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공'은 지속해야 한다

     양 동 안 (현대사상연구회장/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1. 머리말

    공산주의는 인류에 재난을 초래하는 옳지 않은 사상이기 때문에 반대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안정되게 지속되려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파괴 와해하려는 공산주의자와 파시스트는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내외 공산주의세력의 공격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환경에서는 반공을 보다 단호하게 전개해야 한다. 이러한 반공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反共反對(反反共)는 두 방면에서 주장되고 있다. 첫째는 공산주의자 및 그 동정자들의 반반공 주장이다. 둘째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진영의 일부 이론가 활동가들의 반반공 주장이다. 공산주의자 및 그 동정자들이 반공을 반대하는 것은 도둑놈들이 도둑처벌법을 반대하는 것과 같이 극히 자연스런 일이며, 그들의 반반공 주장은 이 자리에서 논의할 가치가 없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봐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진영의 일부 이론가·활동가들의 반반공 주장이다.

    애국진영의 일부 이론가·활동가들이 제시하는 반공반대의 주요 논거는 다음 5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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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공과 반종북화"를 주제로 10일 서울국제유스호스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양동안 현대사상연구회장.(오른쪽)


    2. 반공은 냉전시대·권위주의시대의 정책이요 법제이므로 탈냉전시대 민주주의시대에는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의 오류


    첫째 논거는 반공은 60~70년대 냉전시대·권위주의시대의 정책이요 법제이므로 탈냉전시대·민주주의시대에는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반공과 권위주의를 결합하여 반공권위주의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2010년대인 현재는 시대가 바뀌었으므로 반공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전형적인 냉전상황이며, 반공은 권위주의 독재정권만이 취하는 노선이 아니라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주장이다. 

    사상적 차이에서 비롯된 냉전이 유럽을 비롯한 세계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라진 것은 틀림없으나, 한반도에서는 아직도 완고하게 지속되고 있다. 현재의 남북한 관계는 미소냉전이 절정에 있을 때의 미소관계보다 더 긴장된 관계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남북관계는 냉전관계였다. 결코 평화관계가 아니었다. 당시 남한 정부는 탈냉전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데 반해 북한 정부는 그러한 남한 정부의 노력을 역이용하여 그들의 대남 공격력을 강화하는 냉전 고수적 입장을 취했다. 세계 다른 지역이 탈냉전 시대에 있다고 하여 한반도도 탈냉전시대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구 적도지방의 기온이 덥다고 하여 북극지방의 기온도 무덥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게 잘못된 견해이다.

     한편, 반공은 권위주의독재정권만 취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의 보수당, 미국의 공화당, 서독의 기민당 등 권위주의 독재와는 거리가 먼 자유민주적 정당들이나 그들의 정부는 국내의 정책에서 강한 반공입장을 취한다. 반면에 제3세계의 권위주의 독재정권 중에는 용공적 태도를 취한 경우도 적지 않다. 권위주의 독재자들인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이집트의 나세르, 버마의 네윈 등은 용공정책을 취했다.

    따라서 지금은 냉전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반공을 그만둬야 한다거나, 권위주의독재시대가 아닌 민주주의시대이기 때문에 반공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을 상실한다.

    한반도는 냉전단계에 있기 때문에 특히 내부의 공산세력에 대한 반공을 지속해야 하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귀중하게 생각하는 세력은 반공을 더욱 열심히 전개해야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는 민주화로 인해 합법적 활동공간이 확대된 것을 이용하여 공산세력이 각종 위장전술로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려는 노력을 보다 강하게 전개하기 때문에, 그들로 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면 반공을 더욱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국가상황이 반공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반공은 남북관계 개선이나 대중국관계 증진에 방해된다는 주장의 오류

    반반공의 둘째 논거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체제경쟁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했고, 남북한 간의 체제경쟁에서 남한이 승리했으므로 남한이 공산화될 가능성은 전무하기 때문에 반공의 필요성이 사라졌고, 반공은 남북관계 개선이나 대중국관계 증진을 방해하므로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와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틀림없는 일이고 남한의 국력이 북한의 국력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것이 틀림없는 일이지만, 그러한 사실이 남한 내부의 반공의 필요성을 소멸시켜주지는 못한다. 자본주의경제가 번영하면 공산화의 위험성이 낮아질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한다 하여 공산화의 가능성이 전무해지는 것은 아니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그 내부 모순이 심각해져서 공산주의혁명이 초래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공산주의가 전 세계적 체제경쟁에서는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인접지역인 북한과 중국에서는 공산주의체제가 버티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국부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남한 내부에서는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체제를 전복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투쟁하는 세력들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최소한 축소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남한의 공산화 가능성을 전무하다고 말할 수 없게 만든다. 현재의 조건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남한의 공산화 가능성이 과연 전무할까? 대한민국의 체제가 당장 공산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가 공산세력의 다양한 공격으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될 가능성은 높다. 아니 현시점에서 곤경을 겪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체제의 반공은 공산화 위협이 명백하고 현재적일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체제가 국내외 공산세력의 공격으로 인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을 때도 필요한 것이다. 남한 내의 공산세력 및 그 동정세력의 규모와 사회·정치적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상황은 반공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고 있다. 공산세력 및 그 동정세력의 규모와 사회·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자본주의 경제발전과 국부의 증대로 인해 반공의 필요성이 소멸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공산주의세력 및 그 동조자들의 반공사상무장해제 유도 선전술에 말려든 측면이 없지 않다.

    반공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대중국관계 증진에 지장을 주므로 반공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1980년 12월의 반공법 폐지가 바로 그런 주장을 밑받침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가보안법 전문가에 의하면,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이 내용상 중복되거나 유사한 조항이 많고, 유사한 처벌규정의 법정형량에 불균형이 있어서 법해석과 적용상 혼란이 야기되고,  △냉전체제로부터 화해와 유화 국면으로 접어든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대외관계에서 공산계열의 국가와도 경제적·문화적 교류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하였으므로 국외 공산계열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했으며, △국내적으로 7·4성명이 발표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의 급격한 상황변화에 따라 남북대화를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한공산집단을 남북대화의 장애요소로 전제하는 반공법을 폐지함으로써 그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런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해설되고 있다.<황교안, 『국가보안법』, 박영사, 2011, 17쪽.> 이러한 해설에 비추어볼 때 반공법을  국보법에 흡수·폐지한 목적에 남북관계 개선과 대중국관계 개선에 대한 지원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반공법 폐지는 대외적 공격적 반공을 폐지하기 위한 것일 뿐, 국내적 방어적 반공까지 폐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국내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적 반공은 폐기되지 않았고, 그때나 지금이나 폐기될 수 없다. 또한 그러한 국내용의 방어적 반공은 남북관계 개선이나 대중국관계 증진에 지장을주지 않는다. 

    반공은 방어적 반공일 경우 북한공산정권에 대한 반대로 확대 해석되지 않을 수 있다. 즉 남한의 공산화에 대해서만 반대하고 북한의 공산정권 존속은 반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북한공산정권이 자기들의 유지를 위해 내부적으로만 반자유민주주의-반자본주의 취하면서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 존속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남한의 방어적 반공과 북한의 방어적 반자유민주주의-반자본주의는 서로 대립하지 않으며 상호간의 그러한 방어적 태세는 남북화해에 별 지장을 주지 않는다. 상호간에 내정불간섭의 원칙만 지키면 화해가 가능하다.

    반공한다면 중국과의 정상적 외교관계 진행이나 협력관계 형성이 불가능해진다는 주장은 대한민국의 반공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방어적 반공일 경우에는 타당하지 않는 주장이다. 중국도 대한민국과 관계를 증진시킴에 있어서 중국 내의 공산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방어적 반자유민주주의 반자본주의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중국과 관계를 증진시킴에 있어서 방어적 반공을 실시하는 것은 상호 형평한 것이며, 문제될 것이 없다. 중국과의 관계 증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반공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중국과 관계를 증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 하의 번영을 목적으로 한 것인데, 중국과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국내용 방어적 반공을 폐지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험에 빠트리는 것으로서 대중국 관계증진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반공하면 남북화해가 어렵다는 이유로 반공을 하지 말자면서, 반공하지 말고 반종북세력 반북한정권에 주력하자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주장은 자가당착적 주장이다. 반종북-반북한정권은 반공보다도 더 직접적인 북한정권 반대인데 북한정권과의 화해를 이유로 반공을 폐지하고 반종북 반북한정권에 주력하자는 것은 논리적으로 정합하지 않다.

    한편, 우리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대중국관계를 증진하려는 근본목적을 생각해본다면, 설사 방어적 반공이 남북관계 개선과 대중국관게 증진에 일부 지장을 초래한다 하드라도 그것 때문에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방어적 반공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대중국관게 증진을 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체제 하에서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이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희생시키면서 그들과의 관계 개선을 실현하려는 것이 아니다.따라서 우리의 방어적 반공이 설사 남북관계 개선이나 대중국관게 증진에 일부 지장을 주는 점이 있더라도 우리는 방어적 반공을 포기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4. 남한에는 진정한 공산세력이 별로 없으므로 반공을 그만두고 반종북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의 오류

    반반공의 셋째 논거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반공을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현재 남한에는 진정한 공산세력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반공은 하지 말고 북한정권에 추종하는 종북세력에 대한 반대 즉 반종북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북한정권은 공산정권이 아니며, 공산정권이 아닌 북한정권을 추종하는 남한의 종북세력도 공산주의세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공산정권의 핵심적인 특징은 다음 3가지이다. 첫째 자신을 공산정권이라고 자칭한다. 둘째 공산당이 전체주의적 1당 독재를 실시한다. 셋째 사유재산제도를 폐지하고 계획경제를 실시한다. 이 3가지 핵심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어느 나라의 정권이건 모두 공산정권이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정권들 가운데 이 3 가지 특징을 가진 정권치고 공산정권으로 규정되지 않은 정권은 없다.

     북한정권은 스스로를 공산정권이라고 부르며, 자기들이 실천하고 있는 통치체제를 ‘우리식 사회주의’라고 칭한다. 북한은 김일성 가족의 왕조적 독재의 성격이 가미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노동당(공산당)의 이름과 조직을 통해 독재를 하고 있다. 북한정권은 사유재산제를 폐지하고 계획경제를 실시하고 있다.

     북한정권이 이론 및 실천의 면에서 공산주의체제의 이념형으로부터 상당히 이탈해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공산주의 정권의 현실태에서 드러나는 핵심적 특징은 모두 가지고 있다. 북한정권은 변태적 저질 공산정권이기는 하지만 공산정권인 것은 분명하다. 변태적 저질 공산정권은 ‘공산정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저질 변태적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다. 그런 주장은 공산정권을 미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공산정권만 공산정권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좋은 공산정권도 공산정권이고 변태적 저질 공산정권도 공산정권이다. 찌그러지지 않은 깡통도 깡통이고 찌그러진 깡통도 깡통이다. 찌그러지지 않은 깡통만 깡통이고 찌그러진 깡통은 깡통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깡통을 미화하는 것이다.

     북한정권이 공산정권이 아니라면 북한정권은 어떤 정권인가? 북한정권을 나치즘정권이라고 할 것인가? 나치즘 정권은 전체주의정권이기는 하지만 사유재산을 전면 부정하지 않는다. 북한정권을 공산정권이 아닌 나치정권으로 보고 반공의 관점이 아닌 반나치의 관점에서 북한정권을 반대한다면 세계가 웃을 것이다. 김일성 가족이 왕조적으로 통치한다고 하여 북한정권을 공산정권이 아닌 단순한 군주제 정권이라 한다면 세계가 웃을 것이다. 설사 북한정권을 군주제정권으로 본다 하드라도 그것은 단순한 군주제정권이 아니라 공산주의 군주제정권이다.

     북한정권이 공산정권이기 때문에 종북세력도 공산주의세력이다. 남한의 종북세력이 겉으로 어떤 위장을 하고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그들은 분명한 공산주의자들이다. 사실 남한의 종북세력이 북한정권에 추종하는 일차적인 원인은 남한에서 공산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북한정권에 추종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라는 판단에 있다. 인민혁명당, 통일혁명당, 남민전의 무리들이 북한정권을 추종한 것은 그들이 일차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이 공산정권이 아니라면 그들은 북한정권을 추종하지 않았다. 남한의 종북세력은 북한정권에 추종하는 노선을 선택한 공산주의자들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잘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공을 청산하고 반종북세력에 주력해야 할 것이 아니라, 반공의 일환으로 반종북을 전개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공산주의세력 가운데는 비종북 공산주의자들도 꽤있다. 종북세력 반대만 하고 반공을 하지 않으면, 그들 비종북 공산주의 세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반공을 폐기하고 반종북에 주력하자는 것은 논리적으로 보면 남한에서 북한정권에 추종하지 않는 공산당은 활동해도 좋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종북세력이 아닌 공산주의세력은 정당활동을 하도록 허용되어야 하며, 공산주의세력에게 정당활동을 허용하면 그들이 북한정권을 극심하게 비판할 것이므로 정당활동을 허용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종북세력이 아닌 공산당은 정당활동해도 좋다는 것은 종북노선만 취하지 않는다면 남한에서 공산정권이 들어서도 좋다는 뜻이 된다. 북한정권에 추종하건 추종하지 않건 간에 남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서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공을 해야 하고 반종북은 반공의 일환으로 실행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정권을 반대하는 것은 북한정권이 공격적 공산정권이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이 남한을 공산화하려는 공격적 공산정권이 아니라면 우리가 북한정권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필요가 없다. 북한정권이 공격적 공산정권이어서 남한 내에 종북세력을 양성하면서, 또는 전쟁을 위협하면서 남한을 공산화하려는 책동을 지속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북한정권에 반대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공산정권이 아니라면 우리는 북한정권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종북세력이 공산주의세력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반대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남한을 공산화하려는 목표를 추구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에 극력 반대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북한정권에 반대하고 종북세력에 반대하는 것은 그들이 남한을 공산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5.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반공하지 말고 공산세력이라도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정권을 장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의 오류

    반반공의 넷째 논거는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어떤 세력이든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정권을 장악하도록 기회를 주어야 하므로 특별히 공산세력만 정권장악을 못하도록 반공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여부를 판단하려면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왜 제대로 실천하려 하는가?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가 좋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가 귀중한 것이라면 자유민주주의가 와해되는 일은 절대 저지해야 한다. 그래서 서독-독일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거부하는 공산주의세력이나 파시스트세력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서일지라도 정권을 장악할 수 없도록 저지하기 위해 기본법에 국민저항권을 명시해 놓았다. 공산세력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어서 집권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말은 공산세력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으면 자유민주주의를 와해시켜도 좋다는 말과 같다. 공산세력이 합법적으로 집권하는 것은 곧 합법적으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공산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좋은 귀중한 체제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해야 하는데, 그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 공산당에 의해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와해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좋은 귀중한 체제이면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와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좋은 귀중한 체제이니까 와해되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정합한 주장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반공을 그만두고, 공산당의 활동이나 집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에 타살 당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동일한 자가당착적 주장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실천되어야 할 좋은 체제라면, 자유민주주의체제는 자유민주주의적 법 절차를 벗어난 방법에 의해서 파괴되는 것을 저지해야 함은 물론이고, 자유민주주의적 법절차에 따른 방법에 의해서 파괴되는 것도 저지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체제는 꼭 지켜야 할 좋은 체제이기 때문에 초법적인 방법으로도 보호되어야 한다.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공산주의나 파시즘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절대시 하는 주장이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한 반론은 타당하지 않다.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공산주의나 파시즘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절대적으로 옳은 체제여서가 아니다. 반공 반파쇼 하자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절대적인 체제로 상정한 것이 결코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다른 종류들(예, 사회민주주의나 협동체 민주주의 등)과 경쟁적으로 동반하는 관계에 있다. 반공은 국민의 자유를 탄압하고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나쁜 체제인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공산주의체제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대체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절대적으로 좋은 체제여서 반공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체제라는 것이 확인된 체제가 현재까지는 상대적으로 가장 좋은 체제로 확인된 체제를 파괴 대체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좋은 체제를 신봉한다면 나쁜 체제의 공격으로부터 좋은 체제를 지키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자유민주주의체제도 불완전한 체제이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정치체제에 무결함의 완벽한 체제가 있을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체제보다 더 좋은 체제가 나타나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그 체제로 대체하는 것은 용인되어야 한다. 그런 체제로 대체되는 것이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체를 다른 체제로 대체할 수 있다는 논리적 가능성을 근거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아무런 체제로건 대체하는 것이 용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체제보다 나쁘다는 것이 분명하게 입증된 체제로 대체되는 것은 절대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가 다른 체제로 대체되는 것이 용인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체제보다 더 좋은 체제로 대체될 경우로만 한정되어야 한다. 공산주의나 파시즘은 자유민주주의체제보다 크게 나쁘다는 것이 명백하게 입증되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체제나 파시스트체제로 대체되는 것은 절대로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법 절차에 부합한 방법으로 국민 절대다수의 지지를 받아서 공산주의세력이나 파쇼세력이 집권을 하드라도 그것은 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저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서독-독일 기본법의 국민저항권 조항의 정신이다.  

    6. 반공은 사상의 자유와 양립할 수 없으므로 폐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오류

    반반공의 다섯째 논거는 반공은 자유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와 양립할 수 없으므로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은 자유민주주의는 원리상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게 되어 있으므로 의무적으로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며, 최소한 선전의 자유까지는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상의 자유를 이유로 반공을 반대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를 외면한 것이다. 사상의 자유는 원래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을 배척하기 위해 주장된 것이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주장은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을 사상의 자유 경쟁시장에서 배척하자는 주장이다. 사상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 까지 보호하기 위해서 주장된 것이 아니다. 사상의 자유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 들은 배척되어야 한다. 그들의 자유는 부정되어야 한다. 공산주의와 파시즘은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 들이다. 따라서 사상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산주의와 파시즘은 배척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자유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사상들은 원칙적으로 사상의 자유를 긍정하는 사상들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들이 자유를 누리는 경우가 있으나,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체제가 그것들의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어서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한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에서 그들이 자유를 소극적으로 관용한 것이다. 그들에게 부분적인 자유를 보장해도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으면 그들을 전면 탄압하기보다 일부 관용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운영 면에서 비용이 적게 든다는 실용적 판단에서이다.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들에 대해 자유민주체제가 어느 정도 관용을 베풀 것인가는 각국에서 자유민주체제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의미 있는 위협이 없는 환경에서는 보다 폭넓게 관용되는 것이고, 위협이 심각한 국가에서는 보다 협소하게 관용되는 것이다. 한국의 자유민주체제는 내외로 부터 전복위협이 심각한 환경에 처해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공산주의에 대한 관용의 폭이 매우 협소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 같은 환경에서 공산주의에 대해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이 넓은 관용을 베풀면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宋襄之仁의 꼴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재 조건에서는 공산주의에 대해 연구나 포지의 자유까지는 관용할 수 있으나, 공산주의에게 선전이상의 자유까지 관용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붕괴를 초래할 어리석은 짓이다. 또한 관용은 상호적이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체제가 공산주의세력에게 정당결성의 자유를 허용 받으려면 공산주의세력도 최소한 폭력혁명노선과 프롤레타리아독재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

    자유 또는 인권을 지키는 가장 결정적인 방법은 자유 또는 인권을 보장하는 정치체제를 지키는 것이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치체제인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한 반공은 사상의 자유를 항구화하는데 기여하는 행위이다. 공산주의와 파시즘을 배척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의 자유를 장기적으로 보장하는 것과 같다.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들의 자유는 부정되는 것이 옳다. 그런 사상들의 자유를 보장하려다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 자체가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7.결어

     종북세력을 포함한 공산주의세력의 규모가 늘어나고 그들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조건에서 반공을 청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도둑의 숫자가 증가하는데 도둑 잡는 법률을 폐지하자는 것과 다름없는 주장이다. 현시점에서 반공 청산 혹은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강화되고 있는 공산주의의 불꽃에 부채질을 해주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 공고화를 희망하는 세력이라면 반공의 폐지는 공산주의세력의 규모와 영향력이 의미 없는 규모로 줄어든 후에 주장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