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회사자금 손댈 이유 없다" 의혹 부인'성과급 부풀려 비자금 조성' 의혹도 조사
  • SK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 및 선물투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19일 오전 최태원(51) SK그룹 회장을 소환, 13시간이 넘도록 강도 높게 조사했다.

    SK그룹 총수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지난 2004년 1월 당시 손길승 회장 이후 7년11개월여 만이다. 2003년 2월 이후 8년여 만에 다시 검찰청사에 나온 최 회장은 개인적으로 생애 네 번째 검찰 조사다.

    최 회장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된 SK 계열사 자금을 돈세탁을 거쳐 횡령하거나 선물투자 손실보전금으로 전용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을 상대로 계열사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지시를 하거나 사전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검찰에서 "마음만 먹으면 지분을 담보로 500억원 정도는 쉽게 조달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펀드를 통해 자금을 만들라고 지시했겠느냐. 그럴 이유가 전혀 없고 회사 자금에 손을 댈 이유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베넥스 대표 김준홍(46.구속기소)씨가 SK그룹 18개 계열사의 베넥스 펀드 투자금 2천800억원 중 SK텔레콤 등 계열사 5곳의 출자 예수금 992억원을 전용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중 497억원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맡아온 SK해운 고문 출신 김원홍(50)씨에게 빼돌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현재 해외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범죄인 인도 청구를 포함해 가능한 송환 조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그룹 고위 임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인센티브보너스)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20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 차례 조사를 받은 최재원(48)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4월 자신이 차명으로 보유한 중소컨설팅업체 IFG의 주식 6천593주를 공정가액보다 8배가량 비싼 가격으로 베넥스에 팔아 200억원대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8년 12월 베넥스가 220억원을 H저축은행에 예금하고 이를 담보로 최 부회장 등 명의로 221억원을 대출받는 등 6명 명의로 768억원을 빌리는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동생인 최 부회장이 투자금 횡령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날 조사결과에 따라 최 회장의 지시 등 개입 여부가 드러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이날 오전 9시25분 서초동 서울검찰청사에 출두한 최 회장은 '횡령 과정에 개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개인적인 사안 때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저를 둘러싼 의혹과 오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데 가능하면 성실히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최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추가 소환 필요가 있는지 검토한 뒤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SK㈜ 대표이사 회장이던 지난 2003년 1조5천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구속기소돼 실형을 받았고,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그해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