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라기 공원' 같은 뉴칼레도니아 블루리버 파크
  • 뉴칼레도니아에선 팁 문화가 없으므로 호텔이건 택시건 팁은 놓지 않아도 된다. 새벽부터 일어나 택시를 불러 누메아 시내(북쪽으로 15분)의 새벽 중앙시장을 찾았다. 택시비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편이다. 평일 시장이라 상인도 손님도 적었다. 이 지역에서 나는 생선,채소,과일 등이 소규모로 아기자기 모여 있고 빵집과 커피숍도 있다. 커피숍은 탁 트인 둥근 원두막 같은 매점에서 바처럼 각자 둘러앉아 있아 마시는 열대지방 스타일이다. 상인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커피 한잔 하는 곳이다. 새벽 시장 문을 열러 나와서 옹기종기 모여 ‘커피믹스’ 타먹는 우리나라 시장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5시부터 10시반까지 문을 연다.

  • ▲ 누메아의 새벽. 중앙시장에서 생선가게 주인이 대형 도미를 들어보이며 자랑한다.
    ▲ 누메아의 새벽. 중앙시장에서 생선가게 주인이 대형 도미를 들어보이며 자랑한다.
     
  • ▲ 중앙시장의 채소가게.
    ▲ 중앙시장의 채소가게.
     
  • ▲ 시장 사람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옹기종기 모여 커피를 한 잔 한다고 한다.
    ▲ 시장 사람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옹기종기 모여 커피를 한 잔 한다고 한다.

    시장 바로 앞 보트와 선박들이 줄지어 있는 바다는 모젤(Moselle)만의 모젤항이다. 길 건너 코코티에(Cocotiers) 광장으로 이어지는 이곳이 수도 누메아의 중심지다. 쇼핑할 만한 상점들도 이 부근에 몰려있다. 타이티에서 온 진주와 멜라네시아 부족을 형상화한 조각품등 기념품을 살 수 있다. 늦게까지 장사하는 일은 없으니 정통 ‘프렌치 스타일’ 답다.

  • ▲ 여러 부족들을 상징하는 조각이 기념품으로 전시돼있다.
    ▲ 여러 부족들을 상징하는 조각이 기념품으로 전시돼있다.
     
  • ▲ 뉴칼레도니아의 쇼핑가에선 타히티의 진주를 흔히 볼 수 있다.
    ▲ 뉴칼레도니아의 쇼핑가에선 타히티의 진주를 흔히 볼 수 있다.
     
  • ▲ 쇼핑가에 이탈리아에서 온 어느 멋진 아주머니가 패션 모자점을 운영하고 있다.
    ▲ 쇼핑가에 이탈리아에서 온 어느 멋진 아주머니가 패션 모자점을 운영하고 있다.

    뉴칼레도니아 여행에선 모든 예약을 호텔을 통해 미리 해 놓는게 일반적이다. 호텔로 돌아와 예약한 미니버스를 탔다. 프랑스인 가족, 일본인 신혼부부, 한국인 커플 등이 함께 탔다. 쥐라기 시대의 고생물이 살아 숨쉬는 ‘블루 리버 파크(Blue River Park)’로 가는 여정엔 온통 붉은 흙뿐이다. 산화된 철분이 너무 많아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빨간 분말가루가 묻어난다. 이 ‘쥐라기 공원’의 유일한 공식 가이드 프랑수와 트란(예약 François Tran:caledoniatours@lagoon.nc)의 등산화는 원래 색깔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주 짙은 붉은 색이다. 영어와 일본어, 불어를 동시에 섞어가면서 한시도 쉬지 않고 지질학 강연을 하는 프랑수와의 정열에 일행 모두 처음부터 고대 생물학 공부에 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오늘 가이드로 처음 나선 사람처럼 온 힘을 쏟아 설명한다.

  • ▲ 블루 리버 파크로 가는 길. 붉은 산화철의 흙에서 강인하게 자라난 고생대 희귀 식물들을 볼 수 있다.
    ▲ 블루 리버 파크로 가는 길. 붉은 산화철의 흙에서 강인하게 자라난 고생대 희귀 식물들을 볼 수 있다.
     
  • ▲ 관광객들이 가이드 프랑수와 씨로부터 고대식물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관광객들이 가이드 프랑수와 씨로부터 고대식물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 누메아의 동남쪽으로 45km. 본섬 중앙에 솟은 1천m급 산맥을 중심으로 숲과 붉은 대지가 펼쳐진다. 철분 많은 흙을 견디려면 등산화가 필수다.
    ▲ 누메아의 동남쪽으로 45km. 본섬 중앙에 솟은 1천m급 산맥을 중심으로 숲과 붉은 대지가 펼쳐진다. 철분 많은 흙을 견디려면 등산화가 필수다.

    블루리버파크는 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에서 동남쪽으로 약 45킬로미터 떨어진 야테(Yaté)와 덤베아(Dumbéa) 사이에 위치한 국립 공원이다. 공원의 강이 푸르게 보여 ‘블루리버파크’라 이름 붙여진 이 공원에는 쥐라기 시대의 자연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세계 각국에서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약 9,000헥타르에 이르는 블루리버파크에는 뉴칼레도니아의 국조인 카구(Cagou)를 비롯한 많은 조류가 살고 있다.

  • ▲ 멜라네시아에만 사는 침엽수의 일종인 카오리 나무는 높이 1628m짜리도 있다고 한다.
    ▲ 멜라네시아에만 사는 침엽수의 일종인 카오리 나무는 높이 1628m짜리도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세계에서 가장 큰 비둘기종에 속하는 노뚜, 게코 도마뱀, 칼레도니아 까마귀 등 희귀 동물을 볼 수 있다.

    건림과 우림이 섞여 있어, 울창한 산림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져 있는 아로카리아 소나무, 아마존에서나 볼 수 있는 맹그로브 숲, 수천 년 이상 수령의 카오리 나무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물속에 잠긴 숲이라는 의미의 ‘포레 누와예(Forêt Noyée)’는 1959년 야떼 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야떼 호수 속에 반쯤 잠긴 고사목 숲을 말한다.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고사목에 운치를 더해 기막힌 장관을 연출한다.

  • ▲ 블루리버 파크로 가는 길엔 유칼립투스의 일종인 니아울리 나무가 물속에서 꿋꿋이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니아울리 나뭇잎으로 만든 아로마테라피 에센스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천식을 없애주는 뉴칼레도니아의 국민 ‘만병통치약’이다.
    ▲ 블루리버 파크로 가는 길엔 유칼립투스의 일종인 니아울리 나무가 물속에서 꿋꿋이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니아울리 나뭇잎으로 만든 아로마테라피 에센스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천식을 없애주는 뉴칼레도니아의 국민 ‘만병통치약’이다.
     
  • ▲ 남반구의 옛대륙에서만 발견되는 금빛 미니 도마뱀. 블루리버 파크는 고생대가 보존된 숲의 '갈라파고스'로 전세계 다큐멘터리 촬영팀을 끌어들이고 있다.
    ▲ 남반구의 옛대륙에서만 발견되는 금빛 미니 도마뱀. 블루리버 파크는 고생대가 보존된 숲의 '갈라파고스'로 전세계 다큐멘터리 촬영팀을 끌어들이고 있다.

    프랑수와에 따르면 이곳 야테(Yate) 호수 곳곳 물에 잠겨 솟아있는 니아울리(Niaouli)나무가 바로 뉴칼레도니아를 다른 남태평양 휴양지들과 구별해주는 지리적 증거라고 한다. 니아울리 나무는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아와 호주처럼 옛 남반구 대륙인 곤드와나 대륙의 일부에서만 발견되는 나무이다. 그것은 남태평양의 피지나 바누아트 섬처럼 화산섬이 아니라는 증거. 따라서 지각이 분리되면서 끝자락에 붙어있었던 지리적 특성 덕분에 전혀 다른 종의 생명체들이 순수하게 보존되었으며 지반 침하로 섬이 사라질 위험도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쥐라기 시대의 생물들이 맹수나 천적의 존재 없이 1억년 이상 그대로 편하게 번식했으며 휴양지로서 아무런 지질학적 위험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심해엔 앵무조개가 살고 지상엔 유칼립투스 나무의 선조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고생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겐 뉴칼레도니아가 그야말로 ‘갈라파고스’인 셈이다. 우리가 바로 그 ‘갈라파고스’의 숲으로 향하고 있었다.

  • ▲ 블루 리버 파크는 트레킹이나 하이킹에도 제 격이다. 프랑스에서 온 자전거 하이킹 가족을 만났다.
    ▲ 블루 리버 파크는 트레킹이나 하이킹에도 제 격이다. 프랑스에서 온 자전거 하이킹 가족을 만났다.

    숲에는 카구(Cagou)새가 살고 있다. 날지 못하고 부부새가 새끼 한 두마리를 키우며 무려 25년이나 산다는 뉴칼레도니아의 상징이다. 프랑스인들이 개를 들여오기 전엔 카구들이 맹수가 무엇인지 몰라 개에게 무차별 잡혀먹혀 멸종 위기에 몰렸다. 이젠 보호종으로 지정돼 600여마리가 이 숲에서 산다. 호기심이 많아 사람 소리가 나면 숲에서 길로 나온다. 과연 한 마리가 나와 천천히 다가온다. 잠시 멈춰 카메라 세례를 즐기다 다시 좀 더 다가온다. ‘완전 연예인‘ 포즈다. 다리를 한 쪽 살짝 들어주기도 하고 커플 새가 나란히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기도 한다. 사람들이 소리를 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카구새의 행동에 뉴칼레도니아 생태계의 많은 답이 담겨 있을 법하다. 여기 사람들은 순수해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돈을 벌기 위해 아둥바둥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남태평양의 먹거리와 광산의 돈벌이가 그들에게 여유를 주었을 것이다. 새도, 산호초도, 물고기도 사람을 겁내는 법이 없다. 마치 천적이라곤 세상에 없는 것처럼.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거나, 시장에서 장을 보거나,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거나, 광장을 걷거나, 숲속을 걸어보면 알게 된다. 쥐라기부터 편안했던 뉴칼레도니아 자연의 여유를.

  • ▲ 뉴칼레도니아의 상징인 카구(Cagou)새. 날지 못하고 호기심이 많아 사람을 좋아하는 이곳에만 사는 희귀종이다.
    ▲ 뉴칼레도니아의 상징인 카구(Cagou)새. 날지 못하고 호기심이 많아 사람을 좋아하는 이곳에만 사는 희귀종이다.

    블루 리버 파크 체험의 절정은 푸른 물의 계곡에서 프랑수와가 직접 구워주는 사슴 바비큐, 멧돼지 소시지, 샐러드, 그리고 뉴칼레도니아 산 맥주 ‘넘버원’이다. 피크닉은 바비큐와 소시지다.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우연히 함께 온종일 지질학 공부와 자연 학습 체험을 했다. 프랑스 할아버지, 일본 아저찌, 한국 아가씨 모두 함께 건배!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며 입장 마감시간은 4시. 입장료는 성인 기준 400XFP(약 5,000원)이다. 점심 포함 가이드 투어 예약은 호텔이나 프랑수와씨에게.   

  • ▲ 블루 리버 파크에서 유일한 공식 가이드 자격을 가진 프랑수와(Francois)가 투어객들의 점심으로 사슴 바비큐를 굽고 있다.
    ▲ 블루 리버 파크에서 유일한 공식 가이드 자격을 가진 프랑수와(Francois)가 투어객들의 점심으로 사슴 바비큐를 굽고 있다.
     
  • ▲ 블루 리버 파크의 일일투어에 프랑스, 일본 등 여러나라 사람들이 동행했다.
    ▲ 블루 리버 파크의 일일투어에 프랑스, 일본 등 여러나라 사람들이 동행했다.
     
  • ▲ 프랑수와의 사슴 바비큐와 뉴칼레도니아산 맥주 '넘버원'이 이 날 피크닉의 메뉴.
    ▲ 프랑수와의 사슴 바비큐와 뉴칼레도니아산 맥주 '넘버원'이 이 날 피크닉의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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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칼레도니아=칸 라이언즈 한국대표 이성복 palmdor@naver.com>
    사진=강건호, 취재협조=뉴칼레도니아관광청(www.new-caledonia.co.kr 02-732-4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