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 가사' 논란 일으킨 알리, 눈물로 사죄나영이父 "알리, 생각이 깊고 예쁘고 여린 아이"
  • ▲ 가수 알리   ⓒ 고경수 기자
    ▲ 가수 알리 ⓒ 고경수 기자

    수년 전 8세에 불과한 나영이(가명)를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노래를 만들어 물의를 빚은 가수 알리(본명 조용진)가 나영이의 아버지와 극적인 화해를 했다.

    소설가 소재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이날 나영이의 아버님으로부터 '알리와 직접 만나 서로간 앙금을 풀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막상 알리를 만나보니 생각이 깊고 예쁘고 여린 아이였다'는 나영이 아버지의 말을 대신 전했다.

    소재원은 지난해 조두순 사건을 소재로 소설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를 집필한 작가. 그는 "이날 오후 3시에 알리를 만나기로 했다는 나영이 아버지의 문자 메시지를 뒤늦게 보고 전화를 걸어보니 아버님은 이미 알리를 만나고 집에 돌아가시는 길이었다"며 "아버님께선 '앞으로 알리를 따뜻하게 위로해 달라'는 당부를 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라는 놈이 가사의 뜻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알리를 비난 했던 점을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알리가 아버님을 보고 사과를 했으니, 저 역시 알리를 만나 사과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 작가가 이렇게 알리에게 '사죄의 글'을 올린 이유는 며칠 전 미니홈피를 통해 알리를 맹비난했던 자신의 행위를 사과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소 작가는 16일 오후 "알리의 기자회견은 여론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라며 "진정으로 사과할 용의가 있으면 즉시 나영이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고 사죄하라"는 성토의 글을 남겼다.

    특히 그는 "당신이 성범죄 피해자라는 기사가 난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느냐"며 나영이의 아픈 과거를 공공연히 가사에 적시한 행동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소 작가는 알리가 나영이 아버지를 만나 참회의 눈물을 흘렸고 아버지 역시 알리를 용서했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알리님. 아픔이 있는 당신이기에, 저는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고 싶습니다. 저의 지난 며칠의 과격한 행동들을 모두 용서해 주십시오.

    아버님게서 하신 말씀들을 생각하며 많은 것들을 뉘우쳤습니다.

    정말 용기 있는 결단, 괴로움 속에서도 이렇듯 아버님을 만나 사과까지 하시는 모습을 보자니 저는 알리님께 무릎을 꿇고 존경을 표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알리님의 행동전의 모습에 화가 났고, 참을성이 부족한 못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주세요.

    아! 요 며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눈물로 보냈겠습니까!

    언 땅이 녹아버리니 알리님의 며칠 사이의 고통이 제게도 전해져 옵니다.

    너무 아픕니다.

    매일매일 하루도 잠을 쉽사리 못이루며 눈물로 보냈을 당신.

    어쩌면 가장 고통스럽고 죄스러울 사람은 바로 당신일 지언데, 어찌 나는 안아주고 달래기 보다 호된 꾸지람만을 생각했는지 너무 아파옵니다.

    한편 조선일보에 따르면 나영이의 아버지는 이날 알리를 만나는 자리에 나영이를 데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영이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 아버지가 알리를 만나는 동안 줄곧 차 안에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양측은 화해의 의미로 각각 안개꽃 다발과 격려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교환하며 앙금을 풀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19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나영이 아버지와 알리와의 대화 일부.

    나영이 아버지 : "나도 어제 기자회견한 내용을 들었어요. 그렇게 큰 고통이 있는 줄 몰랐네요.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지 충분히 짐작돼요. 사전에 우리에게 알리지도 않고 노래를 만들었단 얘길 듣곤 화가 나 음반 판매 금지 가처분까지 생각했는데 노래를 폐기하겠다고 해서 마음이 좀 누그러졌어요. 그런데 그런 사정(성폭행)까지 있었다니, 내가 다독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알리 : "(나영이와)같은 해에 저도 당했어요. 그래서 (나영이)기사가 나오면 스크랩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나영이 돕기 모금 기관에)익명의 기부도 했어요.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더 적극적으로 돕고 싶었지만 그러면 주변에서 '혹시 너 뭐 있니' 할 것 같아서 공개적으로는 못 했죠."

    나영이 아버지 : "힘들겠지만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정면 돌파하세요. 그게 이기는 길입니다. 우리 사회 풍토가 슬프지만 '목소리 안 내는 사람이 바보'라고들 생각하잖아요. (성폭행 피해자들이)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야 해요. 이번 (나영이 노래)일 때문에 네티즌이 많이 화가 난 것 같은데, 오해도 많이 풀린 만큼 진정됐으면 좋겠어요."

    ◆'알리 나영이 가사' 논란이란? = 알리는 지난 13일 발매한 1집 앨범 '소리(Soul-Ri) : 영혼이 있는 마을'에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나영이'란 노래를 실었다.

    문제는 노랫말 중 "어린 여자아이의 젖은 눈 사이로 흘러나오는 회색빛깔. 청춘을 버린 채 몸 팔아 영 팔아 빼앗겨버린 불쌍한 너의 인생아"란 대목이 도마 위에 오른 것.

    일부 네티즌은 "나영이를 소재로 앨범을 발매한 것 자체가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이며 해당 가사에는 어린 나이에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나영이를 곡해할 만한 소지가 담겨 있다"는 주장을 제기, 알리와 소속사를 압박했다.

    실제로 이 노랫말이 피해자를 지칭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인지 가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견(異見)이 엇갈렸다.

    파문이 커지자 알리와 소속사는 해당 음원을 폐기하고 유통된 앨범을 전량 회수 조치하겠다는 용단을 내렸다.

    하지만 알리를 향한 네티즌의 질타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결국 알리는 수년간 감춰왔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지난 16일 오후 5시 30분 상명대학교 상명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알리는  "2008년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며 "나 역시 피해자"라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같은 피해자의 심정에서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고자 쓴 것이지 결코 나영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마음이 없었다는 것.

    이날 자리에 함께 한 알리의 아버지와 소속사 관계자는 "논란이 된 가사는 나영이가 아닌 가해자를 지칭한 것"이라며 "노래를 만들게 된 의도와 진정성마저 의심치는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