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바오(溫家寶)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총리가 18차 당 대회에서 지론인 정치체제 개혁을 강한 어조로 요구한 가운데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이를 반박하는 사설을 실었다.

    인민일보는 11일 사설 격인 '종성(鐘聲)' 칼럼에서 "정치체제는 (국가의) 안위와 존망에 연결돼 있다"며 "추호도 경거망동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세계 사례를 보면, 일부 국가가 맹목적으로 서방의 정치체제를 답습한 결과 경제가 침체되고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며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독자적 매력을 가진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의 이런 주장은 비록 비판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돌발적으로' 정치체제 개혁 요구를 한 원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가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원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설에서 '경거망동'과 같은 거친 표현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이는 정치체제 개혁을 둘러싼 당내 갈등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 총리는 당 대회 개막일인 8일 톈진시 대표단 분임 토론에 참가해 "당과 국가의 지도 체제 개혁이 절박하다"고 촉구하면서 정치체제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원 총리의 이런 발언은 당 중앙위원회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가 "서구식 정치 제도 모델을 절대로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치체제 개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직후에 나온 것으로 중국 정가에 미묘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런 탓에 인민일보를 비롯한 관영 신문은 9일자에서 원 총리의 톈진시 대표단 분임 토론 참가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인민일보는 원 총리와 같은 시간에 성·시·자치구별로 진행된 분임 토론에 참가한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의 동정은 각각 별도의 기사로 전해 대조를 이뤘다.

    인민일보는 하루 늦은 10일자에서야 원 총리의 톈진시 대표단 토론 참가 소식을 1면에서 전했다.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의 관영지들이 국가 지도자의 동정을 활동 다음날이 아닌 이틀이 지나 전하는 것은 일반적인 보도 관례에 맞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