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경이 이정희 후보에게 보내는 편지>

     이정희 후보는 자숙하고 사퇴해야 한다.

    하태경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정희 후보님, 안녕하세요?
    하태경입니다.

    아마 작년 여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때 저는 이정희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북한인권법의 제정에 동의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었습니다. 당시 저는 시민단체의 일원이었고 이정희 후보께서는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그 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되길 바랬습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의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이정희의원님께 학교 선배입장이던 제가 공개편지를 썼다는 사실이 왠지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이제는 우리나라의 대통령 후보가 된 이정희 후보님께 다시 펜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제 TV토론에서 이정희 후보님이 보여준 상식 이하의 무례한 발언들을 보며, 대체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는지!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오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지금은 이정희 후보님과 통진당이 스스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라는 점입니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미 통합진보당은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폭로된 당내 선거 부정과 종북 논란으로 인해 통합진보당은 국민의 믿음을 상실한 식물정당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거듭된 사퇴요구에도 불구하고, 소위 경기동부 세력이 보여준 ‘기득권 사수 정신’과 ‘버티기’는 한국진보정당에 대해 일말의 애정을 갖고 있던 이 땅의 모든 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통합진보당은 결국 분당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역설적이지만, 결국 통합진보당 때문에 진보라는 글자가 들어간 당은 3개로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민주당조차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정희 후보님.

    제가 두 번째로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우리나라에 종북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며, 이정희 후보께서 여전히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충언하건데 하루빨리 종북세력과 결별해야 합니다. 단순한 결별이 아니라 치열하게 투쟁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주사파 조직은 북한체제를 신봉하는 핵심 이념집단과 강경 반미주의자들 그리고 평범한 민족주의 성향의 대중들이 3층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3층 구조 덕분에 극소수의 북한 신봉자들은 매우 효과적으로 조직을 유지하면서, '친일', ‘민족주의' 이슈들을 앞세워 대중운동을 일으키고, 대한민국을 종종 혼돈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극복하고 진성 종북세력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 일에 실패한다면 한국정치는 계속되는 종북논란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늪에 갇혀 있는 시간동안 우리 정치의 발전은 멈춰있을 것입니다.

    이정희 후보님,

    저는 이런 맥락에서 지난 TV 토론 당시 이정희 후보의 모습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정희 후보가 대한민국 정부를 ‘남쪽정부’라 지칭하고, 북한의 미사일을 ‘실용위성’에 이라 부르며 천안함 폭침 사건의 본질을 부정하는 대목에서는 ‘저분이 과연 우리나라의 대통령 후보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최고의 압권은 ‘특정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리겠다’는 호언장담이었습니다. 아무리 시정잡배 같은 사람이 출마했다고 해도, 내가 이러저러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하지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식으로 말하지는 않습니다. 이정희 후보님의 이러한 고백은 아마도 한국정치사상 전무후무한 망언의 하나로 기억 될 것입니다.

    이정희 후보님.

    ‘어차피 더 이상 깎아먹을 것도 없는 지지율이기 때문에 막 던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말들은 이제 자제해 주십시오. 지난 통진당 부정선거 파문과 종북 파동에 대해 근신하며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국민에게 친북 반미 세계관을 강요하기 전에 국민 앞에 반성과 성찰의 자세를 먼저 보여주십시오.

    통진당이 진심으로 국민 앞에 반성한다면 최소한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출당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이 후보는 그 반성과 성찰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무조건 후보직을 사퇴해 주십시오. 저는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희 후보님,

    저는 이정희 후보님이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정치적 입장과 관점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이정희 후보님의 상식과 이성마저 근본적으로 불신하지는 않습니다. 저와 이정희 후보, 우리 두 사람이 속한 정당은 다르지만 종북세력을 청산하는 길에 뜻을 함께 할 수 만 있다면, 국민을 존경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큰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오늘 두 번째 편지를 대선국면에서 펼쳐지는 단순한 정치 공격으로 이해하지는 말아주십시오. 과거 동지였고, 한 때 민족민주 운동권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에 대한 순수한 걱정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아직도 저는 이정희 후보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소주한잔 기울일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치열한 토론과 논쟁도 언제든 환영이라는 말도 함께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2012 12     하태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