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그들을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 양녕대군(讓寧大君)과 이상득(李相得)

    세상은 그들을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예전보다 수명이 늘어났지만, 결국 인간은 1세기를 채우지 못하고 거의 삶을 마감한다. 이러한 인간사를 엮어 만든 것이 역사일 것이다. 그 수레바퀴에는 수없이 많은 군상들의 생이 담겨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역사를 배우며, 한정된 삶을 좀 더 의미있게 살 것을 선(善)으로 받아 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돌고 도는 쳇바퀴라는 사실을 알고, 쳇바퀴에서 벗어날 때, 그 선이 덕(德)으로 승화될 것이다.


  • 양녕대군(李褆)은 세종대왕(李祹)의 형이다. 강력한 군주 李芳遠(태종)의 첫째로서 4대왕으로 낙점되었지만, 기행으로 세자의 자리는 동생 충녕대군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후에도 양녕대군의 기행은 계속되었고, 양녕대군의 주변에는 그를 이용하려는 인물들이 있었고, 그러한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 조정의 견제도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세종대왕과 양녕대군의 우애는 돈돈한 것으로 알려지고, 세종대왕은 조선조에서 가장 훌륭한 대왕으로 칭송되고 있다.


    18대 국회가 끝나가고 있다. 17대 대통령 임기도 1년도 남지 남았다. 이명박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좋지 않은 일들이 언론에 불거지고 있다. 선관위 DDoS 공격과 관련되어 친형인 이상득 의원 보좌관의 연루설이 나왔고, 사촌처남이 인사청탁 의혹으로 구속되었다. 짐작하건데 앞으로 더 많은 일가 친척들의 비리가 불거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양녕대군과 이상득 의원의 처신의 차이로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돈다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는 것이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공천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 중심에는 이상득과 이재오가 있었다. 필자는 이상득 의원을 향해 <버림으로 얻는 것이다>라는 글을 통해 총선불출마를 권했다. 그런데 이상득 의원은 아무것도 버리지 못했다. 그는 18대 국회에 입성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박근혜와 그 지지자들의 엄청난 원한을 사게 된 것이다. 18대 국회의 한나라당이 초식동물로 변하게 된 출발점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 한나라당은 차떼기정당이라는 오명을 쓴 이후로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한나라당을 해체하라는 목소리도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보수세력이 결집하고, <박근혜의 대선불출마 선언>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재집권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보수세력의 중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상득 의원의 자의반 타의반으로 19대 총선불출마 선언은 비웃음만 사고 있을 뿐이다.


    이상득 의원은 때를 놓친 것이다. 그의 이름(相得)처럼 되지 않았다. 서로(함께) 얻지 못한 것이다. 이상득 의원이 때를 놓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이상득 의원히 해야 할 일은 별로 없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늦었지만, 이름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덕(相德)이어야 한다. 동생의 성공을 위해 덕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일가 친척들의 행동거지, 행실들을 철저히 돌아보고 감시해야 할 일만 남은 것이다.


  •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고 하지만, 인생은 역사의 쳇바퀴에 맡길 것이 아니란 사실을 팔순이 다 된 이상득 의원이 깨우쳤는지 궁금하다. 권력은 움직이는 것이고, 권력주변에는 기생하는 무리가 있고, 권력의 나무는 누군가가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는지 궁금하다. <세상은 권력과 양녕대군과 이상득을 가만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쳤는지 궁금하다. 그의 인생 퇴로는 결코 칭송받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교훈은 남긴 것 같다.


     

    강재천

     

    [참고]아래 글은 2008년 2월에 쓴 글입니다.

     

    * 버림으로 얻는 것이다.

    인간이 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누구나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가야 한다.
    미련은 끝없이 우리를 유혹하고 한 걸음만 더......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접어야 한다.
    인간사를 정리할 그 때를 알지 못하기에
    갈등도 그것의 일부분일 수 있겠지만,
    버림으로 세상을 얻고 갈 수는 없는지............?

    이명박정부의 각료인선, 그리고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으로 시끌시끌합니다. 한나라당내에 유능하고 현명하신 분들이 계시니 잘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만, 불초소생 딴죽이가 한마디 꼽싸리 끼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네요.

    총선은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 그리고 정권을 잡은 정당에 대한 국민들이 평점을 내리는......그러한 대한민국의 엄숙한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새롭게 국민에게 봉사할 그런 분들에 대한 설레임도 함께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물갈이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각자 하는 말들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 입장에 서서 생각하면 지극히 타당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물갈이는 세상사의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며,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은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
    그분이 현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입장에 대해서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분의 국회의원으로서의 능력에 관해서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분의 나이(현74세)에 관해서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분이 다선의원(5선)이라는 점에 관해서도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분이 한나라당 텃밭의 국회의원이란 점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겠습니다.

    단지 비렁뱅이 딴죽이가 드리는 말씀은 지금이 그 때가 맞는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세상을 얻을 그런 시점 같습니다. 국민을 생각하고, 한나라당을 생각하고, 동생을 생각하고.....이만한 명분이면.....충분히 미련을 털어버릴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사 정리는 하셨는지요?

    08.2.29
    강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