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빈 사태, 여성앵커는 정치투쟁의 도구
     
    여성앵커 시스템 개혁,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변희재 pyein2@hanmail.net       
     
    조수빈 아나운서가 파업 탓에 9시 뉴스 진행에 불참하다 복귀했다. 조수빈 아나운서는 12월 21일 KBS 1TV '뉴스9'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9일과 20일 불참에 이어 3일만이다. 조수빈 아나운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민경욱 앵커와 호흡을 맞췄으며 이틀의 방송 불참에 대해서 별도 언급은 없었다. 조수빈 아나운서의 '뉴스9' 불참 사태는 KBS 노조 파업 여파였다. KBS 노조는 2011년도 임금교섭 결렬에 따라 지난 14일 근로시간 준수 준법 투쟁을 시작으로 부분 파업을 벌여왔으며 이날 0시를 기해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다.

    조수빈 아나운서가 자리를 비운 이틀간 조수빈 아나운서의 자리에는 이규원 아나운서가 민경욱 앵커와 호흡을 맞췄다. 이규원 아나운서는 1987년 KBS 14기 공채 아나운서로 그동안 'KBS 뉴스광장' 등을 진행해 왔다. 1965년생으로 만 46세에, 아나운서 경력만 무려 24년 차 베테랑이다. 이번 이틀 간의 이규원 아나운서의 대체 투입은 방송사 뉴스 영커우먼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전해주었다.

    조수빈 아나운서와 같이 젊은 여성의 경우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파업을 주도하는 노조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수빈 아나운서의 불참에 대해 노조 측은 자발적 파압 참여라 주장하지만, KBS 일각에서는 방송 불참은 노조의 압력 탓이라는 말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조수빈의 노조 탈퇴 의사마저 사측과 노조 대립, 개인의 자율적 의지 실종

    심지어 조수빈 아나운서의 노조 탈퇴마저도 노사 양 측의 의견이 엇갈릴 정도였다. 사측에서는 “조수빈 아나운서가 뉴스 진행을 위해 노조 탈퇴 의사를 밝혔다”고 언론에 공개한 반면 노조 측에서는 “탈퇴 의사를 전달받은 적 없다”고 맞서고 있다.

    노사 간의 대립 와중에 젊은 여성 아나운서를 투쟁의 도구로 삼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이에 대해서는 MBC 측이 가장 적극적이다. MBC가 광우병 선동에 한창이었던 2009년 3월 4일 방통심의위는 노조 파업 동참 의사를 방송에서 밝힌 박혜진 앵커에 대해 명백히 공정성에 어긋났다며 경고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미디어발전국민연합 측은 “자신들의 정파적 일탈을 감행할 수 있는 이유는 MBC 경영진들의 묵인 때문이다. 박혜진 앵커의 멘트 때문에 뉴스데스크가 방통심의위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MBC 경영진들은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MBC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한통속들이기 때문이다. 본 연합은 방송사의 최약자나 다름없는 젊은 아나운서 박혜진 스스로 노조 파업 지지 발언을 했을 거라 믿을 수 없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MBC 경영진은 원칙적으로 뉴스데스크를 진흙탕 정치판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신경민과 박혜진 앵커를 당장 교체해야 한다. 이를 하지 않는다면 신경민과 박혜진 앵커의 돌출 멘트는 모두 경영진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즉 방송사의 최약자나 다름없는 젊은 여성 아나운서가 뉴스에서 정치적 발언을 한다는 것은 경영진과 노조 측의 지시나 묵인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이후 박혜진 아나운서가 개인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한 바는 없다. 또한 박혜진 아나운서는 별다른 징계도 받지 않았고, 뉴스데스크 이후에도 ‘박혜진이 만난 사람’, '위대한 탄생‘ 등 MBC 간판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면서 승승장구했다. 박혜진의 돌출발언이 MBC를 지배하는 사측이나 노조의 지시나 묵인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는 것.

    MBC는 파업 때마다 여성 아나운서 정치적 도구 이용, KBS 제2노조도 전수받아

    MBC 노조는 파업만 벌였다 하면, 김주하, 박혜진, 문지애, 방현주 등 자사의 젊은 여성 아나운서를 최전방으로 보내 여론선동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조직이다. 이들은 길거리로 나가 전달지를 뿌리며, 파업의 마스코트 역할을 맡게 된다.

    이런 MBC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은 KBS 친노좌파 노조 역시 정세진, 김윤지 등 여성 아나운서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디어오늘 등 친노좌파 매체들은 파업보도 할 때마다 정세진, 김윤지를 제목으로 뽑았으며, 한예종의 전규찬 교수는 학자의 본분도 잊고 “나는 당신이 참 예쁘고 고맙다. 나와 함께 해줘서 동지라고 불러본다. 비록 말 못 붙이고 조용히 등만 바라보지만 당신의 생각과 고민 다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해 주는 것으로 당신은 지금부터 우리의 짱, 나의 짱이시다"라는 10대 팬클럽 수준의 천박한 글까지 남겼다.

    이에 해당 기사를 읽은 미디어스 독자는 “예쁜 젊은 여자 아나운서가 나타나서 감격했나 보지. 전규찬의 시각이야말로 전형적인 여성차별적인 거지. 이런 짓 좀 그만해라. 파업 참여한 사람은 그냥 다 같은 파업 동지일 뿐이고. 여기에 예쁘고 아나운서고 뭐고 어디 있나”라며 전규찬 교수의 추태를 지적한 바 있다.

    방송사는 막강한 보도국 기자 조직이 뉴스를 생산한다. 기라성 같은 기자 선배들 사이에서 젊은 여성 아나운서 한 명이 보도국에 파견되어 자신의 언론관을 내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여성 아나운서가 이렇게 보도국의 꽃으로 인식되는 한, 파업 때마다 사측과 노조 측에서 여성 아나운서를 투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이 때문에 여성 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보도국 아나운서를 최소한 40대 이상의 중년 아나운서로 교체해야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KBS 파업 당시 이정민 아나운서 역시 오전 6시에 방송되는 KBS 1TV '뉴스광장'에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 연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불참한 이 아나운서 대신 황수경 아나운서가 앵커 자리에 앉았다. 황수경 아나운서는 90년대 20대 시절 9시 뉴스 앵커우먼을 맡은 바 있다. 황수경 아나운서는 그 이후 30대가 넘자, 뉴스에서 하차한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대 시절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지금 맡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회고한 바 있다.

    조수빈 아나운서를 대체한 이규원 아나운서에 대해서도 트위터에서는 “KBS 9시뉴스에 베테랑인 이규원 아나운서가! 젊고 예쁜 20대 후반 아나운서보단 경력이 오래된 아나운서를 메인 뉴스 간판으로 내세워야 도중에 안 그만두고 열심히 아나운서하지 않을까 싶다. 20대는 아무리 뛰어나도 베테랑은 아니고”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나운서 명예 떨어뜨린 건, 강용석 아닌, 방송사 사측, 노조와 친노좌파 여성단체

    강용석 국회의원은 방송사의 젊은 여성 아나운서 문제 관련 사석에서 대학생들에게 설명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아나운서협회는 물론 친노좌파 언론에서는 마치 강용석 한 명이 전체 아나운서의 명예를 떨어뜨린 양 마녀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아나운서의 명예를 떨어뜨린 건 강용석 의원이 아니다.

    고집스럽게 젊은 여성만을 기용하는 방송사 경영진과, 평등 노조를 외치면서도, 이런 명백한 성차별적 앵커기용 시스템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것은 물론, 파업 때마다 이런 왜곡된 시스템에서 스타로 부각된 젊은 여성 아나운서를 투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노조, 더구나 이런 심각한 성차별적 구도를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묵인하고 있는 친노좌파 여성단체들이 그 주범이다.

    누가 봐도 20대의 황수경과 이규원보다, 40대의 황수경과 이규원이 뉴스 진행을 더 잘한다. 현재의 조수빈이나 이정민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파업대체용으로만 뉴스에 투입되는 현실, 가장 부끄러워해야할 집단은 방송사 기자들이다. 젊고 예쁜 아나운서가 읽어주지 않으면 보지도 않을 그 뉴스를 왜 생산하는지, 보도국 기자들이야말로 젊은 여성 아나운서를 파업에 마스코트로 이용하려는 목적을 버리고 왜곡된 앵커 시스템 교체를 위해 발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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