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다니엘 사이먼스가 진행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투명고릴라 실험ⓒ
    ▲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다니엘 사이먼스가 진행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투명고릴라 실험ⓒ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다니엘 사이먼스가 진행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투명 고릴라' 실험은 아주 유명하다. 사람들이 뭔가에 주목할때는 주목하고 있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은 눈앞에 있어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좋은 예이다.

    이번 선거판에서 나는 수많은 '투명고릴라'들을 본다.

    예를 들어, 나경원후보를 '자위녀'라는 모욕적인 발언으로 부르며 흠집잡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에게는 같은 행사에 참여한 정부고관이나 다른 여야 국회의원(그때의 집권당은 열린우리당이었다)들은 '보이지 않는 투명 고릴라'일 뿐이다.
    오늘도 하루종일 나경원의 '1억 피부관리 클리닉' 얘기를 퍼나르고 있는 좌파 성향의 매체들이나 트위터리안들의 눈에는 나후보가 실제로 쓴 병원비가 550만원이라는 얘기나 그 치료비의 대부분이 자기가 아닌 다운증후군에 걸린 장애인 큰 딸에게 소모된 것이라는 팩트는 보이지도 않는다.
    나후보가 초고가의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Before-After 사진을 만들어 열심히 돌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의 눈에는 나후보가 학생시절 찍은 지금보다 더 미모의 사진은 전혀 보이지 않는 '투명 고릴라'일 뿐이다.

    박원순후보 지지자들의 눈에는 전직 나후보 보좌관이 예전 상사에게 비난하고 있는 사실에 고무된 나머지, 박원순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는 그가 나후보와 고작 5개월 일한 것이 전부라는 사실도, 그나마 그 근무기간이 그가 공격하고 있는 '자위대 행사 참여', '노무현 전대통령 사저의 아방궁 발언'의 시기와는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박원순 후보의 런던정경대학원 디플로마를 의기양양하게 페북과 트위터에서 선전하고 있는 조국교수의 눈에는 박후보의 런던정경대 디플로마가 고작 '석사예비과정 이수증'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그의 과거 저서에 '런던대학 정경대학원 박사과정 이수'라고 적혀 있는 거짓이력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투명고릴라'일 뿐이다.

    박원순 후보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언론매체들이 나후보가 아닌 박후보에게 왜 그렇게 집중적으로 흥미를 갖고 취재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고작 지지율 5%에 불과하던 그는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혜성과 같이 나타난 신인'일 뿐이다. 그에 대한 사실들 하나하나가 그만큼 잘 팔리는 상품이라는 얘기다. 그 언론매체에 박후보에 대한 궁금증을 풀만한 컨텐츠를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하니 네거티브 컨텐츠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그냥 솔직히 해명하고 털고 지나가면 될 개인적인 문제들에 대해 발끈하고 모조리 부정만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신성불가침'을 강조하는 종교지도자와 같은 모습이 보인다. 자기 인생을 바쳐 남을 위해 살아온 '시민운동가'를 이렇게 모욕해도 되는가 하는 독선적인 모습만 선명하게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의 검증 (혹은 네거티브) 사건덕에 박후보가 득을 본 점도 있다. 그의 개인적인 병역문제나 학력문제 등에 공격측과 언론이 관심을 쏟고 있는 사이 정말 중요한 그의 시장후보로서의 능력 평가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넘어가는 '투명 고릴라'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장선거는 무결점의 성인군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서울시장이라는 행정가를 뽑는 선거라는 사실을 다들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 가게라는 단체들을 운영했던 경력이 정말 서울시장후보에 적합한 것인가? 그 단체들을 운영하면서 어떤 문제들이 있었고, 그가 어떻게 헤쳐나왔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연간 20조원의 예산과 1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을 지휘하게 될 행정가이자 수많은 이익단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정치가로서의 서울 시장 후보로서의 능력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서울 시장 보궐선거는 성인군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지만, 김어준 같은 이들이 주장하듯이 '그냥 닥치고 찍는' 선거가 되어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