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오는 '통일정국'에 대비하자 
      
     대한민국은 21세기 통일 강대국 건설을 위한 결정적인 문턱을 넘어야
    이춘근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8.15 경축사에서 통일에 대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통일세(統一稅)를 언급했고 지난 7월 2일 평통 자문회의 제15기 출범식 연설에서는“통일의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이며 남북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그 시간은 당겨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9월 20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다시“대통령 재임 중에 내가 할 역할은 (한반도) 통일의 날이 오도록 기초를 닦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에서 자주 나타나는 바처럼 통일은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는지 모른다. 이미 한반도 국제정세와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 중에도 통일이 점차 가까워 오고 있음을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그의 저서에서 통일은 산사태처럼 갑자기 다가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식어버린 통일에 대한 논의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부르짖어 왔지만 언제부터인가 통일을 이룩하기 꺼려하며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마저 금기처럼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자유 민주 자본주의 체제의 서독이 사회주의 동독을 흡수 통일한 것을 본 이후, 그리고 특히 대한민국이 통일의 주역이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의 통일에 대한 논의와 열기는 갑자기 식어져 버렸다.
     
      그동안 한국의 좌파 세력들은 자신들이야말로 통일을 열망하는 세력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날짜를 표시할 때‘통일염원 OO년 O월 O일’식으로 표기했을 정도였다. 그들에게 1990년 8월 15일은‘통일염원 45년 8월 15일’ 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사람들이 갑자기 통일비용을 이야기하고 독일 통일의 문제점과 후유증을 목청 높여 강조하기 시작했다. 자기 살기도 버거운 수많은 한국의 보통 사람들은 통일을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하게 되었고 경제적 부담이 초래될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통일을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통일은 천천히 이루어지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북한의 비정상은 국가를 지탱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그러나 비정상이 영원토록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의 1/7이 아사(餓死)했는데도 핵무기를 개발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나라를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군사용 미사일을 인공위성이라고 국민에게 선전하는 것은 더욱 더 비정상이다. 그것이 설혹 군사용 미사일이 아니고 인공위성이라 할지라도 국민을 굶기는 나라의 정부가 우주를 개발한다며 하늘에 돈을 쏘아 올리는 것은 할 짓이 아니다. 국민이 굶는 강성 대국은 있을 수 없다.
     
      이제 북한의 비정상은 국가를 지탱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가 권력의 3대 세습을 단행하여 왕조국가로 변신했고, 사회주의 국가라는 북한의 헌법이‘김일성 헌법'으로 탈바꿈 한 것도 북한이 더 이상 정상적인 국가로서 지탱하는 한계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북한이 배급을 포기한 결과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북한이라는 사회주의 국가가 망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가 지하자본주의(장마당)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거의 10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사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정권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힘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북한 주민이 김정일 정권의 배급에 감사해야 할 일은 없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은 정부에 생존을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북한 주민들을 단칼에 제거해 버리기 위해 그들이 숨겨놓은 돈을 다 빼앗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북한은 2009년 11월 30일, 화폐개혁을 단행했던 것이다.
     
      장마당 아주머니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다 빼앗아 버리려는 조치였다. 그 날 거의 모든 북한 주민들이 억울해서 통곡했다고 한다. 북한의 장마당 아주머니들은 국가보위부 직원들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북한 주민들이 공권력에 맞장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북한 사회에 만연된 누적된 비정상은 이제 체제 그 자체의 종말을 고할 시점을 향해 가고 있다.
     
      북한 체제의 종말은 김정일의 자연적인 생명과도 깊게 연계되어 있다. 언론 매체들은 9월 25일자 보도를 통해 김정일이 건강 악화로 인해, 9월 중순 평양을 방문중이던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 일행과의 회담을 돌연 취소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이미 2009년 7월 미국 CIA는 김정일의 건강 상태를 정밀 분석한 후, 향후 5년간 김정일이 생존해 있을 확률을 29%라고 발표한 적도 있었다. 2010년 북한의 대남 도발과 막내인 3남 김정은에로의 권력 승계 작업은 김정일의 건강 상태와 무관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북한 급변 사태를 통일정국으로 몰아가고 국제정치에 신경을 써야..
     
      주민들의 불만, 지도자의 악화되는 건강상태, 무리한 후계 구도의 확립 등은 북한 체제의 급격한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북한의 급변 사태는 우리에게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북한의 급변 사태를 통일 정국으로 몰아가야 한다. 북한의 급변 사태를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대한다면 북한은 중국의 일부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북한의 급변 사태를 통일의 기회로 몰고 간다면, 대한민국은 21세기 통일 강대국 건설을 위한 결정적인 문턱을 넘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의 지도자는 특히 국내 문제보다는 국제정치에 더욱 큰 신경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 해외 의존도(수입과 수출 총액을 GDP로 나눈 수치)가 이미 100%도 넘은 대한민국이 국제정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중 통일의 기초를 닦겠다고 했다. 다음 대통령은 통일의 문을 여는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은 차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 중에 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 미국 이야기를 심각하게 하는 분들이 아직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이 글은 한국경제연구원 홈페이지(www.keri.org) 국제정세해설에 게재된 내용임.
     
     이춘근(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