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는 이미 대선출마 선언 했다.

    안철수가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그가 남긴 퍼즐을 푸는게 이젠 지겨울 정도다.

    그런데, 이제 그 베일을 벗게 되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안철수의 대선 출마 선언이 드디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북극 빙산의 8할내지 9할이 바닷물에 잠겨있음을 안다면, 안철수식 안개속 전략을 꿰뚫기 위해 그동안 보냈던 인고의 시간은 필수불가결해 보인다. 9월 6일 안철수가 용인하고 문태섭이 주연한 대선 불출마 종용 협박 폭로(일명: "친구 뒤통수치기") 기자회견은 안철수가 대선에 이미 몸을 담가 왔음을 공식적으로 실토한 것이었다. 출마 욕구의 분출 대신 고비 때마다 반전 카드를 적절히 꺼내온 과정을 보면 그의 정치적 수완이 보통이 아님을 직감하게 된다. 그의 변화무쌍한 발언은 "정치참여 고민"-->"사회발전 역할 생각 중"-->"정치도 감당할 수 있다"로 수위를 높였고, 소위 검증이 시작될 즈음엔 '책' 발간-->'힐링캠프' 출연-->'불출마 협박 폭로'로 그 역공도 불사해 왔던 것이다.

    이번 폭로 점화로 양측이 받을 역풍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양측이 윈윈(?)한 정황은 뚜렷해 보인다. 안철수측은 하락세의 지지율을 40%대로 다시 안착시켰고, 박근혜측은 큰 지지율 하락없이 스탭들의 정신무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럼, 도대체 '정치인에게 생명'과도 같은 인자는 과연 무엇일까를 한번 따져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인의 생명은 한마디로 '정치적 이미지(image)'에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는 분명 그냥 형성되는게 아니다. '이미지'는 정치인의 자질, 능력, 경력 그리고 도덕성 등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집합체인 동시에 국민이 확인하고 인정해 줄 공감적 '인고의 세월'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일단, 노무현을 예로 들면, 초기에 '부림사건' 변론을 통해 인권변호사로 각인되었고,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제5공화국 비리조사특별위원회에서 정연하고 날카로운 논리를 통해 '청문회 스타'라는 이미지가 구축되어 있었다. 이명박은 샐리리맨 신화외에 청계천 신화로 불려지는 서울시장 재직시의 정치적 경력이 힘이 되었다. 현재 박근혜만 보더라도 선친의 후광을 뛰어넘는, 나름대로는 착실히 쌓아온 정치적 경력이 자산이다. 천막당사를 진두지휘하고 수렁에서 당을 건진게 두 번이나 되며 각종 이슈에서 '원칙과 신뢰'란 대명제를 앞세워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의 선두에 서 있다. 누가 그에게 음해성 네거티브를 한다하더라도 박근혜가 가진 이미지는 단단해 보인다. 이에 반해, 민주당 경선 4인방의 정치적 경력은 그다지 뚜렷해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대통령이 될려면 몸과 마음으로 남긴 뚜렷한 족적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국민이 확인하고 그 후 역사로 묻히면서 이미지로 확고히 굳혀지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대선주자가 확실한 안철수를 한번 보자.

    그는 컴퓨터 바이러스 분야의 국내 개척자로서 백신무료 배포자라는 '착한 과학자'의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아는 전부다. 한마디로 정치인의 이미지를 새길 경력은 전무하다. 물론 정치 초짜가 대통령이 된다고 못하란 법도 없다. 대통령 혼자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결국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전재와 결코 그 대통령이란 자리가 만만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안철수에겐 나름대로 고도의 정치 전략은 분명히 있다.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을 미는 양보의 미덕 발휘(그는 더 큰 대선을 염두에 두었기에...)를 시작으로 '청춘콘스트'나 '안철수 생각'이란 책에서 그리고 '힐링캠프' tv프로그램 등에서 누구나 수긍할 발언들을 쏟아내는 자체가 이미지 전략의 한 축으로서 그 능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순수하고 합리주의적 모습을 그 자신의 이미지로 각인시켜 왔다. 자신이 가진 안랩 주식의 반을 기부하는 이벤트도 대선을 향한 하나의 전략이다. 대선 기간 중에 나온 것이니 당연하다. 이번 폭로 전은 그의 능력의 절정이기도 하다. 아무리 봐도 범상치 않다.

    하지만, 그에게 쏟아지고 있는 검증은, 안철수 그의 본 모습이 과연 무엇일까를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그가 새로운 시대상을 대변할 그릇이 되느냐도 고민꺼리로 다가온다. v-소사이어티 회원이나 사외이사 문제 그리고 전세나 딱지 문제만 봐도 그 자신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그 정도는 괜찮다는 건 우끼는 변명이다. 자신이 만든 청정 이미지를 탓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를 따르는 스탭들 또한 청정 이미지와 유리되는 권력을 쫓는 하나의 무리일 뿐이다.

    이 시점에서 혼절하는 건, 그가 자신의 행적에 대해선 합리적인 잣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당시와 지금의 생각이 달라진 걸 자신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식의 답변이 주류다. 그러한 답변으로 청문회에서 낙마한 자들이 수두룩하지 않는가!

    생각있는 자들은 걱정한다.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자신의 이미지에 일단 성공해 보이는 안철수가 본격적 정치적 해법을 내는 순간을 말이다. 정치력 발휘보다 '인간자체의 이미지'에 올인하는 모양새는 국민들을 본질에서 호도케하는 위험성에 직면케 할 가능성이 크다. 각종 대외 변수, 기득권 완화, 이해관계 충돌 조정 등 국가와 국민을 위한 능력 발휘에 항상 의문부호가 따라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정치 경제 사회 개혁, 통일 문제 등에서 새로운 미래상을 보일 전략 구상을 마쳤는지도 궁금하다. 관문 없이 무임승차할 꼼수에 치중한다면, 합리주의자를 자처하는 자신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정책을 통해 새로운 선거 문화를 일으켜야 그것이 새로운 비젼의 시작이 아니겠는가! 아직도 안철수 그는 공식적으로 각종 현안에 대해서 제대로 의견을 표출한 적이 없다. 진흙탕에는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발상인지 의심스럽다. 진흙탕을 덮어쓸 각오없이는 정치를 제대로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안철수는 이제 자신의 정치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실질적 노력에 경주해야 할 것이다. 정말 원칙적 합리주의를 신봉한다면 자신을 떳떳히 보일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하다. 검증 쓰나미를 피하기 위해 신출귀몰한 바람 전략을 대선 투표장까지 밀고 가겠다는 발상이라면, 그를 지지하는 국민에게도 너무 큰 부담이다.

    각종 현안 과제물이 안철수의 실제적 견해와 방안을 듣기 위해 안철수 자신 앞에 지금 수두룩 쌓여 있다. 그 과제물 처리없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불행한 발상이다. 개인적으론 사형제도 논쟁부터 당장 묻고 싶다.

    안철수는 2012년 9월 6일 오후 3시에 폭로패키지식 대선 출마 선언을 측근을 통해 이미 했음을 다시 한번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