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보행자 중심 혁신으로 교통안전 확보’ 공약 제시대중교통만 출입가능한 도심지구, 쇼핑 올레 조성 등도 내놔
  • 10.26 재보선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업무 첫날 지하철로 출근했다. 언론에서는 ‘파격행보’라고 말하지만 그의 공약을 보면 ‘파격’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겪을 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공약에서 “서울의 수송 분담율을 보면 승용차 25.9%, 버스, 27.8%, 지하철 35.2%, 택시 6.2%로 승용차가 많다. 이는 도심조차도 승용차 중심의 교통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시내에서) 승용차 통행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공약들이란….

    박 시장은 “서울시의 열악한 보행환경을 개선해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장애인과 아동을 위한 보도 턱 낮추기, 도로용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확충, 울퉁불퉁하거나 가파른 ‘보행 애로구간’ 개선, 무인카메라 설치를 통한 보도 위 불법주차 단속, 보도 위 간판과 화물 등 부적절한 영업시설물 단속 및 단계적으로 이전․정비를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그 다음에는 “대중교통이 많이 모이고 보행자가 많은 곳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중교통전용지구’란 도심에 버스나 지하철 외 일반 승용차는 출입을 할 수 없는 공간을 말한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주변에는 전통문화거리, 젊음의 거리 등 문화 공간을 조성해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박 시장은 “도심 상권에 쇼핑객을 위한 ‘쇼핑 올레길’을 만들어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편리하고 쾌적한 쇼핑이 가능토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와 함께 한강 다리, 서울 성곽, 남산, 경복궁 등 서울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도보관광’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한다.

    반가운 공약도 있다. 박 시장은 “주택가에는 주차장을 대폭 늘이겠다”고도 밝히고 있다. 박 시장은 “거주자우선주차, ‘그린 파킹’ 사업에도 불구하고 단독, 다세대 주택가의 주차난이 계속되거 있고, 동대문 상가와 같은 재래시장 주변은 화물자동차의 불법조업주차와 주․정차가 일상화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박 시장은 우선 주차장 확보율이 낮은 주택가에 블록별로 공영주차장을 새로 만들거나 관리 제도를 바꾸고, 재래시장 주변의 이면도로나 공공용지에 노상화물조업 주차장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서는 ‘아마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아마존’이란 ‘아이들이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지역(Zone)’을 줄인 말이다. 이를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주요 활동공간을 파악해 기존의 어린이 보호구역을 확대하고 등하교 시간에는 ‘특별 관리’를 하는 한편 ‘아마존’ 지정 기준과 관리에 관한 법률도 만들겠단다. 또한 ‘아마존’에는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과태료를 인상해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운전자를 대상으로 ‘아마존’에 대한 홍보를 펼치는 동시에 택시, 버스, 학원차, 택배, 배달 오토바이 등 직업 운전자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재원, 공간마련, 실제 시민들의 반발 등은 해결 미지수

    박 시장의 이 같은 공약은 보기에는 정말 좋다. 하지만 현실적인 면에서 접근하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보도 시설을 개선하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심에 ‘대중교통전용지구’나 ‘쇼핑 올레’를 만든다는 구상은 ‘걷기 좋은 도시, 쇼핑하기 좋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 일 하는 누군가는 불편을 겪어야 하는’ 구조다.

    우선 유동인구를 보면 주말과 평일, 휴일, 오전과 오후, 저녁과 밤에 따라 같은 장소라도 유동인구가 다르다. 또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대부분 상업지구이거나 사무용 건물 밀집지역이다. 이런 곳에 대중교통 이외에는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물품이나 서류 배달, 회의, 발표, 취재 등 업무 때문에 급하게 움직여야 할 사람이나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이들의 반발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쇼핑 올레’도 문제다. 주말이 되면 왜 백화점에 사람이 많이 몰릴까.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편리한 주차’다. 하지만 ‘쇼핑 올레’는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유사한 성격이다. ‘쇼핑 올레’에 대형 배후주차장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유령 상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가 주차 공간 확보도 문제다. 다세대 주택 등이 밀집한 지역에는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개선하고, 각 블록마다 주차장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주차장 부지를 매입할 비용 마련, 대기자가 평균 3~5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어떻게 개선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특히 서초구 양재동이나 강남구 역삼동, 논현동, 용산구 일대의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에서는 주차장 부지를 매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재래시장의 화물자동차 불법 주․정차와 조업 해결책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현재 서울 내에 있는 재래시장들은 주택가와 가깝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한 곳에 있다. 이런 곳은 일반적으로 땅값이 주택가보다 비싸다. 또한 화물차는 승용차보다 커서 주차면적을 더 많이 차지한다. 따라서 조업 주차장 부지는 일반 주차장보다 커야 한다. 결국 주차장 부지 마련비용이 문제가 된다.

    만약 시장이나 상가에서 먼 곳에 주차장을 세운다면 지금도 ‘가깝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보도에 아무렇게나 불법 주정차를 하고 조업을 하는 상인들이 먼 곳까지 들러, 돈까지 내가며 주차장을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재래시장 및 상가 조업주차장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전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