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통당과 한나라당, 2030 정치꾼들만 양성
     
    청년세대의 잠재력 무시, 오직 표만 노린 파퓰리즘
      
    변희재, pyein2@hanmail.net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2030 청년정치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이다.
    한나라당의 27세 이준석 비대위원은 전여옥, 강용석 등 자당 의원들과 불필요한 말싸움을 벌이다 결국 병역비리 혐의로 고발당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경우 35세 이하 청년비례대표 경연 대회가 수준 이하의 지원자들, 소송 등의 벽에 걸리고 있다. 양 당 모두 의욕적으로 추진한 청년 정치 참여 프로젝트가 왜 이리 쉽게 좌초되고 있는지, 원인 분석을 철저히 해볼 필요가 있다. 거기서 바로 청년 정치의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총선에서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특혜를 주겠다고 양 당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매번 총선 때마다 약 50%의 물갈이를 해온 한국 정치의 특성 상, 젊은 정치 지망생에 유리한 측면은 있었다. 이 때문에 386세대의 경우 1996년 총선 때 김민석을 필두로 2000년 총선 당시 민주당의 임종석, 송영길, 한나라당의 원희룡 등등 다수가 30대 시절 국회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준이라면 현재의 30대, 즉 70년대생들은 이미 2008년 총선 당시 최소 10여명 이상은 국회에 입성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당시 아버지의 후광을 뒤에 업은 한나라당의 김세연 의원 한 명 정도만 뜻을 이룰 수 있었다. 1970년생인 강용석 의원과 1971년생 이두아 의원까지 합쳐도 세 명이다. 그러나 이들이 70년대생 이하 세대의 가치와 비전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세대론을 전면에 내세운 386세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비단 정치 뿐만 아니라, 언론, 문화예술, 기업에서조차 70년대생 이하 세대는 산업화 세대나 386세대의 그 나이 때보다 크게 뒤떨어져있다. 이들 영역에서 20대는커녕 30대 스타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2030세대의 무능함을 전제로 나팔수와 앞잡이들만 양성

    친노 386논객 진중권은 “386 이하 세대의 가능성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진중권의 지적대로 386 이하 세대가 앞세대보다 능력면에서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하다면, 더 이상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 무능한 후세대를 위해 산업화 세대와 386세대가 은퇴하지 말고 더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대교체란 더 유능한 젊은 세대가 무능하지만 기득권을 쥐고 문을 걸어잠근 앞세대의 벽을 무너뜨리는 과정이다. 즉 무능한 후세대가 유능한 앞세대를 앞선다는 것은 권력관계 상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양 당은 30대 이하 세대의 무능함을 고려하여, 세대 간의 자유경쟁이 불가능하니, 이들에게 특혜를 주어서라도 균형을 맞추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특혜에는 불평등 시비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내의 대학생조직과 청년조직에서는 대체 자신들보다 이준석 비대위원이 무슨 능력이 뛰어나서 선택되었는지 모른다. 자신만의 생각을 밝힌 저서를 출판한 바도 없고, 유의미한 기업을 성공시킨 것도 아니다. 한 가지 있다면 오직 카이스트와 하버드대를 졸업했다는 학벌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학력차별 사회에 시달리는 젊은층으로부터 한나라당은 더 큰 외면을 받게 된다.

    민주통합당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이들은 20대와 30대의 정책능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연예인 수준의 공개 오디션만 강요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기획은 남녀 두 명씩 금배지로 유혹하여, 이들에게 거짓선동의 앞잡이 노릇을 시키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바로 2030세대의 가치나, 비전이나 미래는 안중에도 없이 오직 금배지에 눈이 돌아간 나팔수들 내세워 이들의 표만 얻어가겠다는 것이다.

    386세대는 대학시절부터 집단적 정치행위를 해왔다. 이들은 졸업한 이후에도 대학시절의 운동권 인맥을 가동하며, 영역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386세대는 기본적인 정치적 기술과 화법 등은 충분히 익힐 수 있었다. 세대 리더로서의 겉모습은 나름대로 닦아온 것이다.

    30대 70년대생, 고재열식 권력추종형과 허지웅 등 전문 마니아형으로 구분

    반면 386 이하 세대, 특히 30대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386세대가 구축한 운동권 시스템의 끝자락에 걸쳐서, 오히려 이들의 앞잡이 노릇하며 출세를 노리는 기회주의 인간형이다. 이들은 스스로 가치를 찾지 않기 때문에 전문 학습을 할 이유가 없다. 전문적인 공부를 할 시간에 인터넷 정치에 매달릴 뿐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와 같은 시사인의 나꼼수 주진우 기자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거짓선동을 일삼다 팽당할 운명 뿐이다.

    두 번째 부류는 9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화, 대중문화, 인터넷 흐름 속에서 정치 이외의 정보들을 취득하며 자기 자신만의 데이터 베이스를 쌓아온 인물형이다. 이른바 마니아나 오타쿠 형이다. 이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적 지식은 획득했으나, 이를 현실에 구현하기 위한 정치력 혹은 정책 기획력 훈련을 받지는 못했다. 이들은 결국 전문실력에 비해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며 장외의 전문가 역할에만 머물러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영화비평전문 프리랜서 허지웅이다.

    이 두 가지류 부류의 인물형은 현실에서 전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고재열의 경우 권력이 던져주는 찌꺼기나 주워먹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반면, 허지웅의 경우도 절대 장내로 진입할 수 없다. 30대 이하 세대의 마니아들이 386세대와 달리 명문대학 출신이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도 하나의 장애가 된다. 종편에 출연한 수많은 인물들 중 오직 허지웅만 집중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그가 사회적 네크워크 권력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고재열의 허지웅 죽이기는 같은 70년대 생이라 할지라도, 실력없는 권력추종형 인간형이 실력은 있지만 사회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인간형에 대한 사보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 대기만성형 비주류 386세대의 대표적 인물

    386세대의 경우는 워낙 많은 인력풀이 정치 및 사회에 진출해있기 때문에 꼭 하나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김민석, 이인영, 원희룡 등 운동권 스타들이 먼저 무대에 올라선 반면,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또 다른 비주류 386세대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에 가장 대표적인 인물인 사회디자인연구소의 김대호 소장이다. 김대호 소장은 정치와 사회 영역에 일찌감치 진출했지만, 화려한 언변이나 스타성을 포장하는 대신, 꾸준히 사회, 기업 노동 정책만 연구해왔다. 초기에는 김민석, 원희룡 등에 비해 뒤떨어졌으나, 2012년 대한민국의 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중차대한 시기엔 더 큰 역할이 기대되는 이른바 대기만성형 인물이다.

    인터넷만 검색해봐도 30대와 20대 중에는 386세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수준으로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세대론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묵묵히 자기 개발을 해온 비주류 386세대와 정치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한 분야만 집중해온 30대와 20대 마니아들이 손을 잡는 것이다. 이들이 연대하여 각 분야, 특히 2030세대의 비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청년창업, 미디어, 콘텐츠, 대중문화, 인터넷 등등에서 효과적인 정책들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권력참여형 386과 달리 2030세대는 정책참여 해야

    386 주류들의 정치 참여가 사실 상 권력참여인 반면, 2030세대의 정치 참여는 정책참여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386 주류들은 그 후세대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세계로 진출하는 통로가 되어야할 미디어, 인터넷, 대중문화를 완전히 정치 권력화시켰다. 2030세대의 비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퇴행 권력을 타파하고 이 영역을 개혁하는 것이 최대 급선무이다. 그와 더불어 효과적인 청년창업, 등록금도 교육정책 등도 따라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2030 정치 참여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권력화 된 인터넷과 미디어 기반 위에서 앞잡이 혹은 나팔수 역할이나 하는 인물들만 늘어놓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4년 기간 내내, 실크로드CEO포럼, 프리보드기업협회, 다양성영화협회, 콘텐츠유통기업협회, 다문화콘텐츠협회 등등에 참여한 2030세대는 각종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이는 단 한 가지도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2030세대의 총선과 대선 참여는 이들이 직접 고안한 정책을 정부에 반영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 점에서 2030세대의 입장에서는 체질에도 맞지 않는 정치인이 되기보다는 비주류 386세대와 손을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40대가 하든 60대가 하든 대한민국을 20대와 30대가 비전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뉴데일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