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실패‘를 왜 ’양보‘나 ’단일화’로 미화하나?

    -“건너온 다리 불살랐다”던 “안철수여 영원히 안녕~~“-

    오 윤 환
  • 거의 모든 언론이 안철수의 ‘좌절’을 ‘후보사퇴’로 표현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좌파언론들은 ‘후보단일화’를 위한 ‘양보’로도 모자라 “아름다운 결단‘으로 미화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표현이다.

    메이저 신문의 ’후보사퇴‘ 제목은 어리석기 짝이 없고, 좌파들의 ’양보‘나 ’후보단일화 사퇴‘는 가증스럽다.
    안철수의 선택은 그저 치기어린 정치까막눈의 ’출마포기‘에 불과하다. 동시에 그가 주장해온 ’새정치‘의 실패, 파멸이다.

    1997년 대선과 2002년, 그리고 2007년 대통령선거에 좌파세력은 독자 후보를 내세웠다. 1997년 ‘국민승리21’ 2002년 민주노동당, 2007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다. 권 후보는 보잘 것 없는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중도 포기없이 완주했다.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던 안철수 후보가 후보등록을 불과 이틀 앞두고 출마를 포기한 것과 정반대다.

    권 후보의 세차례 대선 출마는 ‘당선’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가 얻은 득표율(1997년 1.2%, 2002년 3.9%, 2012년 3%)이 그걸 말한다. 그러나 권 후보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그리고 끝까지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했고, 패배를 깨끗이 받아들였다. 그가 겨냥한 것은 대선에서 당선보다 ‘장렬한‘ 패배를 통해 ’진보‘의 가치를 국민에게 각인하고, 진보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것이었을 것이다. 권 후보의 ’분전‘(奮戰)이 있엇기에 민노당이 대선을 전후한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자를 내고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봐야한다.

    모든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또는 출마하고자 하는 후보는 ‘완주’를 전제로 한다.
    정치인에게는 ‘동기’가 있고, 그 정치적 동기를 구현하는 무대가 다름 아닌 ‘선거’이기 때문이다. 띠라서 기성 정치권을 기득권 세력, ‘구태’로 몰아 세우며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안철수 후보의 출마포기는 한마디로 ‘자기부정’에 해당한다. 안 후보처럼 높은 지지율속에 ‘새정치’를 내건 후보가 ‘새정치’의 완성은 커녕, 완성하겠다는 시도도 하지 않고 후보등록 직전에 주저 앉은 것은 누가 뭐라해도 자기 부정을 너머 ‘자기모독’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안 후보의 대통령 도전은 그가 후보를 양보했다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보다 먼저다. 그는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라는 ‘공무원’ 신분으로 대학강의보다 ‘청춘콘서트’에 더 열심이었다. 그걸로 인기를 끌자 ‘불쑥’ 서울시장선거를 노렸고, ‘후보’ 자리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불쑥’ 양보함으로써 대통령선거 출마로 방향을 튼게 작년 9월이다. 문 후보는 그 때 ‘출마’ 여부조차 불투명할 때다. 그는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털어 ‘안철수재단’을 만들었고, ‘철수생각’이란 책까지 출판했다. 지상파 방송에 두차례나 출연해 ‘세인트 찰스'인양 행세하며 대선출마를 착착 준비해왔다. 전국대학 순회강연을 기성 정치인을 뺨치는 이벤트로 활용했다.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전국에서 지지자들이 몰려 들었다. 민주당 의원 일부도 탈당해 그의 곁으로 갔고, 대학교수 수백명이 지지를 선언했으며, 상당수는 선거캠프에서 ‘4대강 보 철거’같은 공약을 만들었다. 대학생들도 자원봉사로 가세했다. ‘안철수 펀드’까지 개설했고, 100억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안 후보의 출마포기는 이 모든 지지세력과 성원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건 후보단일화를 위한 ‘양보’가 아니다. 본인은 물론 그의 출마 취지에 공감한 지지세력에 대한 배신일 뿐이다.

     안 후보는 자신의 정체성을 기성 정치권을 ‘구태’로 몬 ‘새정치’에 놓았다. 그의 새정치는 그의 대선 출마와 승리를 통해서만 현실화가 가능하다. 아니면 권영길 후보처럼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대선을 완주하면서 자신의 ‘새정치’ 브랜드를 광보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입으로만 새정치를 외치고, 실천의지도 없이 좌절을 택했다.

     그가 대선출마를 주물러온 지난 1년 여, 대선출마를 선언한지 66일동안 ‘새정치’를 위해 한 것이라고는 오로지 민주당 문 후보와 ‘새정치공동선언’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새정치’의 뒤에서는 “프라이드 치킨이냐, 양념치킨이” “짜장면이녀 짬짜면이냐”로 표현되는 후보단일화 여론조사 ‘밀당’(밀고 당기기)뿐이다.

     문재인과의 ‘새정치공동선언’도 그렇다. ‘군림과 통치의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주권 시대의 개막’ ‘상생 협력, 소통과 협치의 시대 개막’이라는 새정치선언이 얼마나 공허한가. 새누리당의 새정치 공약과 대동소이하다. 중앙당 축소, 공직후보 공천권 시도당 이양은 새누리당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문재인-안철수 새정이 공동선은은 ‘국회의원정원축소’에서부터 엇박자다. 새정치를 부르짖가 퇴장한 안철수의 새정치가 무슨 흔적을 남겻다는 말인가?

    결국 안철수의 정치실험은 그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의 열망을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난다”고 말한 것 처럼 완전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 안 후보에게 ‘새정치’가 그토록 절실한 과제였다면 후보단일화를 떠나 본선에 출마해 끝까지 완주했어야 했다. 낙선할지는 모르지만 ‘안철수의 새정치‘는 선거사와 정치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출마포기로 안철수의 새정치는 사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출마를 포기했으면서도 ‘5년 후’를 기약했다. 그러나 대선 때만 되면 부침한 제3의 후보의 행로는 축축한 안철수의 ‘5년후’를 예시한다. 고건, 정운찬, 박찬종 문국현 등등. 특히 2002년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로 후보를 양보한 정몽준. 이들이 5년 또는 10년 후 대선에서 재기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5년 후’란 기약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니다. “안철수여 영원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