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적 국경까지 넘어야하는 탈북자

    신준식 기자 /뉴포커스


  • 탈북자의 문제를 다룬 48m라는 영화가 제작 중이다. ‘48m’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인 압록강의 최단 폭(北 량강도 혜산과 中 장백현 사이)을 상징한다. 탈북자들에게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거리다. 이 외에도 중국과 태국 등의 국경도 죽을 각오로 넘어야만 비로소 완전한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토록 어렵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발을 내딛어도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과 중국의 경계인 지리적 국경보다 더 높은 남과 북의 심리적인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에게 압록강이나 두만강은 용기를 시험하는 국경이라면, 한국은 차별의 고통을 이겨야만 하는 심리적 국경이다.
     
    이에 대해 탈북난민인권연합의 김용화 대표는 뉴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탈북자들이 억울한 사연을 갖고 이 곳(답십리)을 찾아옵니다. 대부분 한국 사회와 섞이지 못하기 때문에 답답해서 하소연할 통로를 찾는거죠. 저 책장 위에 쌓여있는 서류가 대부분 탈북자들이 직접 적은 사연들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한국에서 탈북자가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질 못하고 있죠”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 대표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동안 가장 힘든 점이 ‘차별의 시선’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녀를 둔 탈북자들은 ‘학교 공포증’에 걸린 아이 때문에 이민을 생각하는 가정도 많다고 했다.
     

  • 2005년 탈북한 탈북자 이 씨(여성, 40세)는 “아이가 학교를 다녀오면 매번 울어요.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나쁜 나라에서 오지 않았냐고 손가락 질을 한다는 거에요. 북한 억양도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 더욱 상처받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것은 비단 어린 아이한테만 해당되진 않는다.
     
    이 씨를 포함해 대부분의 탈북자들 또한 이러한 심리적 국경을 넘지 못하고 스트레스성 위염 등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 씨는 “출근해서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북한 억양을 쓴다고 무서워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느 때는 대놓고 웃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럴 땐 마치 동물원에 갇혀있는 기분이 들어요. 모두 저를 두고 구경을 하는 기분 같은거요. 실제로도 그렇고요”라고 지적했다.
     
    자유를 찾아왔지만 오히려 일부 탈북자들에게 심리적 국경이 더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 탈북자는 ‘먼저 온 미래’다. 통일시대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방향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탈북자를 통일의 밑거름으로 생각하지 않고,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통일은 이미 먼 나라의 이야기다.
     
    탈북자들을 모아놓고 일년에 한 두번 여행을 보내주는 것이 탈북자를 위한 길은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하나원의 교육기간을 늘려 남과 북의 심리적 거리를 좁힌다던지, 혹은 한국 사회와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 심리적 높이를 낮추는 방식 등으로 정부만의 '탈북자 플랜'이 필요하다.

     탈북자를 다문화로 몰아넣어 남과 북 사이에 심리적 울타리를 치는  정책을 개선하고, 탈북자의 삶이 한국 사회에 녹아들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와 구조를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탈북자들 스스로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이러한 모습이 어우러진다면 한국 사회와 탈북자간의 '심리적 국경'도 가까워져 통일은 더 빨리 올 것이다.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