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결정되면 직장-당에 신고해야주례 없고 신혼여행은 개념조차 사라져
  • 북한에서 결혼식은 이렇게 한다.
    남한과 다른 북한의 결혼 풍습
    노범선 기자


    북한의 가족법에 따르면 남자는 18세, 여자는 17세부터 결혼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남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자는 20대 초중반에 결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한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혼이 늦는 것은 남자의 군 제대 나이가 26~27세인데다 국가와 인민을 위하여 보람차게 일한 다음 결혼할 것을 사회적 기풍으로 장려하기 때문이다. 여성들도 ‘당에서 공부시켜준 데 대한 보답으로 사회에 나와 4~5년 정도는 봉사해야 한다’ 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일단 배우자가 결정되면, 남녀가 각 해당 직장, 당책임자 또는 사회주의노동 청년동맹 책임자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북한의 모든 주민들은 조직에 소속되어있는데 결혼 전에는 청년동맹 소속이지만 결혼 후에는 당원이 아닌 이상 자동적으로 직업동맹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양가부모의 상견례에서는 주로 간단한 예물교환을 하고, 약혼날짜를 잡는다.


  •                                      <사진=결혼식후 사진을 찍는 북한의 신혼부부/나눔뉴스>

    생계가 어려운 북한 노동자와 농민들은 최소한의 상차림 음식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장마당에서 돈을 조금 주고 빌려다가 상을 차려 사진을 찍은 뒤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결혼식은 통상 공휴일이나 근무시간 외의 시간을 택해 자기 집에서 한다.

     그래도 명색이 잔칫상이라  빠지지 않는 주인공이 있다면, 삶은 닭에다가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전통적인 의미의 소품들을 하나씩 물려주는 것이다. 암탉의 경우엔 대추나 꽃을 물려주고, 수탉에는 담배 또는 성인이 되었음을 뜻하는 빨간 고추를 물려준다.

     반면 당 간부들의 결혼식은 규모가 크다. 결혼식은 그 사람의 위신을 과시하는 것으로 상당히 중차대하다. 예식장을 방문한 하객의 수로 위신을 입증하다 보니 심지어 트럭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벤츠냐, BMW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바퀴가 줄지어 서 있느냐이다. 그래서 차들이 많이 올 수록 멋있는 결혼식이 된다.

     김정일의 축하선물을 받을 만큼의 특권층 자녀들에 한해서는 호텔이나 기관의 특각을 빌려서 결혼식을 하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시계를 남자의 권위를 입증하는 중요한 재산의 하나로 간주하기 때문에 시계는 빠질 수 없는 결혼예물이 된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태어난 2/16, 4/15일에는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 민족의 명절이지 개인의 명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결혼식에서 남한과 대비되는 또 다른 점은 주례가 없고 신랑이 다니는 직장의 당 비서나 고위층 간부가 와서 신랑, 신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는 게 관례라는 점이다.

     부케는 따로 없는데, 한 간부가 결혼식에 부케를 사용했다가 자본주의 문화라고 호되게 비판을 당한 사례가 있은 후 완전히 사라졌다. 또한 부조는 간부들의 경우에는 달러로 하며 보통시민은 결혼식에 쓸 술, 쌀 등 최소한의 먹거리로 대신한다.

     웨딩촬영은 형편상 대부분 생략되지만 하게 된다면 반드시 김일성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이 포함된다. 이를 강제하진 않지만 통상적인 사회윤리로 요구된다.

     북한에선 신혼여행이란 말 조차 없다. 여행의 자유가 통제되기 때문에 갈 곳도 없거니와 결혼했다고 며칠씩 놀면 당성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다음날 바로 출근하는 그 관례가 신혼여행의 개념을 잊게 한 것이다.

    결혼비용과 신혼살림살이는 양가에서 부담하거나 소속직장에서 약간의 도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신부는 주방용품 등 최소한의 가재도구만 준비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대표사진=나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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