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국내 증권시장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설이 빠르게 퍼지면서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환율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사망설이 퍼지기 하루 전인 7일 북한의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을 보도했음에도 사망설은 증시 등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9일 연합뉴스가 확인한 결과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자강도 공장 5곳, 31일 인민군 제789군부대, 이달 2일 공군연합부대, 3일 인민군 제322군부대와 태성기계공장을 둘러봤다고 보도했다. 보도내용으로 보면 김 위원장은 최근 평소보다 활발한 공개활동을 펼친 셈이다.

    김 위원장 사망설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전날 우리 정보 당국자가 "북한 매체가 어제(7일)도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보도했다"며 "사망설에 대해 들은 바 없다. 낭설일 개연성이 크다"고 파장 차단에 나섰으나 이미 사망설이 주식시장 등을 크게 흔든 이후였다.

    주목되는 점은 지난 2009년부터 3년째 겨울 문턱이나 초겨울에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나돌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 12월1일에도 증권가에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14분 만에 주가가 20포인트나 빠지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이전의 루머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며 "사망설을 악용하거나 이용한 세력이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에는 연평도 포격사건 발생 시점인 11월23일 국내 한 웹사이트에 "로이터통신의 금융전문잡지인 IFR가 싱가포르발 기사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하면서 사망설이 퍼져나갔다.

    이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11월이나 12월에 집중적으로 `김정일 사망설'이 불거지는 것은 일단 김 위원장의 건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뇌혈관계 질환을 앓아온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졸중 등 뇌혈관계 질환이 초겨울에 상대적으로 많이 발병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무렵에 김 위원장의 사망설을 제기하면 평소보다 신빙성을 더할 수 있게 된다.

    김 위원장 사망설은 1990년대에도 가끔 나돌았지만 소문의 발원지는 지금과 달리 정치권이었다.

    사망설이 처음 나돈 것은 1994년으로, 이기택 당시 민주당 대표가 `미국측 인사에게서 들었다'며 유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파장이 확산하자 이 대표가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고 이후 김 위원장의 동선이 파악되면서 소문은 소문으로만 그쳤다.

    1995년에는 미국의 저명 칼럼니스트 잭 앤더슨이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김정일이 이미 죽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국제사회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김 위원장 집권 초기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사망설이 잠잠했으나 2004년에는 정치권이 아닌 증권가에 `김 위원장이 피격사망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증권가의 `김정일 사망설'은 2009년 다시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3년 연속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특히 올해는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오른 속에서도 방위산업체의 주가가 눈에 띄게 급등해 김 위원장 사망설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정확한 대북정보의 실시간 수집과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남북관계에서 극도로 예민한 사안인 `김정일 사망'이 악용되고 있다며 정부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확인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