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 와글와글, 애매모호 화법에 해석 저마다 달라..반전 여지 꼭 남겨둬
  •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安)

    “대선에 출마하실 건가요?” (기자)

    “···” (安)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놓고 정치권과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甲論乙駁)이 한창이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다.

    안철수 원장은 지난 20일 미국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21일 2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정치권이) 소임을 다하면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보니 민주당도 전당대회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안 원장은 “대선에 출마하겠느냐”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고 “세월은 흐를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올해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도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지, 제가 시기를 정하거나 택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 ▲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안철수, 7월께 대선 레이스 뛰어들 것”

    박계동 전 국회 사무총장은 25일 안철수 원장의 정치권 참여 여부에 대해 “총선에는 관여 안할 것 같고, 7월께부터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사무총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안 원장 본인이 제3당을 만드느냐 아니면 대중도 통합신당인 ‘국민생각’에 탈 것인가, 그 두 개의 선택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즉 (신당이) 몸도 좀 더 불리고 바람직한 정당 형태로 자기 혁신을 보이는 길로 나아간다면 안 원장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안 원장이 정치를 한다면 우리(국민생각)와 같이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안철수 원장의 대선출마 가능성에 대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해 미국도 가고 그러면서 고뇌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철수 원장의 지원을 받으며 나경원 후보를 꺾고 승리한 박 시장은 <매경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결정은 본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냐”고 말해 안 원장의 대선출마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 “나온다, 안나온다” 네티즌도 와글와글

    설 연휴 직후인 25일 안철수 원장의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오르자 네티즌들은 안 원장의 모호한 답변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트위터 아이디 ‘peacet****’은 “간보기 그만하고 나설 거면 확실하게 나서서 총선에 올인하고, 나서지 않을 거면 걍 솔직하게 포기선언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june****’은 “안철수는 이번은 아니고 차차기 대선을 위해 계속 두루뭉술한 화법, 여지를 남겨두는 언투를 통해 존재감을 지키고자 할 것이다. 앞으로도 쭈욱”이라는 글을 남겼다. 

    ‘YJthink****’은 “안철수씨는 내년 대선에 안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썩었든 더럽든 정치는 정치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Busane****’은 “박근혜 지지자도 아니고 안철수 지지자도 아니지만, 안철수는 행정경험 전혀 없다. 박근혜는 정치 경험이 있다”라고 했다.
     
    오후 1시 현재 트위터 상에서는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투표가 한창이다.

    ‘정치참여 한발 뺀 안철수 향후 행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한 설문에 65%는 “안철수의 행보로 볼 때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22%는 “조용히 있다가 검증 받을 필요 없이 대선에 나오면 된다”고 했다. 13%는 “아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안 원장은 당분간 재단 설립과 학교일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월 총선 결과가 안 원장의 정치참여 결심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원장의 발언을 뒤집어 보면, 기성 정치권의 개혁이 답보하거나 퇴행할 경우 직접 뛰어들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철수 원장의 이러한 애매모호한 화법을 살펴보면 과거 대선을 앞두고 정계은퇴를 번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버랩된다.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당시 김대중 후보는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1995년 지방선거 직후 복귀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그는 “나는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 정계복귀를 해도 모든 걸 내 책임하에 하겠다”고 말했다.

    1997년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는 대선에서 맞붙은 김대중 후보를 향해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배반 행위를 했다”고 정계복귀를 강하게 비판했었다.

    아울러 ‘정계 복귀가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전 대통령은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