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들이 팔려가 낳은 아이들, 인간세상에서 추방당하고 있다
  • 검은아이들

    탈북자녀들이 받고 있는 차별의 뿌리

    강철민 기자

     현재 남한에 온 탈북자들 중 여성이 75%이상으로 남성에 비해 월등히 많다.

    탈북자들이 강을 넘기 바쁘게 북한여성들은 그곳에 있는 인신매매단에게 붙잡히게 된다.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조선족 민가로 내려가게 되면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말하는 순간, 그들에 의해 팔려나가는 것이다. 아예 국경 근처에 전단지를 돌리는 인신매매단도 있다고 한다.

  • "북한 여성은 곧 돈이다." 이것이 북중 국경의 공통된 언어이다. 결국 중국으로 팔려간 북한여성들은 퇴폐업소에 종사하게 되거나 결혼하지 못한 시골 남성들에게로 넘겨지게 된다.

      시골로 팔려가게 된 많은 여성들은 낮에는 식모로 부려지고 밤에는 성적 수탈을 당하게 된다. 돈을 지불하고 팔려왔기에 그들의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중국어를 하지 못해 쉽사리 도망칠 수도 없다.

     그러나 몇몇 중국어를 배우게 된 북한 여성들은 커다란 울분을 안고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많은 경우 중국 공안에 잡히거나 북송되는 최악의 경우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남겨진 아이들이다. 탈북여성이 떠난 자리에 중국남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만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다.

     대개의 경우 이 아이들은 버림받게 된다. 중국남성과 북한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 북한에서도 인정하지 않고 중국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무국적 고아들을 두고 사람들은 ‘검은아이들’이라 부른다. 

    이 아이들은 호구(중국의 주민등록증)가 없기 때문에 학교도 가지 못하고, 병원 문턱에는 발도 들일 수 없다.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이렇게 버려진 아이들이 중국에만 무려 10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  아주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소정섭군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중국 땅에 버려진 이 '검은아이들'에 대해 듣게 됐다. 그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6개월의 고심 끝에 결국 그는 이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 한 단체를 통해 6인으로 팀을 이루어 중국의 H지역으로 봉사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현지 선교사와 연결이 되어 머물게 된 그곳은 중국 시골 오지의 조그마한 조선족 교회였다. 총 11명의 아이들과 함께 5일의 시간을 보냈는데, 이 11명 중 4명의 아이들이 교회에 의해 길러지는 '검은 아이들'이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소정섭군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이 사실을 처음에는 전혀 몰랐다. 얼굴에 조선족 자녀, 탈북자녀라고 차이가 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래 아이들 가운데 주도적인 그룹이 있었는데, 몇몇 아이들은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을 두려워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아이들이 부모가 없이 홀로 남겨진 탈북자녀들, '검은 아이들'이었다.”

      그는 또한 두 그룹 아이들 사이에는 왠지 모를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왜곡된 상하관계는 드러나기 시작했다. 밥 먹을 때도 따로 먹고, 심지어는 놀이를 하는 중에 이 아이들과는 손도 잡으려고 하는 않는 모습을 보고 가히 충격을 받았다. 조선족 9살짜리 여자아이가 14살짜리 탈북아이를 굉장히 험하게 대하는데 14살짜리 아이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아이들인데도 우리를 화나게 했다. 순수해야 할 아이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소정섭 학생은 격분해서 말했다. "책에서나 보던 과거 서구의 인종차별을 보는 것 같았다. 같은 인간인데도 서로를 부정하는 현실을 보고, 또 그것이 묵인되는 중국의 현실에 분노했다.  그 아이들은 자기들의 상처를 삶으로 알고 자라고 있다. 단지 어머니가 북한 여성이라는 그 하나의 이유 때문에 말이다."

     한편 소정섭 학생은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하긴 남의 일이 아니다. 조선족들이 남한사회에서 얼마나 큰 차별을 받고 있는가? 그 차별의 쓴 열매를 중국에서 우리 북한의 자녀들이 먹고 있는 것이다. 신 앞에서 하나도 다를 것 없는 평등한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남한에 있는 조선족, 탈북자들을 정중하게 대해야 합니다. 남과 북 우리는 하나라는 문화적 통일, 올바른 의식 가운데 선한마음으로 하나됨이 선결되어야만 이 땅 가운데 진정한 통일한국이 임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중국에 홀로 버려져 눈물짓고 있을 무국적 탈북 자녀들과의 짧은 만남을 계기로 자기 밖에 몰랐던 자신의 삶의 가치관 역시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그는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강조했다.

    “남한은 하루 속히 변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사회에 팽배한 탈북자와 조선족 사람들을 상대로하는 우월적인 차별의식이 변화되지 않는 이상 통일된 한반도의 미래는 그리 밝지 많은 않습니다.” 

    한반도의 진정한 미래에 대하여 고민하며 열변을 토하던 소정섭 학생의 고백처럼 신 앞에서 모두가 차별없이 평등하고 선한마음으로 이웃의 고통을 바라보게 되는 통일 한반도의 참 된 미래를 꿈꿔본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www.newfoc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