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급성 폐손상으로 별세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는 정치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이는 박 명예회장이 2000년 32대 국무총리를 역임하던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았던 진 념 전북대 석좌교수였다.

    그는 박 명예회장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오후 병원에 도착해 유족들과 박 명예회장의 임종을 함께 맞이했다.

    진 전 부총리는 "청암 박태준 회장은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의 주역이셨다"면서 "저는 청암 선생이 총리로 계실때도 모셨습니다만 항상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일념으로 공직에 봉사하셨다"고 덧붙였다.

    4선(11, 13∼15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 명예회장과 함께 의정활동을 한 김봉조ㆍ김용균ㆍ김일주ㆍ김동주 전 의원 등은 빈소가 채 꾸려지기도 전에 장례식장에 도착해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 했다.

    김일주 전 의원은 "우리나라 역사상 훌륭한 분이 많았지만 이분처럼 철학과 사상이 뚜렷한 분은 흔치 않았다. 박 명예회장이 우리나라에 남긴 업적은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주 전 의원은 "15대 국회에서 자민련 부총재를 맡았는데 당시 총재가 박 명예회장이셨다"면서 "정치인, 경제인 중에 어느 누구도 박회장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앉으나 서나 공부를 쉬지 않는 사람이고, 죽기 한달 전에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대해 공부하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오후 8시35분께 빈소에 도착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그분은 사욕이 없이 사셨다"면서 "금년 연초 세배를 드렸을 때만 해도 건강하셨는데 홀홀이 떠나시니 인생이 정말 허무하다는 생각을 다시 느낀다.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과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 이기수 대법원 양형위원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정 의원은 "대단한 분이 가셔서 많이 슬프고 안타깝다"면서 "개인적으로 1997년 12월 월드컵 한일전 예선에 김대중 당시 야당 총재를 모시고 갔을 때 박 명예회장과 DJT 회동을 성사시키는데 기여했던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 제국호텔에서 김대중, 박태준 그리고 제가 그 자리에서 (그분들을) 모시고 최초의 DJT 회동을 했고, 그 자리에서 박 회장이 마지막에 '한국 가시거든 나 박태준이가 김대중 지지한다고 말해도 좋소'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서 시작해 역사적인 수평적 정권교체의 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한국 수입수출 1조달성에 기초를 쌓으신 분"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초가 있었긴 하지만, 박회장의 공이 크다. 아무것도 없던 무에서 지금 현재 철강 강국을 이룬 것은 박 회장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정의화 국회부의장, 이희호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장 등은 화환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