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지나 이상득 불출마···친박계 노령-중진 의원들 거취에 영향 미칠지도 주목
  • ▲ 11일 국회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좌)과 이상득 의원 ⓒ연합뉴스
    ▲ 11일 국회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좌)과 이상득 의원 ⓒ연합뉴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당내 ‘연쇄 불출마’의 도화선이 될지 주목된다.

    당 쇄신 과정에서 ‘자기희생’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처음으로 기득권을 버리는 사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홍 의원의 11일 불출마 선언은 잠복한 ‘공천 물갈이론’과 맞물려 당내 인적 쇄신을 촉발할 수 있다.

    당장 홍 의원이 속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소속 및 쇄신파 의원들의 선택에 눈길이 쏠린다.

    홍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처리 이후 총선 불출마를 고려해 왔다는 점에서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 시 불출마’를 함께 약속한 다른 21명도 심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일부 쇄신파 의원이 쇄신 국면에서 ‘탈당’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연쇄 불출마의 불씨는 살아있다. 여기에 “쇄신의 진정성을 위해 쇄신파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확산될 수 있다.

    한 쇄신파 의원은 “쇄신파 의원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서울지역 초선 의원은 “지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불출마를 생각 안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밝혔다.

    상당수 쇄신파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아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호흡을 맞춰온 구상찬 의원은 당사와 의원회관을 찾아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강하게 만류하기도 했다.

    다만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쇄신파보다 친박계 노령-중진 의원들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친박계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영남 중진권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으로 단골메뉴처럼 거론되는 데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운영 전면에 나서는 상황에서 ‘자발적 용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탓이다.

    당 쇄신의 전면에 설 박 전 대표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영남 의원 5명, 수도권 의원 1명 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될 정도다.

    하지만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 의원은 “친박이라는 이유만으로 희생하라는 것은 음해”라고 반발, 파열음이 예상된다. 6선의 홍사덕, 4선의 박종근 의원 등은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홍정욱발(發) 불출마 논란’은 6선 의원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에게도 여파가 미쳤다.

    홍정욱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몇 시간 만에 이상득 의원이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

    최근 이 의원의 보좌관이 SLS그룹 측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이상득 총선 불출마설’이 누차 거론돼 온 것도 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다른 배경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