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행어로 본 북한은

    체제반감, 한류관련 유행어 생겨나


    노범선 기자 /뉴포커스

  • ▲ 평양공항을 시찰하는 북한 김정은 ⓒ연합뉴스
    ▲ 평양공항을 시찰하는 북한 김정은 ⓒ연합뉴스

    한국은 어느새 ‘된장녀(명품만 밝히는 과소비 여성)’ ‘지하철 막말녀’, ‘지하철 담배녀’와 같이 남을 비하하는 막말들이 유행을 넘어 일상 생활어가 되어 버렸다. 이렇듯 북한의 실정도 마찮가질까. 본지는 북한의 유행어에 대해 심층 파헤쳐보기로 했다.

    우선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에서 부정부패한 사회상을 꼬집는 뇌물 관련 유행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탈북자 임 모씨는 “북한에서 남한 매체를 가지고 있다 걸려도 돈이면 해결 된다”며 “혹 걸리더라도 뇌물을 쓰면 되는데, 이를 ‘고인다’란 말을 쓴다”고 증언했다.

    이어 200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배고픔을 빗댄 유행어가 생겨났다.

    이것을 4가지 ‘ㄹ’ 을 사용하여 표현하는데, 이는 ‘쌀, 물, 불, 불만’이란 말로써 쌀도 없고, 물도 부족하고, 불을 지필 땔감도 부족해서 생겨난 불만을 의미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픈 군대(인민군)를 ‘강영실 군대’라고 하는데, 이는 겉으론 강한 것 같지만 속은 영양실조 걸린 군대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배고픈 군인들이 민가를 습격하자, 군대를 토벌대, 마적군으로 불러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의 대명사인 일본군이나 마적대를 비유한 말들도 생겨났다.

    한편, 식량난이 심해지자, 체제를 비난하거나 비꼬는 유행어도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예를 들어 공산당을 ‘콩사탕’으로, 당 간부들이 북한주민을 가락국수 뽑듯 괴롭힌다고 하여 북한 주민을 ‘가락국수’, 당 간부들이 암거래로 생필품을 얻는 것을 비꼬는 말로 ‘뒷구멍 치다’라고 표현하는 유행어도 있다.

    이어 김일성 부자를 비꼬는 유행어도 생겨났다. 김일성 훈장을 낮춰, ‘표딱지’라고 불리며, ‘갸 누가 안잡아가네?’의 ‘갸’는 김정일을 뜻하고, 김일성 주석궁을 비꼬는 말인 ‘가축돈사’는 돼지같이 살찐 김정일 일가를,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김일성을 ‘큰 돼지’로 김정일을 ‘새끼 돼지’로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남한풍이라 불리는 한류에 양향을 받은 유행어도 나타나도 있다. 그 예로, 한국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이 ‘너나 걱정하세요’로 변하면서 유행어가 되었고, MBC에서 방송된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가 인기를 끌어 북한에도 관련 유행어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해 북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지붕뚫고 하이킥'과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한국 시트콤이 북한 청소년들에게 큰 웃음거리를 주고 있다”며 “중학생과 젊은 여성들이 하이킥 시리즈에 완전히 사로잡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도당 간부들이나 보위부 사람들도 '하이킥'을 좋아한다”며 “북한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하이킥'에 나온 말들이 유행어로 번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고등학생들 대부분은 DVD 한두 장씩 소장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2000년 들어서 탈북자가 늘어나자, 탈북에 대한 많은 유행어도 생겨났다.

    ‘놀가지 놓다’는 도망을 치다 로, ‘제일 똑똑한 놈은 남한으로 도망가고, 중간 똑똑한 놈은 중국으로 가며, 바보만 북한에 남는다’는 남한이나 중국에서 돈을 벌어 북한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다는데서 비롯됐다.

    또한, ‘통일되면 남한 청년한테 시집갈래’는 남한 남자들이 돈이 많고 여자한테 잘해준다는 말을 빗댄 말이다.

    유행어는 그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이러한 북한의 유행어가 배고픔과 체제 저항에서 나왔다면, 앞으로 북한에 또 어떤 유행어가 나올까.

    남과 북이 진정으로 화해하게 된다면, 부모는 형제가 싸울 때 “너희도 남북 사이처럼 되어라”고 하는 유행어가 생겨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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