 고수인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그도 BW 신공으로 안철수를 여러 번 혼비백산 도망가게 만들었다.
    안철수는 알고 보니, 초절정 고수가 아니라, 그저 경공술과 둔갑술이 뛰어난 자에 지나지 않았다.

    변희재는 한때 마교에 홀렸다가 제정신을 차리고 정교로 돌아와, 스스로 외곽의 경비를 맡았다.
    청년 고수 변희재문철수의 외곽부대를 홀로 너끈하게 막았다.
    조국, 공지영, 진중권 등은 이전에 말 9단으로 맹위를 떨쳤지만, 겨우 말 3단 정도로 알려진 변희재를 만났다 하면 쩔쩔 맸다.
    술에 취한 듯 혀가 꼬부라졌다.

    한때 정교의 여맹주를 맹공하던 조영환도 흑백대전을 맞아 홀로 진실의 적토마를 타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종횡무진으로 마교의 거짓 방패를 짓밟았다.

    재야의 초절정 고수로는 조갑제지만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도 이전에는 정교의 여맹주를 상대로 스치는 바람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지만, 국가의 생존이 걸린 흑백대전을 맞아 날카로운 판관필(判官筆)과 묵직한 언월도(偃月刀)를 휘둘러, 마교가 청룡이라 내세운 문재인을 여러 번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만약 그들은 일대일로 겨룰 기회만 있었다면 여반장으로 문늑대의 양 가죽을 벗겼을 것이다.

    마교는 양심을 흑심으로 바꾸어 흑심을 양심으로 확신하게 만드는 20세기의 최대 신흥종교다.
    마교의 새 권력층은 사실 그 이전의 어떤 권력층보다 권위적이고 착취적이고 폭력적이다.

    그러나 부지불식간에 마교에 세뇌되면, 핵과 미사일, 거짓과 폭력, 협박과 저주로 3대 세습하는 독재권력에 대해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오로지 근대화의 기적을 이룬 한국에 대해서, 그런 한국의 젖줄이 되어 준 미국에 대해서 비판과 비난을 집중시킨다.

    한국의 마교는 절대 자신들을 마교라고 고백하지 않지만, 북한의 마교와 내용상 거의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90년대 들어 마교의 두 본산 중 하나는 완전히 무너지고 하나는 반쯤 무너진 이후로 조선말기의 성리학이 그러했듯이, 그때부터 북한이 우습게도 마교의 본산을 자처하며 한국의 얼과 말과 글을 거의 장악했다.

    착하고 여린 젊은이일수록 그들의 말에 혹하기 쉽다.
    그들의 비약(秘藥)을 복용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피운 향내만 맡아도 양심이 흑심으로 바뀌기 쉬운데, 그들은 언제 어떻게 자신의 양심이 흑심으로 변하거나 양심이 마비된 줄 모르고 흑을 백으로 알고 백을 흑으로 믿어 의심치 않고 세상을 개탄하며 개혁과 새 정치를 진심으로 울부짖는다.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알고 목적과 수단을 혼동한다.
    간혹 같은 젊은이들 중에 아버지 세대와 같은 말을 하면 즉시 에워싸고 말의 몽둥이찜질을 선사하고 저주의 멍석말이를 선물한다.

    자연히 거기서는 동조와 일치만 있을 뿐 의문과 비판은 존재할 수가 없다.
    날마다 아버지 세대를 향해서 불통을 외치지만, 사실 그들만큼 소통과 거리가 먼 세대가 없다.
    자신들과 같은 말을 해야만 소통이라고 우긴다.
    그것이 바로 불통의 절정인 줄 모른다.

    다행이랄까, 그제부터 눈이 밝아지는 젊은이가 부쩍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