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대사 신선호)가 20일 오전 10시(현지시각)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십년간 주민들을 억압하고 핵개발에 나선 독재자의 이미지로 낙인찍힌 탓인지 분향소 주변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직접 조문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유엔의 한 당국자가 밝혔다.

    이 당국자는 "회원국 정상의 분향소가 설치됐을 때 사무총장이 직접 조문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에는 여러가지 측면을 감안해 직접 가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엔 소속 고위 외교관 중에서는 아샤 로즈 미기로 사무부총장이 이날 오전 분향소를 방문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우리나라 외교통상부에서 파견된 김원수 사무총장 비서실 차장이 수행했다.

    미기로 부총장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뉴욕주재 외국 공관의 기관장 중에서는 리바오동(李保東) 주유엔 중국대사가 분향소를 다녀갔다. 그는 "중국을 대표해서 조문하러 왔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의 한 외교관은 분향소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엄숙하다"(solemn)고만 했다.

    앞서 친북 인사로 보이는 한 남성은 분향소를 나서면서 "민족의 영웅이 돌아가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본부 맞은편 `외교관 센터' 건물 13층 북한대표부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김 위원장의 대형 사진이 벽에 걸려 있으며 입구에는 각국 공관에서 보내온 조화들이 놓여져 있다고 한다.

    신 대사를 비롯한 대표부 직원들과 부인 등 20여명이 조문객을 맞고 있으며, 여성들은 상복과 비슷한 분위기의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대표부는 김 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28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유엔 주변에서는 아프리카와 남미 등의 사회주의권과 과거 비동맹권 등에서 북한과 대사급 외교관계가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50여개국 정도가 조문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