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우파의 적자(嫡子)-박선영>

     

  • ▲ 윤창중 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 윤창중 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역사 속에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관찰해온 한 사관(史官)의 엄숙한 인식 위에서.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박선영, 그는 앞으로 1주일만 지나면 금배지 임기를 마치고 여의도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박선영은?

    대한민국이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에 있어 ‘역사적 각성’을 하도록 만든, 그리고 대국 중국이 탈북 주민 북송 정책에 대해 일대 전환의 계기를 갖도록 만든 위대한 정치가로 평가받아야 하고, 그것이 역사에 기록돼야 한다.

    보수우파 정당이라는 새누리당 172명의 금배지들이 보수우파라는 딱지가 달라 붙으면 표 얻는데 불리해질까봐 기피했던, 그리고 이명박 정권조차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못 본 척 했던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향해 정면돌파, 정면돌진하는데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 ▲ 단식으로 초췌해진 박선영 의원ⓒ
    ▲ 단식으로 초췌해진 박선영 의원ⓒ

    2월13일, 그는 46kg의 작은 체구와 56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다 텐트 치고 드러누워 단식에 돌입!

    새누리당? 그토록 변호사, 판검사 출신이 차고 넘치는 새누리당, 그 거대한 의석을 갖고서도 북한인권법 하나 통과시키지 않았던 새누리당. 결국 다음 국회로 미뤄버리는!

    ‘미니정당’ 자유선진당 박선영이 영하 19도까지 내려가는 혹한 속에서 돗자리 깔고 단식투쟁에 들어갈 때만해도 새누리당은 코웃음 쳤을 것이다.

    박선영은 중국이 탈북자 31명을 북한으로 강제 북송한다는 뉴스를 접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을 택한다. 전 통일부 차관 김석우의 증언, “탈북자 강제 북송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식뿐이다. 지금, 당장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말하더라”. 회상하며 혀를 내둘렀다.

    역사는 거대 집단이 아니라 한 개인의 무서운 집념에 의해 바뀐다. 무서운 집념에 의해! 철벽같은 바위도 인간의 의지와 집념에 의해 뚫리고 깨지는 것.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시위가 이어지기 시작!

    큰 불도 작은 불씨에서부터 지펴진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무관심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 속에 거센 파도가 일어난다. 배우 차인표가 나서고, 탈북주민이 얼굴 공개하며 시위에 동참하고, 대학생들이 촛불 들고 나서고.

    그제야 새누리당 국회의원님들이 주한중국대사관 앞에 한둘씩 나타났다. 왜? 총선 앞두고 표가 된다고 보니까. 비겁하다. 뻔뻔하다. 정말 새누리당은! 북한주민 인권에 무관심했던 언론들도 비로소 박선영을 ‘탈북자의 대모(大母)’ 어쩌니 하며 칭송.

    박선영은 임기 4년 내내 탈북자는 물론 납북자, 국군포로 가족의 대모였다. 납북자, 국군포로 가족들이 찾아오면 언제든 만나 얘기 들어주고, 그것을 담아 법으로 만들고.

    그뿐만 아니다. 일제 때 강제 징용됐던 사할린 동포의 대모, 러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카레이스키의 대모, 위안부 할머니들의 대모! 대모, 대모, 대모…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역사의 풍랑 속에서 버리고, 잊었던 ‘역사의 조난자’들이 국가가 아니라 한 국회의원에 의해 챙겨진 것!

    나는 사실 박선영과 어떤 모임에서 스쳐 지나가듯 한번 악수하고 인사한 것 밖에 없다. 그게 전부다. 그러나 그가 4년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으로 활동할 때 ‘대변인 박선영’이라는 제목의 칼럼(문화일보 오후여담 2008년 11월28일)에서 그의 애국심을 다뤘다.

    그해 북한 인민군이 금강산에 관광을 간 주부 박왕자씨를 오리 사냥하듯 뒤에서 사살한 뒤 개성공단 철폐를 공갈 쳐대던 때. 한나라당 대변인은 “유감이다”, 대통령 MB가 김정일과 정상회담 추진하고 있는 눈치를 채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에서 멈추고,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 때문이다”고 생트집 잡으며 북한에 아부할 때.

    자유선진당 대변인 박선영? “돌부리를 차 봐야 결국은 제발만 아플 뿐!”이라고 일격. 나는 이걸 놓치지 않고 박선영을 당대의 명(名)대변인이라고 썼다.

    여의도를 떠나가는 박선영,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100일을 하루 앞둔 22일, 탈북자 납북자 국군포로들을 더 제도적으로 돕기 위한 ‘사단법인 물망초’를 만들었다. 물망초? Forget-me-not; 날 잊지 말아요!

    애국은 멋지다! 애국하는 게 가장 정의로운 삶이다. 박선영, 그가 진정으로 보수우파의 대(代)를 잇는 적자(嫡子)다! 그가 모르게 그를 관찰했던 4년, 때때로 행복했다. 속으로 애국심을 공유하며!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 /전 문화일보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