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어로 본 북한
    노범선 기자

     ‘숨기는 말’을 가르키는 은어(隱語, slang, jargon)는 어떤 특정 부류(집단) 안에서 독특하게 쓰이는 말을 뜻한다. 주로 은어는 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풍자하는 데 쓰이는데, 특히 민중이 살기 힘든 북한에서는 주로 공산당이나 식량난에 관련한 은어가 발달했다.

    우선 당 관련 은어로는 중앙당을 재앙만 가져온다고 ‘재앙당’이라고 비꼬아 부르며, 공산당을 조롱하여 ‘콩사탕’으로, 당 간부를 ‘늑대’로 부른다.

     또 우상화 관련 은어도 빠질 수 없는데 김일성 부자 우상화를 까투리 새끼처럼 말로만 떠드는 당정치일꾼들을 가리켜 ‘까투리 새끼들’이라고 하며, 집회나 학습 때 박수를 많이 쳐야 신상이 안전하다는 뜻으로 ‘박수보약’ 이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당이 실시하는 정책에 관한 은어가 있다.

     ‘뼈다구 파낸다’는 성분조사를 한다고 개인의 약점을 캐내기 위해 무덤 속의 조상 뼈까지 조사하는 것을 의미하며, ‘빈대 탄다’는 천리마운동 등 주민의 몸에 있는 빈대까지 탈 정도로 극심한 노동착취를, 그리고 ‘빈달구지’는 아무 내용이나 실속 없이 소리만 요란한 사상학습을 일컫는 말이다.

    이 밖에도 정육점대신 사람을 잡아 괴롭힌다는 뜻의 ‘푸줏간’ 과 각 기관에서 은밀히 심어놓은 아첨꾼을 통해 대상자를 추궁하는 것을 ‘쐐기박기’ 라는 표현도 있다.

    위와 같은 당관련 외에도 2000년 초 고난의 행군 이후 식량난과 관련한 은어가 많아졌다.

    우선 음식과 관려한 은어로는 ‘강냉이 가루로 지은 가루범벅인 밥을 ‘가루밥’으로, 폭탄에 맞아 움푹 들어간 것처럼 조금만 담긴 밥을 ‘폭탄밥’, 대패로 민 것처럼 그릇을 깍듯이 담은 밥을 ‘대패밥’이라고 한다. 이어 국과 관련한 은어인 고기는 없고 기름만 떠 있는 국을 가리켜 ‘돈수대근탕’으로, 소금만 넣고 끓인 죽을 ‘염소대조탕’이라 부른다.

    이외에도 병원과 의사, 약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북한의 무상의료제도를 ‘무삼의료제도’로 불리는 것으로 보아 이미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무상의료체계가 무너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북한의 체제와 식량과 관련한 은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주민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 미국에서 흑인이 노예로 취급받던 시절에는 흑인들이 백인 주인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빠르게 말한 것에서 오늘날 ‘랩’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

    이와 같이 고통이 때로는 예술로 승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북한 주민은 승화시킬 ‘사상적 자유’조차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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